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복직 당일 사직한 공익제보자, 싸움은 끝났나?


신입사원 채용비리를 폭로해 해임된 황재하 전 대전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 경영이사가 복직 사흘 만에 공사를 떠났다.

지난 19일 복직이 이뤄졌으나 황 전 이사가 곧바로 사직서를 제출, 22일자로 면직 됐다는 것이 공사 측 설명이다.

이로써 해임과 복직을 둘러싼 공사와 황 전 이사의 줄다리기는 종결됐다.

지난 7월 28일 국민권익위 공익제보자 결정으로 황 전 이사를 30일 이내에 복직시켜야 할 공사. 해임에 따른 명예실추, 퇴직신분에 대한 불이익을 회복해야할 처지에 놓였던 황 전 이사가 서로 접점을 찾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전 이사가 늦게나마 공익제보자로서 권리를 일부 되찾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결과지만, 그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번 사건에서도 내부고발을 적대시하는 한국사회 조직문화가 여실히 드러났다. 황 전 이사는 신입사원 채용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만으로 해임됐다.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와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렇듯, 공익제보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공익적 순기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발자가 짊어져야 할 고난의 무게는 상상 그 이상이다.

황 전 이사에게 해임보다 더 큰 시련이 닥쳐오기도 했다. 내부고발의 공익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히려 고발자의 도덕성을 파고드는 ‘배신자에 대한 단죄’ 논리가 횡행했다. ‘당신도 흠결이 있는 사람 아니냐’는 꼬리표가 황 전 이사를 줄곧 괴롭혀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직내부의 부정부패에 가담했으나, 이에 염증을 느껴 내부고발에 나선 모든 고발자들에게 우리사회는 ‘너도 똑같은 사람인데, 왜 조직을 배신했느냐’는 채찍을 가하곤 한다.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자격이라도 있는 것인가. 부정부패의 주동자가 아닌 가담자, 그것도 내부고발자에게 더욱 더 엄정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부고발자를 배신자로 인식하는 저급함을 일신하지 않는 이상, 부정부패는 늘 우리가 안고 살아야 할 적폐일수 밖에 없다.

채용비리의 몸통이었던 차준일 전 공사 사장이 구속되긴 했지만, 공사의 모럴해저드는 끝까지 개선되지 않았다. 황 전 이사 해임처분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나, 그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한 국민권익위의 공익적 판단까지도 공사의 조직이기주의에 가로막혔다.

김기원 공사 사장 직무대행의 행보만 봐도 그렇다. 공사 기술이사에서 경영이사로, 심지어 사장 공모에까지 나서면서 ‘셀프 인사의 끝판 왕’임을 자임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채용비리에 가담했든 그렇지 않든 공사운영의 실책까지 두루 책임져야 할 최고임원진이 자리보전에만 골몰한 결과였다.

해임된 황 전 이사 복귀를 막기 위해 공사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얼마의 비용을 지출했는지 정확히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사가 자기 조직의 안위와 일부 임원의 자리보전을 위해 시민의 돈을 낭비한 꼴이 됐다.

공조직이 채용비리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으면서도 끝까지 기행(奇行)을 반복하면서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셈이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공석인 공사 사장에 김민기 전 공사 기술이사를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얼마 뒤면 시의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그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질 것이다. 그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껄끄러운 질문도 나올 법하다.

그러나 김 내정자가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단 한가지다. 공사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를 일소시킬 수 있는 수장으로서의 의지다.

자기를 키워 준 어떤 정치인의 대리인, 또는 자신을 낙점해 준 인사권자의 대리인으로만 자신을 규정한다면, 공사의 내일은 어제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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