<디트맛집>농민순대.오문창순대.설천순대.유성순대.천리집 등

순대와 머리고기

삶의 애환이 아련히 느껴지는 대전 5대 순대국밥
순대국밥 생각이 간절해진다. 출출한 퇴근길이나 전날 음주 후 속이 쓰릴 때 해장으로 좋은 순대국밥은 서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음식이다. 하지만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어 호불호가 있다. 순대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우리고유의 음식으로 세계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손색없는 먹거리다.

순대는 돼지 창자 속에 육류, 두부, 숙주나물, 파, 선지, 당면, 표고버섯 등을 이겨서 양념하여 넣고 양쪽 끝을 동여매고 삶아 익힌 음식으로 서민음식으로 매우 친밀하다. 영양가도 순대와 유사한 소시지에 비해 여러 가지 육류와 채소가 골고루 혼합돼 있어 맛 뿐 만 아니라 동, 식물성 식품이 균형 있게 배합된 영양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순대는 서민음식이라 지갑 속이 얇을 때 더욱 눈에 띄는 메뉴지만, 알고 보면 순대는 ‘뿌리 깊은 음식’이다. 순대는 지역에 따라 그 만드는 방법과 맛이 서로 달라 보다 다양하게 맛을 즐길 수 있다. 순대는 지역에 따라 다른 조리법과 맛으로 발전했는데 속초 아바이 순대. 경기도 용인 백암순대. 천안 병천 순대를 한국의 3대 순대로 부른다. 지역별로는 강원도 오징어순대와 명태순대, 연산. 곡성. 전주 피순대. 광주 암뽕순대. 담양 대통순대. 예천 용궁순대. 제주도 돼지순대가 지역의 대표적인 순대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대를 칼로 숭숭 썰어 접시에 담아내면 소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나는 순대.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대전 5대 순대국밥’을 소개한다.

농민순대 순대국밥

1. 농민순대

35년 경력의 송용식 대표가 만든 착한가격의 순대국밥
대전시 중구 문창동에서 20년 동안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순대국밥으로 유명한집. 오래된 건물이라 허름하지만 몰려드는 손님들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루는 곳이다. 포장손님까지 맞물리면 식사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2층에 3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방이 있다.

순대국밥은 개업 이래 20년 동안 한 번도 불이 꺼지지 않았던 가마솥에 잡 뼈를 전혀 섞지 않고 국산 사골과 돼지머리뼈로만 푹 고운 맑은 육수가 맛의 비법. 오랜 시간 끓여서 걸쭉해진 국물이 구수한 입맛을 자극한다. 국밥에 들어가는 내장은 보통 냄새가 없는 소창(작은창자)을 사용하는데 이집은 대창(큰창자)을 쓴다. 대창은 고기 냄새는 좀 있지만 소창보다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더 있다. 먹으면 먹을수록 중독이 되는 맛이다.

순대국밥은 밥과 대창과 머리고기,순대를 따뜻하게 토렴을 해서 그 위에 양념장을 얹어 뚝배기에 낸다. 송용식 대표는 20살부터 오정동 도축장에서 대양식품을 운영하며 돼지부속물을 손질해서 순댓집에 납품을 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 최고로 통한다. 1997년 농민순대을 오픈했다. 오픈 당시 순대국밥 가격은 3천원. 20년이 지난 지금은 4천원. 소주는 그때부터 2천원이다.

송 대표는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싼 게 비지떡이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는데 먹어보고는 깜짝 놀란다.”며 “순대, 내장은 물론이고 쌀, 고춧가루, 무 역시도 최고만 사용한다. 좋은 재료를 쓰면 맛은 있게 마련”이라고 평범하지만 가장 쉽지 않은 비법을 자신 있게 강조한다.

☎042-256-1191.24시 대전시 중구 문창동9-10 인동교 앞. 순대국밥 4000원

오문창 순대국밥

2. 오문창순대국밥

중리동.17년 동안 최상의 재료 사용해 만든 순대국밥과 족발로 인기 
대전시 대덕구 중리동에서 17년 동안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순대국밥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 입구에는 빠른 손놀림으로 진한 뜨거운 국물에 찬밥을 금방 데우는 토렴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그 위에 소창과 특제 다대기(양념장)을 수북하게 얹어 뚝배기에 말아서 나온다.

수분이 많은 뜨거운 공기밥을 말면 국물이 싱거워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식은 밥을 토렴해서 나오는 것이 맛있다. 파 무침과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새콤한 깍두기를 국밥에 올려 먹어도 괜찮다. 순대 특유의 냄새가 없어 이곳이 순댓집 인가 할 정도로 잡 내가 없고 깔끔하다. 순대는 HACCP(햇썹)인증업체에 맞춤형으로 만든 특제 순대를 사용한다. 두부. 찹쌀, 선지. 당면. 각종 채소를 채워 삶아낸다.

족발은 토종미니족발 뒷발을 사용한다. 국산 미니족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연제우 대표가 아침부터 농협, 목우촌 논산도축장 등으로 직접 가지러 가는 발품을 팔아 국내산만 사용한다.

연 대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위생문제와 예방. 모든 음식을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만들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밥30%.고기70%라는 비율로 푸짐한 양으로 고객들의 성원 보답한다. 모둠순대는 가볍게 한잔 하는 술안주로 최고 인기. 순대.소창.머리고기.오소리감투.암뽕(애기보).염통,간,허파 등 10가지 돼지 부속물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어 술잔을 당기게 만든다.

☎042-621-4325 24시. 대전 대덕구 한밭대로 1155(중리동 203-3).순대국밥 5000원

설천 순대국밥

3. 설천순대국밥

우거지와 부추가 들어간 깔끔한 순대국밥 으로 인기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10년 동안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잡냄새 없는 순대국밥으로 유명한 집. 최근에는 유성 봉명동에 직영점을 오픈했다. 순대국밥은 어디서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이지만 식재료와 정성에 따라 맛은 다르다. 자칫 조금만 소홀하면 돼지 ‘잡내’가 나기 때문이다. 이집은 순대 특유의 냄새가 없어 이곳이 순댓집인가 할 정도로 깔끔하다.

밥과 순댓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이다. 가마솥에 잡 뼈를 전혀 섞지 않고 사골로만 푹 고운 육수에 순대와 소창과 머리고기를 넣고 뚝배기에 끓여 낸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우거지가 들어가는 게 특이하다. 여기에 영양 많은 신선한 부추를 국밥 위에 얹어 건강까지 챙겨준다.

간은 파 무침 대신 새우젓 무침으로 맞춘다. 새우젓과 파. 고추 등을 혼합해 숙성시킨 새우젓 무침은 짭짤하고 매콤해서 국밥에 넣으면 풍미를 더해준다. 특히 국밥과 궁합이 딱 맞는 새콤한 깍두기와 하루 2번씩 담가 손님상에 내는 배추겉절이도 별미다.

모둠순대는 순대와 함께 머리고기와 오소리감투.염통.허파 등이 푸짐하게 나온다.1접시 6천 원 하는 맛순대도 가벼운 안주로 일품. 순대국밥이라고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식사시간에는 주걱으로 만든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김상훈 대표는 전국적으로 소문이 난 탓에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들지만 그럴수록 맛을 지키는 데 더 공을 들이겠다고 한다. 좋은 맛을 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함을 알고 있었다.

☎042-482-4801 24시. 대전 서구 둔산로 51번길 66(둔산동1353)전자랜드 뒤. 순대국밥 6000원

유성순대국밥

4. 유성순대국밥

정인희 대표. 손수 만드는 수제순대와 푸짐한 순대국밥 일품
대전시 중구 석교동 석교주민센터 뒤에는 직접 만든 순대와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 타 지방에서도 찾는 유명세를 타는 집. 외관은 40-50년은 족히 보이는 허름한 기와집으로 입구에는 천막까지 쳐져 있어 마치 시골장터 국밥집 같은 곳이다.

순대국밥은 정인희 대표가 손수 만드는 수제순대가 들어간다. 그래서 순댓집에서 웬만해선 먹어보기 힘든 순대다. 대창에 두부. 찹쌀, 선지. 당면. 각종 채소를 채워 삶아 내는데 어린 시절 먹어봤던 옛날순대다.

순대국밥은 잡 뼈, 머리뼈와 고기로 우려낸 육수로 진하고 구수함을 느낄 수 있다. 보통 국물에 소창을 썰어 내는데 이집은 오소리감투를 비롯해 염통, 간. 머리고기 등으로 내용물이 다르다. 양도 수북하고 푸짐하다. 직접 담근 배추김치 맛은 시골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맛이 일품이다. 파 무침 역시 숙성이 잘돼 양념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정 대표는 '순대의 달인' 소리를 듣지만 유성 한흥집(현 유성할머니순대) 아들과 친구인 연유로 어머니에게 직접 기술을 전수받아 창업을 했다. 어찌 보면 유성 할머니순대의 제자로 볼 수 있다. 80년 대흥동 옛 대전전화국 앞에서 유성순대로 창업해 200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순대인생 36년이 흘렀다. 지금은 아들 정종욱씨가 그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다.
 
☎042-285-3393 1.3.5주 일요일 휴일. 대전 중구 석교동57-12 석교동주민센터 뒤 순대국밥 6000원

천리집 순대국밥

5. 천리집

신성동. 수제 순대로 끓인 순대국밥의 명소
대전시 유성구 신성동에서 2004년부터 직접 만든 순대로 끓인 순대국밥과 순대철판볶음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 밥과 순댓국이 따로 나오는 따로국밥이다. 순대국밥은 국밥에 순대만 넣는 걸 원하면 순대만, 순대+내장, 순대+내장+머릿고기 등 취향에 맞게 주문할 수 있다.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부족하면 리필이 가능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국밥과 궁합이 맞는 깍두기와 김치도 직접 담는다. 이곳이 유명해진 데는 이런 순대를 최옥란 대표가 일주일에 2-3번 새벽에 직접 만들기 때문이다. 소창 속에 당면, 양배추, 선지 등 각종 야채 30여 가지를 넣고 만든 토종야채순대다.

순댓집에서 직접 순대를 만드는 일은 흔치 않다. 순대를 만든다는 것이 힘도 들지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순대를 맛보기 위해 식사시간에는 몰려드는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순대는 최 대표가 일궈낸 눈물겨운 노력의 산물이다. 5-6년 전만 해도 이 근방에는 순대국밥 집이 5곳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천리집만 남았다. 그동안 경쟁구도가 얼마나 치열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모둠순대는 순대를 비롯하여 내장, 오소리감투, 염통, 허파, 간 등이 나온다. 내장은 논산도축장에서 당일 가져와 당일 판매한다. 

순대철판볶음은 철판에 야채순대와 곱창, 양배추, 당근, 양파, 깻잎, 당면 등에 특제양념장을 넣고 볶는다. 돼지누린내가 나지 않고 갖가지 재료가 내는 다양한 맛이 일품. 술안주에도 좋고 밥을 볶아 먹는 맛도 별미다.

☎042-864-3880.연중무휴. 대전 유성구 신성남로 127(신성동125-3) 애경종합기술원 앞. 순대국밥 6000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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