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짧은 바지를 즐겨 입던 김 모씨는 얼마 전부터 다리에 붉은 반점이 생겨 어쩔 수 없이 긴 바지를 입고 다녀야 했다. 내버려두면 반점이 금방 사라질 것으로 생각했던 김 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점이 점점 심해지자 단순한 피멍이 아님을 눈치채고 병원을 내원하게 됐다. 병원에서는 김 씨에게 ‘자반증’이라 진단을 내렸다.

면역이란 몸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가지고 있어야 할 필수적인 요소다.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환경 속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먼지, 기생충, 곰팡이 등 수많은 위험 물질들이 널리 퍼져 체내에 침입하려 하고 있다. 면역세포는 이런 이물질들을 물리쳐 우리 몸을 지켜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러한 면역세포는 골수로부터 태어난다.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상태가 나빠졌을 경우 비정상적인 면역세포가 태어나 공격해야 할 대상을 외부의 이물질이 아닌 신체 조직으로 오인하게 된다. 이와 같은 상태를 일으키는 질환을 자가면역질환이라 부른다.

흔히 피멍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자반증 역시 자가면역질환의 하나다. 이 질환은 전신의 피부, 점막, 장기에 점상, 혹은 반상출혈이 생기며 주로 5, 6세의 어린아이들에게서 높은 발생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대에서 4, 50대 사이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 질환은 혈소판의 감소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혈소판은 혈액의 응고와 지혈을 담당하는 혈액 내 성분을 가리키는데, 자가항체와 결합한 혈소판이 파괴돼 감소하므로 혈액의 응고능력이 저하되고 피부나 점막의 모세혈관에 출혈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혈소판 감소증이라 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인 자반증을 흔히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이라 부른다. 게다가 이에 의해 나타난 반점은 색이나 형태가 피멍과 비슷하므로 착각할 수도 있지만, 위험성은 피멍보다도 높다.

반점은 신체구조 특성상 주로 피가 몰리기 쉬운 다리나 발에 많이 생긴다. 증상이 악화할수록 점점 엉덩이, 배, 팔을 따라 위로 올라오게 되며 만성화될 경우에는 전신에 작은 반점이 나타나고 반점의 크기가 퍼진다. 더구나 질환이 심해지면 신장을 침범해 신부전이나 당뇨병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수 주 정도가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혈관의 이상이 동반되었을 경우 오래 지속하거나 평생 남아있을 수도 있으므로 병원에서 정밀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검사 후 질환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을 때는 면역체계를 회복시키는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자반증을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 질환으로 보고 면역체계를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근원적인 치료를 시행한다. 탕약 등의 한방치료는 면역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치료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지스한의원 광주점 서진우 원장은 “탕약은 체내에 과다하게 쌓인 열독을 해소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골수에 원기를 보충해 활동력을 키우고, 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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