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초등학교 5학년 방학숙제 중 한국사 연대표를 조사해오는 것이 있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참으로 중요하다. 자기 자신의 빛이 역사 안에서 흘러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사회의 변천과 기록들을 알고, 그 영향이 지금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 바로 역사다.

최근 개봉한 영화 ‘덕혜옹주’는 비운의 삶을 살았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를 다룬 내용이다. 덕혜옹주의 삶은 1912년 5월 25일 고종황제가 환갑을 맞이한 해에 시작됐다. 고종황제의 고명딸인 덕혜옹주는 아버지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고종황제의 승하는 덕혜옹주의 삶을 예측할 수 없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했다. 13세의 나이에 강제로 일본 유학길을 떠나야 했다. 원치 않았던 일본의 백작과 정략결혼도 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고국 땅도 왕조의 부활을 우려했던 이승만 정부의 입국 거부로 쉽게 밟을 수 없었다. 이후 조현병에 걸려 15년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이혼과 딸 정혜의 실종은 마음의 병을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덕혜옹주의 삶은 참으로 고된 삶의 여정이다. 기자로 활동하던 독립운동가 김장한이 덕혜옹주를 찾아냈고, 그립던 고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10분’이 왜 이리 길었느냐는 덕혜옹주의 말에 눈물이 와락 쏟아진다. 덕혜옹주가 김포공항에 도착하면서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한 순간에 터진다. 바로 그 순간 ‘한줄기 빛은 내 안에 있다’는 문장이 섬광처럼 스친다.

덕혜옹주를 비롯한 한택수, 김장한, 일본으로 끌려 온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 노동자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전쟁포로 이하의 대우를 받는다. 기계에 잘린 손가락으로 공기놀이를 한다는 일본 군인들의 잔혹함이 분노를 일으킨다.

조선 노동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된 덕혜옹주. 결국은 일본이 원하는 연설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게 된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세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다.” ‘아리랑’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일본의 만행이 시작됐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가 불확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옹주든 노동자든 신분의 차이에 관계없이 그들의 마음은 하나였다. 조국의 해방을 염원하는 마음은 매한가지였다.

삶을 감내하는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죄책감과 비통함을 갖고 삶을 사는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복수극의 형태를 연출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처벌하기도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떠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강한 의지만이 영혼을 살리는 힘의 원천이란 사실이다. 영화 ‘덕혜옹주’가 그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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