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비교통전문가의 세종시 트램 제언

#1. 자기부상열차(지상고가)냐 트램(노면전차)이냐. 도시철도 2호선 건설방식을 놓고 인근 대전에서 수년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권선택 대전시장이 트램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적정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왜 논란이 벌어지고 있을까? 정부가 중전철(지하철)에 대해선 예산지원을 하지 않고 있어서다. 어떤 도시가 대량 수송이 가능하고 신속성, 편리성, 안전성이 보장된 지하철을 마다하랴. 지하철 건설에 대한 국고지원이 원천적으로 차단됐기 때문에 모노레일, 자기부상열차, 트램 등 경전철을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논란의 근본적 이유다.

부산도시철도 4호선, 대구도시철도3호선이 경전철로 건설됐으며, 광주도 저심도(低深度) 경전철로 건설방식을 확정했다. 사업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부 구간은 노면이나 지상고가를 병행키로 했단다. 창원시는 도시철도 계획을 아예 폐기했다. 경전철 건설방식으로는 시내 간선도로 2개 차선을 빼앗을 수밖에 없어 기존 교통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전 도시철도 1호선(지하철)을 세종시까지 연장한다는 세종시와 대전시의 공동 구상이 나왔다. 1단계로 반석역에서 정부세종청사 구간(13.6㎞)를 잇고, 2단계로 정부세종청사~오송역 구간(14㎞) 연장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얼마 전 매일경제의 단독 보도내용이다. 자사 주최로 열린 대전CEO포럼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이 언급했고 권선택 대전시장이 공감했다는 게 골자다.

이후 출처 미상의 세종시 지하철 예상 노선도가 확산되고 아파트, 상가분양의 호재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이른바 3생활권이 ‘지하철 역세권 수혜지역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돈다. 이 시장은 “장기 추진 과제인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하반기 발족하는 ‘대전‧세종연구원’의 1순위 과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내가 보기엔 어처구니없다. 아무리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갖는 상징성을 과장한다고 해도 지하철 연장은 불가능한 얘기다. 국토부 차관과 초대 행복청장을 지낸 이 시장이나 행정 엘리트 코스를 밟은 권 시장이 이를 모를 리 만무하다.

#2. BRT가 거침없이 도심 전체를 내달리는 유일한 도시가 세종시다. 하지만 중앙로를 혼자 차지하는 이 버스가 심심찮게 불평 대상이 되곤 한다. 전용차로 때문에 승용차가 달리는 도로가 좁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7월 20일 개통한 대전역~오송역 간 BRT(간선급행버스). 대전시가 지난 2003년 도입 여부를 검토했다가 폐기한지 13년 만에 첫 선을 보였다. BRT 이용자는 편리하겠지만 개통까지 진통이 컸다. 오정동 공구상가 등 주변상인들이 주‧정차불편, 내방객 감소 등을 호소하며 반발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전용차로 건설 중에는 몰랐다가 일이 끝난 뒤에야 심각성을 알았다. 그래서 갈등의 골이 더 깊었다. 이 과정에서 담당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확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민원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는 얘기가 들렸다.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고 건설한 세종시에서 조차 중앙전용차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는 마당에 멀쩡히 일반차량이 다니던 도로를 없앴으니 지‧정체가 심해지고 민원이 폭증할 수밖에 없다. BRT가 국내 대도시 중 서울을 제외하곤 성공 사례가 거의 없는 이유다.

BRT가 뭔가? 흔히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들 한다. 전용도로와 전용 신호체계(우선 신호) 등으로 지하철 못지않은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물론 당초 약속과 달리 계획인구의 약 70%가 집에서 도보로 5분 이내에 BRT정류장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불편한 진실이다. 지하철이라고 해서 다를까.

적어도 세종시에서만큼은 BRT를 ‘땅 위의 지하철’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세종시 BRT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도시철도는 아니지만 도시철도와 동등한 개념으로 국가예산이 투입됐다는 사실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최초 설계자들이 대중교통 중심축으로 지하철을 포함한 도시철도를 처음부터 배제한 것은 아니다. 수반되는 경제비용, 보다 이상적인 도시구조 등을 고려해 BRT로 결정했을 뿐이다. 중앙부처 및 산하기관 종사자들로만 도시를 채울 수 없기에 인구유입 용이성도 고려한 게 분명하다. 애초부터 지하철이 뚫렸다면 공무원들부터 교육, 의료 등 모든 정주여건을 갖춘 대전에 둥지를 틀 게 불 보듯 훤하지 않은가.

이미 도시철도 개념으로 재정이 투입된 마당에 정부가 세종시만 특별히 ‘중복투자’에서 예외 시켜줄 것이란 기대는 지나치게 순진하다. 지하철을 포기하고 논란 끝에 경전철을 도입했거나, 아예 도시철도를 포기한 많은 도시들의 반발만 살 일이다. 세종시에 부여되는 각종 지원책까지 형평성 운운하며 딴죽을 걸고 나설 게 뻔하다. 이 또한 이 시장이나 권 시장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3. 요약하면 지하철은 건설비, 운영비 대비 경제적 타당성이 없고, 세종시는 이미 도시철도 개념으로 BRT를 도입했기 때문에 비슷한 노선에 중복투자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단언컨대 세종시와 대전시가 추진해보겠다는 대전도시철도 1호선 연장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유입인구 증가에 맞춰 현재의 BRT를 보다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경전철 시스템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싶다. 전용차로에 궤도를 설치하고 1편성 당 3~4량만 운행하면 한꺼번에 300~400명씩 수송이 가능하지 않을까? 오송역~반석역 구간은 (가칭)세종시대중교통공사가, 대전역~오송역 구간은 대전도시철도공사가 각각 운영을 맡으면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행복도시가 목표인구(50만 명)를 채우고 적지 않은 이동 인구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타당성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도시철도 건설비용은 국가예산을 60% 지원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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