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프로세싱 중단, 제3자 검증’ 풀어야 할 숙제

대전의 원자력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는 정용환 원자력연구원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

대전에서 ‘사용 후 핵연료’ 반입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자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연구원)이 공식적으로 외부반출을 약속했다. 다만 연구원측은 원자력 안전성 논란에 대해 “비밀, 은폐 등은 과도한 지적”이라며 “정부기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계속 공개해 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용환 연구원 원자력재료기술개발단장은 26일 오전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용 후 핵연료’ 보관 경위와 향후 반출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정 단장은 그 동안 언론 등을 통해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명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연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1987년 4월 고리발전소에서 폐연료봉 179봉을 들여오기 시작해, 2013년 8월 한빛원전에서 8봉을 반입하기 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폐연료봉 1699봉을 들여왔다.

이처럼 많은 양을 반입한 이유에 대해 정 단장은 “2000년 이전 폐연료봉을 낱개 단위로 분리해 이송할 기술을 갖추지 못해 18개나 36개 단위로 묶여 있는 집합체를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2000년 이전, 1개의 폐연료봉 연구를 위해 36개들이 집합체 전체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반입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다만 연구원측은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는 향후 3~5년 내에 폐연료봉 발생지인 발전소 등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한수원 등 관련기관과 합의까지 끝마쳤다는 것.

정 단장은 “연구목적 외 폐연료봉이 약 95%를 차지하는데, 이를 반출시키기 위해 밀봉 특수용기를 개발하고 안전성 평가 등을 받는데 최소 3년 정도가 걸린다”며 “봉(낱개) 단위 폐 연료봉은 3년 뒤부터 반출이 가능하고 집합체는 5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필요한 예산은 약 200억 원 정도로 추산했다.

원자력 이슈에 대한 반향을 보여주듯, 이날 원자력연구원의 기자간담회에 많은 언론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연구원 설립목적상 향후에도 소량의 폐연료봉 반입은 불가피하고, 특히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연구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이 연구원측의 설명이다. 다만 “폐연료봉 반입규모는 연구목적에 부합하는 소량으로 제한하고,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역시 1년에 폐연료봉 약 2㎏ 정도만 사용하는 실험실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정 단장은 설명했다. 

그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가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세슘 등 독성가스 발생가능성 때문인데, 실험실 공기를 100% 포집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위험성을 최소화할 것”이라며 “(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국가 에너지전략상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원이 ‘사용 후 핵연료’ 반출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대전 최대 이슈로 떠오른 원자력 안전성 논란이 매듭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여론에 떠밀린 늑장대처’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정 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다면, (폐연료봉) 반출계획이 수립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아울러 폐연료봉 추가반입 중단,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중단, 제3자 검증기구 설치 등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연구원측이 난색을 표명하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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