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시행 첫날 “위법사례 되지 말자” 보신주의 팽배

대전시청 지방기자실 모습. 자료사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대전지역 언론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대전시청 등 출입처를 중심으로 그동안 언론에 암묵적으로 제공돼 왔던 각종 편의가 법시행 첫날부터 사라졌다. 광고·협찬 등 업무관행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점심시간의 풍경부터 확 달라졌다. 특정 사안을 취재하는 기자와 담당 공무원들이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취재를 하고 이에 응대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시청과 교육청 등 기관 공보실에서 기자들의 점심 식사를 챙기던 모습도 앞으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식사비용을 누가 얼마만큼 지불하느냐를 떠나 아예 위법소지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심지어 기자실에 비치돼 있던 과자와 커피, 음료 등 다과류도 자취를 감췄다. 대전시 공보관실 관계자는 “통상적인 업무범위에서 오·만찬 간담회를 가질 수 있지만, 당분간 이를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법시행 초기 오해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과거엔 언론보도의 수위를 놓고 기자들과 담당공무원, 또는 공보관계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론 이 같은 풍경 또한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정청탁의 범주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금액을 떠나 이 같은 협의를 위해 식사를 하거나, 소액의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도 불법에 해당된다.

대신 언론중재위원회 정정보도 요청 등 공식적 경로를 통한 다툼이 늘어날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오랜 ‘기자실’ 관행 중 하나였던 언론사 ‘부스(칸막이 책상)’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언론을 위한 편의제공이 금지되는 만큼, 출입기자로 등록한 모든 기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비고정형 좌석제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공보실 관계자의 전언이다.

대전시의 경우, 출입기자들에게 제공해 왔던 주차장 무료이용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전시청 부설주차장 관리 및 운영규칙’에 관련 근거가 마련돼 있는 만큼, 김영란법에 따른 불법적 편의제공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언론사 광고협찬 업무의 창구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방언론의 열악한 현실상 출입기자가 광고협찬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김영란법에 따라 앞으로 이 같은 업무병행이 어렵게 됐다. 대전시와 시의회 등 기관들은 앞으로 모든 광고업무는 출입기자가 아닌 광고국 직원과 협의하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

기존 관행을 상당부분 깨야하는 만큼,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인들과 공직자들은 “투명사회로 가자는 취지인 만큼, 큰 틀에서 법시행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법시행 초기 위법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난해한 관행들이 많은 만큼, 무조건 조심하고 보자는 보신심리가 팽배한 상황이다.

지역 언론의 한 기자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론개혁을 주창하며 관언유착의 상징인 폐쇄적인 기자실 문화를 개혁하겠다고 나섰지만, 언론계 반발에 부딪혀 사실상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법의 강제력에 의해 일부 기자실 개혁이 이뤄지게 된 점을 반겨야 할지 말지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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