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온양2동 먹자골, 중국인 거리 변모…슬럼화 대책 필요


임대료가 저렴한 거리에 독특한 가게들이 모여 입소문을 타고 명소가 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거나 가게를 인수해 버려 상인들이 떠나간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임대료 상승으로 기존 영세 상인들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충남 아산시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온양2동, 옛 용화동 먹자골목이라 불린 거리(온화로 11번길) 이야기다. 식당, 주점, 숙박시설까지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이 일대는 한 때 시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유흥거리로 불야성을 이뤘다. 상가 뒤에는 원룸, 다세대주택 등 신식 시설의 주택가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번화가가 형성됐다. 벌써 1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다.

인근 신용화동(용화동 택지정비지구 상가) 상권이 활성화 되면서 이 거리는 9시만 넘으면 어두워지고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몇몇 유흥업소의 간판이 거리를 밝힐 뿐 생기 넘치던 모습은 기억의 뒤안길에나 존재하는 잔상일 뿐이다. 그렇게 상권이 침체되면서 주택가 임대료가 떨어지고 구도심 공동화의 전형적인 길을 걸었다. 

그런데 최근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예전 전성기 때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저녁 시간에도 꽤 많은 상가들이 불을 밝힌다. 달라진 게 있다면 한글 간판을 중국어 간판이 대체했다는 정도. 특히 양꼬치 집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또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이곳이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중국인들이 많다.

사정은 이렇다. 상권 쇠퇴로 사람들이 떠나면서 임대료가 싸졌고 이 틈을 외국인, 그 중에서도 중국 국적 사람들이 채우게 됐다. 건물주들은 빈 상가로 두느니 싸게라도 중국인에게 세를 주고, 이들은 중국 교포들을 겨냥해 식당을 열었다. 이 거리가 자연스럽게 ‘아산의 차이나타운’, ‘아산시 양꼬치 골목’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올해 6월말 인구현황을 기준으로 아산시 인구는 31만5855명이다. 이중 1만3625명이 외국인으로 4.3%를 차지하고 있다. 온양2동은 전체인구(8894명) 중 외국인(656명)이 7.4%로, 시 전체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외국인노동자들이 거취를 이동할 때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유동성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인 떠난 상권 중국인이 대채…도시재생 방향 고민해야


실제 이 동네를 다니다 보면 어떤 골목은 중국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더 자주 들린다. 이젠 세를 살던 중국인이 돈을 벌어 집이나 상가를 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을 위한 전용 당구장, 전용 식당, 전용 식용품점도 들어섰다.

그런데 뭔가 불편하다. 아니 불안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다. 분명 거리에 사람이 늘었는데 슬럼화 현상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범지역이 되고 있다. 외국인이 연루된 칼부림 같은 과격한 사건도 곧잘 발생한다. 새벽에 고성으로 중국말로 싸우는 소리도, 이른 저녁부터 문신을 한 술에 취한 남성이 길거리에 걸터앉아 중국말로 중얼거리는 모습도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숫자상으로도 아산시의 외국인은 매년 늘고 있고 외국인 범죄도 해마다 증가추세다. 아산경찰서에 따르면 외국인범죄는 2012년 169명에서 2014년 292명으로 3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렇다고 이 거리의 중국인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자는 게 아니다. 역으로 인천의 차이나타운같은 특화거리로 만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시 행정과 주민들의 의지다.

안타까운 건, 아직 시에서 상황을 진지하게 고민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관할 행정기관인 온양2동에 기자가 문의한 결과 지역의 외국인현황, 점포수, 여론 등 일체의 자료도 조사된 것이 없었다. 이제라도 시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고 주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주민들 역시 행정이 알아서 해주기만 기대해선 안 된다. 우리 동네를 ‘명소’로 만들 것이냐, ‘우범지역’으로 전락하는 걸 지켜볼 것이냐는 주민들 손에 달려 있다. 끝으로 지역구 여운영 의원과 통화한 내용을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그는 이 거리의 특성을 살린 도시재생을 바라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향이고 어렸을 때 놀던 곳인데 실상이 이렇다 보니 속상합니다. 중국어로 된 간판이 점점 확산되고 있어요. 외국인이 많은 것이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자꾸 슬럼화가 되고 있죠. 그래서 해외나 국내 성공지역을 밴치마킹 하면서 도시재생사업을 준비할 것을 시에 요청 중입니다. 이웃 천안시도 도시재생법에 따른 사업지구로 지정돼 50억 원을 지원받았어요. 아산시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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