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쿤이 있는 풍경, 블라인드 앨리에는 소소한 행복이 있다.

한 블록 건너 카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거리에는 카페가 즐비하다. 대형화된 프렌차이즈 부터 개인이 작게 운영하는 곳 까지 다양하다. 크고 작은 카페들이 차고 넘치다 보니 저마다 자신만은 특별함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중 숙대에서 ‘라쿤’을 만나 볼 수 있는 카페가 있다고 해 찾아가 보았다.
‘블라인드 앨리’ (blind alley) 직역하자면 막다른 골목 이란 말이다. 카페 이름으로 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직접 찾아가보니 왜 이름이 그러한지 알 수 있었다. 정말로 막다른 골목길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색카페 기획취재를 하면서 만난 라쿤카페 ‘블라인드 앨리’ 한송이 대표의 철학과 소신에 대해 들어보았다.<편집자>

- 인테리어가 예사롭지 않다. 블라인드 앨리만의 특별함을 나타내는 것인가.
“맞다.(웃음) 명칭에 걸맞게 시간이 멈춘 골목길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디자인했다. 동국대 학생들이 창업한 ERON 이미지 조명부터 뉴욕의 맨홀 뚜껑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어크로스 디자인사의 현관매트, 일본의 예술가 유코라우와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 존 W 골드 예술작품들, pipe ledde사의 파이프선단까지 숨겨진 인테리어 소품들이 굉장히 많다. 알아봐주니 감사하다.(웃음)”
  
-특별히 라쿤(너구리)카페를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처음부터 라쿤카페로 문을 연건 아니다. 라쿤 2마리를 키우면서 시작하게 됐다. 특히 밀크(하얀 라쿤)는 모피재료로 거래될 순간 구조해온 아이다. 목에 올가미 자국까지 선명했었다.

이 아이들을 집에 두고 카페로 나올 수가 없어 데리고 나왔는데 그게 점점 소문이 나면서 라쿤카페라고 알려진 것 같다. 다른 애니멀 카페처럼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 이유도 그러하다. 라쿤을 만지고, 놀기 위한 곳이라기 보단 힘들고 지친 일상을 탈피해 이 아이들을 보면서 힐링 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카페 공간과 라쿤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 놓았다. 애견 카페와 같이 만지고, 함께 노는 모습을 상상하고 온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이 아이들은 자신들 만의 공간에서 자도 자고, 가끔은 숨기도 한다. 또 라쿤의 특성상 주머니 속을 뒤져 물건을 가져가거나 물릴 수도 있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장난으로 입질을 해 다칠 우려가 있어 16세 미만 아이들은 라쿤방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데.
“숙대(숙명여대) 근처다 보니 원래는 대학생들이 많이 방문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외국인들이 많이 오고 지금은 방문 고객 중 70%가 외국인 손님이다. 나도 신기해서 어떻게 알고 왔는지 한번 물어봤는데 한국에 가면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되어 구글에 우리 카페가 올라가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팬 카페도 따로 만들어져 있다고 들었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는 공간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고 하니 감사하고, 뭔가 좀 더 세심하고, 주의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의 차별성도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앞서 얘기 했듯이 처음부터 라쿤 카페로 문을 연건 아니다. 오히려 맛있는 카페로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다.

특히 자부하는 것은 여기서 판매되는 음식 모두 수제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빙수에 올라가는 팥, 연유부터 샐러드에 들어가는 니코타 치즈, 요거트, 에이드에 들어가는 자몽청, 레몬청까지 모두 직접 제조하고 있다. 때문에 메뉴에 대한 자신감은 무엇보다 크다. 손님들의 맛 평가 피드백도 늘 듣는 이유도 그러하다.

또 매주 로스팅된 원두를 사용하는데 바로 브라질 ‘옐로 버번(yellow bourbon)’이다. 붉은 색을 띄는 일반적인 커피 열매와 달리 노란 열매를 맺는 버번 커피는 재배가 까다롭고 생산량도 저조하다. 그 맛이 맑고 달콤해 ‘버번 플레이버’라고도 불리고 견과류 향과 초콜릿 향이 좋다. 카페는 커피가 무엇보다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두에 제일 많은 공을 들였다.“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가
“뭔가 대단히 거창한 것 바라진 않는다. 소소함이 주는 행복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바쁘게 살고 있는 이들이 잠깐 멈춰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달콤한 이이드 한잔 빙수 하나면 웃을 수 있는, 기쁜 일이 있으면 여기에서 그 한 장을 기록해 갈 수 있는 카페면 좋겠다.

하나만 덧붙이자면 인간이 지구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지 않나. 모든 만물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데 그 중 이 작은 공간에 라쿤이라는 작은 동물들이 있다. 이 아이들을 보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혼자가 아닌 함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기에 오면 추억도 생기고 작은 친구를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 라는 말을 하며 문을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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