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이해찬의 악취 민원에 세종시 ‘발칵’

이해찬 국회의원(세종시, 무소속). 자료사진

최근 은퇴한 도시민들의 귀촌, 귀농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음울한 콘크리트 빌딩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던 은퇴자들이 탁 트인 전원을 벗 삼아 호젓하게 인생을 되돌아보고자 하는 욕구를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농촌을 치열한 삶의 현장이 아닌 ‘그림 속 풍경’으로만 이해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 귀촌 귀농을 감행한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농업을 만만하게 봤다거나, 시골살이의 번거로움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귀농, 귀촌의 실패 사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변 이웃인 토착민들과의 갈등이라고 한다. 외지인을 경계하는 농촌마을 특유의 공동체의식, 법과 규칙보다는 관습과 관계를 중시하는 정서, 이런 것들이 귀농 귀촌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해법은 단 한 가지다. 귀농 귀촌을 위해 농촌으로 들어가는 도시민은 농촌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한 사전 준비, 공부를 철저히 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사실, 귀농 귀촌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상식으로 통하는 이야기니, 이쯤에서 서두는 접어두기로 한다.

국무총리를 지내고 7선 고지에 오른 이해찬(64. 세종시) 국회의원은 농촌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한 공부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세종시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세종시 전동면 미곡리에 전원주택을 마련한 이 의원이 인근 밭에서 나는 퇴비냄새 때문에 역정을 냈다고 한다.

지역 농민 한 명이 300평정도 되는 밭에 아로니아를 심기 위해 퇴비를 부었는데, 그 냄새가 주변에 진동했던 것이다.

결국 이 의원이 민원을 제기했고 세종시 간부 공무원 여럿이 나와 현장을 파악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 농민이 밭에 뿌린 퇴비를 수거하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 됐다는 것이 보도의 얼개다.

당장 ‘이 의원의 갑질이 아니냐’는 수근거림이 지역사회에 일고 있다는 후문이다. 만약 이 의원이 아닌 보통의 귀농·귀촌자가 비슷한 민원을 제기했다면 농민이 퇴비를 수거하는 일까지 벌어졌을지 의문이다.

다른 권력자들의 전횡과 비교하면 애교(?) 수준의 ‘갑질’이라 넘겨버릴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 농촌정서가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는 세종시에서 벌어진 일인지라, 이 의원에게 향할 실망감을 ‘애교 수준’으로 치부하기 어려워 보인다.

‘농촌민심의 이반’ 뿐이 아니다. 그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소위 진보성향의 시민들까지도 이번 사건에 대해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정말 사실인지, 정치적 비판자들이 뭔가 와전시키고 곡해한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클 수밖에 없다.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온 이 의원의 인생행로, 사람 중심의 정치를 표방해 온 그에게 이번 ‘갑질 사건’은 변명하기 힘든 오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총리시절 그가 겪었던 골프파문 보다 더 큰 오점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직에 있는 사람이, 특정한 날 그 업무를 소홀히 하고 골프를 즐겼다는 것은 ‘업무태만’ 정도의 일이지만, 이번 사건은 본인의 의도를 떠나 그의 권력 또는 권위가 민원해소를 위해 작용했고, 민원상대자인 이웃의 마음에 상처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 후과가 더 클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013년에 세종시 전동면에 땅을 마련하고 그 위에 주택을 지어 2015년부터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 필자를 포함한 지역 기자들을 전동면 집으로 초대해 작은 텃밭을 일구며 느끼는 전원생활의 뿌듯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평소 무뚝뚝한 그의 인상과 달리 그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주말농장을 7~8년 정도 경험한 얼치기 농사꾼인 필자가 감히(?) 이 의원에게 조언 드린다. 도시민의 후각으로 퇴비 냄새는 악취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농민들은 그 냄새가 키워낼 ‘땅의 선물’을 생각하며 웃음 짓는다. 웃음은 나지 않더라도, 부디 그 냄새를 탓하지는 마시라.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