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트램 관련 발표들 어디까지 진실인가?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이 추진된 것은 2002년부터지만 2011년 하반기에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통과됐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노선조차 오락가락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경제성 확보도 쉽지 않은 문제였다. 순환노선인 2호선은 경제성이 충분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예타 통과 쉽지 않았던 2호선 도시철도

김학용 주필
그래서 대전시는 순환형 노선 37km 전 구간을 한꺼번에 예타 신청하지 않고 진잠~서대전4가~대동5가~동부4가~오정동~정부청사~유성을 연결하는 총연장 28.6km 구간만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유성~진잠까지 함께 넣으면 건설비용은 크게 늘면서도 수요 증가는 미미해 경제성 확보에 불리하기 때문이었다.

2006년 예타 신청 때는 BC(편익비용·경제성)를 높이기 위해 ‘진잠~서대전4가~대동5가~동부4가~오정동~정부청사’ 구간으로, 유성까지 배제시켜 계획서를 제출했는데도 미역국을 먹었다. 그 뒤 대전시는 유성까지 연장해 예타에 재도전한 끝에 2011년 가까스로 통과했다. 당시 예타의 BC는 0.91이었다. 본래는 1이 넘어야만 되지만 정책적 고려가 더해질 경우 1이 좀 못돼도 통과될 수 있다.

권선택 시장은 어제 트램 추진 계획안을 발표했다. 노선은 전임 시장 때와 같지만 구간 구분이 달라졌다. 먼저 추진하는 1구간(단계)은 서대전역~대동5가~중리4가~정부청사~유성~진잠~가수원으로 이어지고, 이어서 추진되는 2구간(단계)은 가수원~서대전역이다. 1호선의 소외지역이면서, 2호선 가운데 승객 수요가 많은 가수원~서대전역 구간이 2단계 사업으로 바뀌어 예타에도 불리해보인다.

트램으로 바꾸면 예타 다시 받아야

트램으로 추진한다면 이미 따놓은 2호선 예타는 휴지가 된다.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한다. 시는 “예타는 다시 받지 않고 간단하게 타당성 재조사만 받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전문가들 얘기는 다르다. 고가 방식에서 트램으로 바뀐 만큼 승객 수요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예타 대상인 1구간 노선의 길이와 위치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예타를 다시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트램과 경전철을 비교해, 어떤 전문가는 “경전철은 200을 투자해서 200의 수익을 낸다면 트램은 100을 투자해서 50의 수익을 낸다”고 했다. 트램은 건설비용이 저렴하지만 수익성이 훨씬 낮기 때문에 경제성에선 손해라는 것이다.

대전시가 2011년 트램과 경전철의 수요 차이를 분석해본 결과 트램이 경전철에 비해 33% 적었다. 시가 트램 계획을 발표하면서 추산한 건설비는 5723억(총구간 6649억 원)이다. 2011년 예타 통과 때 산정한 1조 3617억 원의 42%에 불과하다. 시가 밝힌 비용으로 따지면 트램의 경제성이 경전철에 비해 오히려 높다.

대전시가 밝힌 트램 예산 현실성 의문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가 밝힌 트램 비용을 사실로 믿지 않는다. 트램 방식이라고 해도 4차선 도로를 통과할 땐 고가화나 지하화 등 기존 도로에 대한 교통대책이 필요한데 대전시는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BC를 높이기 위해 일부러 금액을 줄인다는 것이다. 전문가 A씨는 “고가와 트램의 실제 건설비를 추산한 결과 트램이 고가보다 작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트램으로 2호선 BC를 추산해본 결과 0.6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기억했다. 트램의 예타 통과가 힘들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주장들은 전주트램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도 나온다. 트램 비용이 싼 줄 알고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계획보다 2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 최근 송영길 전 인천시장이 대전에 왔다가 트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천시장 때 해봤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쉽지 않다”고 한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대전시 주장이 사실이라면 예타 통과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예타를 통과한다고 해도 사업이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그게 더 큰 문제다. 마산 울산도 예타 통과해놓고도 ‘트램이 초래하는 심각한 도로 정체’ 문제 때문에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주시의 경우도 돈보다도 도로 혼잡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한다.

트램 비용은 도로 잠식 부분을 공짜로 계산한 것이어서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거꾸로 가정해보자. 만일 서대전~도마동 도로가 현재 4차선인데 트램 설치를 위해 6차선으로 넓힌다고 가정하면 얼마만한 비용이 들겠는가?

아마 용지보상비만 해도 지하철로 놓는 비용보다도 많을지 모른다. 시가 내놓고 있는 트램 금액에는 그런 막대한 비용은 빠져 있다. 도로는 주인이 없으니까 시가 공짜로 갖다 써도 말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도로 잠식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대도시 도로의 트램 경제성은 거의 100% 이상일 것이다.

트램에 뛰어드는 도시들이 많은 이유가 거기에도 있을 법하다. ‘공짜 도로’ 위에 레일만 얹으면 도시철도 하나가 뚝딱 만들어질 수 있다고 착각한다. 더구나 트램은 친환경 이미지가 있는 데다, 시민들은 또 하나의 도시철도로 보고 환영한다. 뭔가 한 건 해야 하는 자치단체장들에게 이처럼 매력적인 아이템도 없다.

시장 혼자 바꾼 ‘대전시 교통 헌법’ 좇느라 황당한 행정

박원순 서울시장도 처음엔 그런 유혹에 빠졌다. 그는 민선5기 보선에서 당선된 뒤 파리 트램을 방문하는 등 서울시의 트램 도입을 공언하고 서울시연구원에 검토를 지시했다. 결론은 ‘불가능’이었다. 울산 마산 전주 수원 광주 등 여러 도시에서 트램을 시도했으나 성공한 곳은 없다. 지금은 대전시가 뒤늦게 유혹에 빠져 있다.

트램은 승용차 이용자들의 권리를 빼앗아 트램 이용자에게만 주겠다는 교통 정책이다. 도로마다 차량이 넘쳐나니 우리도 이젠 자가용을 강제로라도 줄여보자는 것이다. 대전시가 말하는 교통 패러다임 변화라는 명분이다. ‘대전시 교통 헌법’을 바꾸는 셈이다. 

‘헌법’을 손보는 정도면 충분한 준비와 함께 시민들에게 그 사실을 홍보하고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전시의 트램 결정에는 그런 과정이 없었다. 권 시장이 트램 변경을 발표하는 순간에도 도시철도 담당 공무원들조차 변경 사실을 몰랐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으니 신뢰를 받기 어렵지만, 이후 대전시는 ‘시장 혼자 바꾼 교통 헌법’을 뒤쫓느라 애를 먹고 있다. 대전시도 트램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다. 대덕구와 유성구에 추진하겠다는 2.7km 짜리 ‘스마트 트램’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시민들에게 우선 시범노선을 만들어 보여주자는 것인데 도대체 이런 발상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다. 500억짜리 트램은 ‘시범사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시험해보고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면 그냥 철거할 수도 있어야 시범사업 아닌가? 1천 억짜리 철도박물관 유치를 위해 대전시민 50만 명이 서명했다. 500억은 아니면 말고하는 식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정부 승인 없이도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런 황당한 아이디어까지 나왔겠으나 스마트 트램은 운행은커녕 착공도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 트램도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승인이 떨어져야 착공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사업비가 (500억이 아니라) 100억에 불과해도 경제성이 안 나오면 승인해주기 힘들다”고 했다.

“트램 포기하면 ‘동시 착공-동시 추진’ 가능”

트램의 ‘순차착공’은 충청권광역철도가 트램의 예타 통과에 불리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2호선 사업을 먼저 시작하고 광역철도 예타를 받았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2호선 수요가 광역철도보다는 훨씬 많기 때문에 2호선을 먼저 추진하면 충청권광역철도 수요 창출에도 도움이 돼 두 노선이 윈윈할 수 있지만 사업의 순서가 반대가 되면 2호선 사업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전시가 이미 예타를 받아놓은 상태인 만큼 지금이라도 트램 방식을 포기한다면 2호선과 충청권광역철도의 동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순차착공-동시완공’은 거짓말이다. 전시(戰時)에 하는 공사도 아닌데 그런 식으로 하는 경우는 없다. 어떤 공무원에게 “그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웃기만 했다. ‘순차착공-동시완공’ ‘스마트 트램’은 시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우민행정(愚民行政)’이고 ‘거짓행정’이다. 트램에 관한 한, 대전시가 밝히고 있는 내용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많은 시민들은 아직 대전시와 시장의 말을 믿는 것 같다. 스마트 트램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환호한다. 대전시민의 70~80%가 찬성한다는 2호선은 시민들 삶의 중요한 문제면서 대전시 미래가 걸린 문제다. 시장이 이런 문제로 시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미래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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