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파격과 모험이란 승부수를 기대하며

야권
그는 참 매력 있는 도지사다. 나이도 젊은 데다 유창한 말솜씨도 강점이다. 물러섬 없는 추진력에 강단도 있어 뵌다. 자신의 정치 철학과 소신을 당당히 밝히는 모습은 차기 대권 후보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남경필(51) 경기도지사 얘기다. 남 지사는 얼마 전 서울대 정책포럼에 참석해 잠룡으로서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특히 그의 색다른 도정운영 방식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정무부지사의 기용이다. 남 지사는 이날 ‘협치’에 대한 자신의 지론을 청중들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을 남과 나누는 것이 협치다. 정치에서는 권력이다. 그 권력은 인사와 예산권을 나누는 것이다. 정당은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 목표다. 그 최고의 목표를 공유하고 나누는 것이 협치다. 경기도는 도지사는 새누리당인 저이지만, 부지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연정부지사가 임명돼 있다. 제가 한 게 아니라 민주당에서 투표로 뽑아서 제게 추천했다. 대략 30%정도의 산하기관 인사권을 드렸다. 거의 모든 예산을 같이 논의하고 인사도 논의한다. 그러니까 협력이 된다."

동갑내기 남경필과 안희정이 다른 점

이날 안희정(51) 충남도지사도 참석했다. 안 지사도 지난 6년의 충남도정이 빚어낸 성과를 홍보하면서 ‘성공한 도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 애썼다.

"도정을 펴면서 지역 환경개발을 할 때마다 개발을 반대하는 사람과 찬성하는 사람이 싸운다. 환경영향평가 결과란 제도에 따라야 하는데, 법과 정의의 규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법치를 집행하고 이 법치가 사람들의 상식에 부응할 때만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도내의 많은 개발과 환경의 대립된 가치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엄격하고 공정하게 운영했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환경평가서가 5년, 10년을 끌었다. 환경부와 충남도는 부적합 의견으로 부결시켰다."

지난 달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안 지사가 지난 6년간 충남도정이 거둔 성과와 함께 향후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1월 1일. 충남 청양군 주민들이 충남도지사실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청양군 강정리 석면·폐기물공동대책위원회 주민 6명이다. 이들은 도지사실을 점거하고 석면피해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 안 지사와의 면담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건 안 지사와의 담판이 아니었다.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됐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된다,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이뤄진 것이 하나도 없다. 기다리고 믿는 것도 한계가 왔다. 석면업체의 불법행위를 중단시키는 것은 물론 폐쇄시키겠다고 확답을 하기 전에는 도지사실을 떠나지 않겠다.”

"동네일도 못하면서 무슨 나랏일을 하려냐"

의미심장한 말도 튀어 나왔다. “동네일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나랏일을 하려 하느냐.” 이들이 도지사실을 2시간여 점거하고 있는 동안 안 지사는 어디서 무얼 했을까.

민선6기 충남도정에 참여해 온 안 지사의 정무라인이 속속 사표를 제출했다. 정책기획관실 정책협력팀장과 공보비서관실 정무비서가 나갔다. 이들은 대선 캠프에 합류하거나 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보비서관실과 홍보협력관실 미디어센터, 메시지팀 소속 인사들도 안 지사의 대선 출마 공식 선언과 맞물려 캠프에 합류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정무라인이라고는 하지만, 이들이 빠진 자리에 경기도와 같은 ‘파격’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그것이 설령 ‘모험’일지언정 ‘정책의 공유’란 점에서 시도해봄직 하다.

내치와 외치의 '파격과 모험', 남은 승부수

안희정, 그는 지금 충남도지사다.(안 지사 페이스북)
공무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충남도 공무원노조연맹은 안 지사에게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도지사가 시간이 없다면서 만나주질 않는다. 안 지사는 어찌 공무원 노동자들을 외면하나”고 비판했다. 도정에서도 직원들을 중심으로 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 지사는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도 지지율이 답보 상태다. 경쟁 중인 야권 잠룡들은 치솟는 지지율이 안 지사에게만은 적용되지 않는 분위기다. 친노(친노무현)의 태생적 한계에 더해 ‘치고 올라갈만한’ 이슈마저 없기 때문이다.

잦은 외부 강연과 정치 행보만이 능사가 아니다. 지금 안 지사에게는 내치와 외치 모두에서 승부수를 던질 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이 안 지사에게는 터닝 포인트다.

‘파격’과 ‘모험’이 궁극적으로 긍정의 파급력을 가져올 때 비로소 ‘콜라보(Collabo, 협업)’가 가능해지고, ‘네이션(nation, 국가)'도 이룰 수 있다. 물 들어올때 노저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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