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 칼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소도둑을 맞고 나서야 뒤늦게 외양간의 허술한 곳을 고치면 소용이 없음을 일깨우는 우리 속담이다.
‘말을 도둑맞은 후에 마구간을 잠근다.’ 내용이 비슷한 서양 속담이다. 이 갈은 속담은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일이 잘못된 다음에라도 외양간을 고치는 것은 중요하다. 사후에 잘못을 알았지만,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지난해에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사태 때도 그랬다. 사태 초기 당국은 메르스의 전염력이 아주 낮다고 판단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 초기에 환자들을 완벽하게 격리하지도 않았고, 관리도 철저하지 못했다. 메르스가 확산돼 큰 피해-수많은 인명피해와 물질적 손실-를 입고 나서야 사태를 겨우 진정시켰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결핵이 만연되고 있다고 한다.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후 결핵 발병률, 유병률, 사망률에서 줄곧 세계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대형병원 의료진까지 감염되고, 학교나 어린이집 같은 집단시설 감염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전 국민의 3분의 1이 잠복결핵 환자라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전국의 초·중·고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이 중금속으로 오염됐다 한다. 총 2763곳을 전수 조사했더니, 64%인 1767곳에서 납, 카드뮴 같은 유해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한다. 트랙 교체에만 1475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우레탄 트랙의 유해성은 이미 12년 전에 대두됐다는데, 당시 정부는 왜 이를 묵살하고 첫 단추를 잘못 끼웠는지 모르겠다. 기껏 설치해 놓고 이제 와서 교체하려 하니 시설비와 교체비용을 합해 얼마나 많은 재정손실인가. 외양간이 허물어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외에도 외양간 고칠 일들이 무수히 많다. 지난달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관광버스가 낸 5중 추돌사고로 4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친 대형사고가 있었다.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원인이라는데, 정부는 이제야 관광버스 일정시간 운행 후 몇 십분 휴식 운운하고 있다. 서구에선 일상화 된지 오래다.

또 같은 달 31일 부산 해운대에서는 3명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중경상을 입은 7중 추돌사고가 있었다. 운전자의 뇌전증(간질) 발작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두렵지 않을 수 없다. 뇌전증 뿐 아니라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중증 당뇨환자, 치매환자나 정신질환자가 운전하는 경우에 대한 대책도 아직 딱히 없는 것 같다.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빨리 외양간을 살피고 고쳐야 한다.

또, 지난 7월29일 광주광역시에서는 통학 차량에 탄 유치원생 4살 아이가 버스에서 내리지 못한 채 찜통 버스 속에서 8시간이나 갇혀 있다 의식불명이 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인솔 교사와 운전자가 차내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잘못이 크지만, 차 유리 선팅이 너무 짙어 밖에서 차안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외양간 단단히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같은 일 외에도 건물이나 큰 교량 붕괴사고 같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매일 수많은 수도권 사람들이 타는 지하철 사고도 잦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국민들을 질병 및 각종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 분야에서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사안들에 대해 미리미리 살피고 고칠 곳을  찾아내야 한다.

소를 잃었을지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기왕에 고쳤던 외양간이라도 허술한 곳이 있으면 빈틈없이 다시 고쳐야 한다. 법률이 필요한 경우는 입법을 하고, 법률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 좋은 대책들을 내놔야 한다.

일이 터진 후에 허둥대지 않도록 필요한 대책들을 사전에 마련해둬야 한다. 이렇게 하라고 우리 선조들은 우리에게 좋은 속담을 남겼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미리 대비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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