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헌석의 예술계 산책] 이춘아 새 대표이사에게 제언한다

1. 새 대표이사는 자유롭다

대전문화재단 신임 이춘아 대표이사의 선출과 취임을 축하한다. 일부 문화계에서 자격시시비비가 있었고, 언론보도에서도 정치적 결정이라는 추정을 기사화한 바 있다. 이는 오히려 대전문화재단과 관련된 여러 전비(前非)와 무관할 수도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직언하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선임된 대표이사는 존중받아야 하고, 그가 소신껏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헌석 전 대전문인협회장·문학평론가 겸 아트리뷰어
그는 취임과 함께 <기관의 입장이 아닌 시민과 예술가 입장에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재단 운영방향은 ‘문화정책 기능강화’ ‘문화인력 전문성 증진’ ‘문화공간의 활성화’ 등이다. 또한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약속들은 대표이사의 약속이기도 하지만 ‘대전문화재단 고객서비스 윤리헌장’에도 적시되어 있다. <대전문화재단은 시민 누구나 문화를 즐기는 대전을 위하여 다양한 문화사업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펼쳐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관>을 지향하고 있으며, 몇 개의 각론을 열거하고 있다.

<신뢰받는 기관>을 지향하는 대전문화재단의 이춘아 신임 대표이사는 그 동안 회자되고 있는 대전문화재단의 여러 전비(前非)에서 자유롭다. 그로 인해 과감하게 시정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몇몇 전비(前非) 중에서 쉽게 시정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제시한다.

2. 작은 역사도 정직해야 한다.

‘거짓을 깨어 버리고 바른 길을 나타내는 것’을 파사현정(破邪顯正)이라 한다. 대전문화재단의 전비(前非) 중에서 시정해야 할 것은 이렇게 큰 용어가 필요하지도 않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기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거짓을 기록한 것이 문제이다. 오랜 기간 ‘누군가는 바로잡겠지.’라는 기대를 하였지만 당시 시장에 대한 아부성 기록은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

대전문화재단 홈페이지 1면 상단에 ‘재단소개’를 클릭하고, 다시 ‘조직도’를 클릭한 후 ‘이사/감사’를 클릭하면, 1~4기의 이사/감사 명단과 사진이 나타난다. 상단에서 ‘제1기’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은 명단과 사진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는 한 마디로 거짓이다. 임의로 붙인 번호 중에서 ②번 박강수 대표이사만 진실이다. 다른 번호가 ‘거짓’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대전문화재단 홈페이지 1면 상단에 ‘재단소개’를 클릭하고, 다시 ‘조직도’를 클릭한 후 ‘이사/감사’를 클릭하면, 1~4기의 이사/감사 명단과 사진이 나타난다. 상단에서 ‘제1기’를 클릭하면 명단과 사진이 나타난다.
① 이사장 염홍철은 거짓이다. 대전문화재단 ‘연혁’에 보면, * 2009년 9월 23일 법인 설립허가, * 9월 24일 법인 설립 등기, * 9월 25일 박강수 대표이사 취임 * 11월 6일 창립기념식 등으로 역사가 기록되어 있다. 당시 정관에는 대전광역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인데, 2009년에는 박성효 시장이었다. 염홍철 시장의 임기는 2010년 7월 1일부터였다. 시장에 당선되기 전년부터 대전문화재단의 이사장을 맡을 수 있었을까?

③ 이사 명단도 거짓이다. 2009년 법인 설립 등기에 따른 이사 명단은 다음과 같다. 김백겸 김선미 김영관 김진원 김형태 남재동 류인석 리헌석 손외수 손중호 송병희 안기호 양홍규 오정섭 윤인숙 이상걸 이시구 장인순 장정민 조성남 조웅래 최남인 최상권 장시성(국장) 등이다. 재단은 2009년에 창립하여 운영되었고, 염홍철 시장은 2010년 지선에서 선출되었다. 염 시장에 의해 새로 보임된 문화예술과장이 <새 시장에게 재량권을 주자.>는 제의로 모든 이사들이 일괄사표를 제출하였다. 당일 백지에 연명하였고, 후일 재단 사무국에서 개별적으로 다시 받아 갔다. 창립 당시 이사 4명의 명단이 중복되어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확인하지 않았다.

④ 감사 명단도 거짓이다. 1명의 외부 인사와 문화예술과장이 당연직으로 구성되었는데, 당연직 감사는 염홍철 신임 시장의 인사이동에 의해 새로 부임한 사람 이름이다. 따라서 창립 당시의 제1기 감사 명단도 사실이 아니다.

어느 대표이사에 의해 거짓 기록된 ‘연혁’ 안의 ‘이사/감사’ 명단인지 우리는 모두 알고 있고, 누구에게 아부하기 위해 거짓을 역사로 둔갑시켰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에서 자유로운 권선택 시장, 그리고 새로 선임된 이춘아 대표이사는 명명백백하게 바로잡을 수 있다. 어려운 일도 아니니, 미룰 일이 아니다. 작은 일부터 거짓을 바로잡는 일이 시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첩경이다.

3. ‘2015년’처럼만 하지 않으면?

대전문화재단의 여러 역할 중에서 예술가, 예술단체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은 <예술창작·활동 지원>일 터이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과 소외에 좌절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이 모인 단체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재단의 지원은 지역 예술가와 예술단체에게 목마른 사람에게 건네는 생수와도 같다.

문화재단에 충분한 재원이 마련되어 목마른 모두에게 충분한 물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그러나 목이 마른 사람은 많고, 나누어야 할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정을 위한 심의과정이 도입되게 마련이다. 지원을 받는 예술가·예술단체가 있는가 하면, 지원을 받지 못하여 서운한 예술가·예술단체가 있게 마련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에게 부탁한다고 해도,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방안 마련은 난망할 터이다.

그러나 창작에 몰두하는 예술가들은 대체로 단순하다. 지원에 대한 원칙과 심사의 공정성이 담보된다면, 당장은 서운해도 다음해를 기약하며 창작의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다만, 이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좌절하기도 하고, 거칠게 항의하기도 한다. 따라서 심사 규정과 심사위원의 위촉이 예술가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가장 시끄러웠던 2015년의 심사위원 위촉에 대하여 확인하면서,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대전문화재단 이춘아 신임 대표이사에게 제언한다.

여러 예술 분야 중에서, 필자가 속한 문학 분야를 예로 들겠다. 다른 분야도 거의 유사한 경우다.(단, 필자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대전문화재단에 한 번도 지원을 신청한 사실이 없고, 필자가 대표로 있는 단체에서도 여러 사업을 시행했지만, 한 차례도 신청한 바 없으며, 당연히 수혜를 받은 바 없음을 밝힌다. 지원을 신청하였다가 타락하거나 제외되어 이 글을 썼다는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① 심사위원 5명 중에서 4명이 대전지역 외의 사람들이었다.
② 대전 심사위원 1명도 대표이사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교수였다.(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③ 또 우연일까, 대전지역의 심사위원 1명과 관계가 있는 단체의 지원 금액이 높고, 여타의 단체는 지원 금액이 적거나, 아예 지원 자체가 제외되어 지역 문학단체를 학살하였다는 중론들이다. 이에 대해 대전지역 심사위원이 실명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일일이 적시할 용의도 있다.

지방자치가 실현된 지 얼마이고, 지역문화재단이 설립된 지 얼마인가? 대전문화재단 초기에는 심사위원을 대전지역 예술가들로 구성하였다. * 개인 창작 관련 지원을 신청한 예술가, * 지원을 신청한 단체의 장이나 부 단체장, * 특정 대학 교수들의 중복, * 한 단체 인사들의 중복, * 전년도 심사위원 역임자 등을 제외하고, 중진 예술가들을 심사위원을 위촉하였다. 일부에서 불만이 없지 않았지만, 2015년에 비하면 천양지차(天壤之差)였음을 밝힌다.

가장 큰 문제는 대전지역 심사위원 1명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을 때로 보인다. 지역 예술가 5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다면, 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형성하여 불만 또한 줄어들 것이다. 지방자치 시대의 지방 문화재단의 일은 지역 예술가들에게 맡겨도 충분하다. 언제까지 자기 지방의 예술가들을 믿지 못하고, 자기 지방 예술가들의 능력을 폄하하고,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책임을 외부 심사위원에게 전가할 것인가.

신임 대표이사는 ‘전년도 2015년’처럼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비난받을 일도 없을 터이고, 몇몇 예술문화인들과 언론이 걱정하던 기우도 사라질 것이다. <대전문화재단은 시민 누구나 문화를 즐기는 대전을 위하여 다양한 문화사업을 성실하고 투명하게 펼쳐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관>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대표이사 역시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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