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함흥냉면·평산면옥 잔수메밀냉면·숯골원냉면 등

폭염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정말 이글거리는 태양이 야속할 정도로 무덥다. 이런 때면 몸은 처지고 입맛도 없는데 이때 확 당기는 메뉴가 바로 냉면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는 냉면마니아들도 꽤 있지만 역시 냉면은 여름에 먹는 것이 제격이다.

냉면에는 평양식과 함흥식이 있다. 일반적으로 함흥냉면 하면 비빔냉면을, 평양냉면하면 물냉면을 떠올리는데 차이는 면발에 있다. 평양냉면은 메밀가루를 쓰기 때문에 쉽게 끊어지는 반면 함흥냉면은 고구마. 감자녹말을 사용해 질기고 면발이 가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음식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이다. 올여름 어디에서 어떤 냉면을 맛볼까. 전통방식의 냉면 하나로 전국적으로 소문난 대전 냉면 맛집 4곳을 소개한다.

대들보 함흥면옥 비빔냉면

▲대들보 함흥면옥(대전 중구 유천동 311-13 ☎522-5900)

1956년 창업해 올해 60년 된 곳으로 대전에 함흥냉면을 최초로 보급한 집. 김종훈 대표의 모친인 고(故) 조병선 여사가 1956년 은행동 성심당 옆에서 창업한 이후  김 대표가 대를 이어 1988년 선화동 국일관 옆으로 이전했다가 1996년 지금의 유천동에 정착한지 20년이 지났다.

한우양지, 사태, 각종 채소 등을 24시간 우려낸 국물에 직접 담근 동치미를 섞어 맛을 낸다. 잡내가 없고 시원하면서 깔끔하다. 여기에 편육. 오이, 계란 등을 고명으로 얹어 손님상에 낸다.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깊고 담백해 전통냉면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발효가 잘된 동치미가 고기육수의 깊은 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냉면 맛을 좌우한다. 이런 맛을 내기 위해서는 동치미를 일 년 내내 똑같은 맛을 유지하는 게 노하우인데 부인 김재숙씨의 동치미 담는 실력은 '전국 최고'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함흥냉면의 주재료인 고구마전분에 메밀을 섞어 고객의 입맛을 맞춘 냉면을 개발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다보니 면발이 다른 곳보다 조금 두껍다.

감종훈 대표는 “아무리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어도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고  진정한 역사는 대대로 이어온 전통의 맛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는가에 달려있다.”며 “좋은 냉면을 만들기 위해 그만큼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대들보 함흥면옥은 2011년 대전시가 고유한 맛과 옛 추억을 간직한 ‘3대 30년 전통업소’로 인증했다. 공식명칭은 대전향토음식점. 2012년에는 대전에서 냉면집으로는 유일하게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으로부터 50년 이상 운영돼온 음식점만을 상대로 각종문헌, 역사, 평판조사 등을 거쳐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선정됐다. 영업장에 전국 최초로 금연과 원산지를 표시한 집으로도 유명하다. 비빔냉면.물냉면 8천원 한우양념불고기1만6천원.회냉면 9천원

평산면옥 물냉면

▲평산면옥(대전 중구 유천2동 171-14 ☎582-5215)

신행철. 김인숙씨 부부가 20년 동안 양심을 속이지 않는 냉면을 만들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평양냉면전문점이다. 유천동 주택가에 가정집을 개조한 작고 허름한 곳으로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는 절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4월에 문을 열어 9월 추석 전까지만 영업을 한다. 거기다 오전11시30분-오후 3시30분까지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일찍 찾아야 맛볼 수 있다. 냉면은 뭐니 뭐니 해도 살얼음 동동 떠있는 육수를 눈으로 먼저 느끼고 머리카락이 삐죽 설 정도의 짜릿한 차가움을 즐기는 게 묘미다. 그래서 나온 직후 빨리 먹을수록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냉면은 다른 곳과 달리 쇠고기 아롱사태와 반골로 24시간 우려낸 국물에 직접 담근 동치미국물을 섞어 맛을 낸 육수를 낸다. 그 위에 오이,계란이 고명으로 얹어 나온다. 진한 국물은 잡 내 없이 시원하면서 깔끔하다. 육수는 그날 만든 하루분량이 떨어지면 시간에 관계없이 영업을 종료한다.

팔다 남은 육수는 다음 날 팔아도 될법한데 육수가 남으면 과감하게 버린다. 하루 지난 육수를 쓰면 맛이 틀려지기 때문이란다. 손님들은 좋아하겠지만 주인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비빔냉면 역시 과일,고춧가루 등 20여 가지의 재료를 넣고 숙성시킨 소스가 얼큰하면서 깊은 맛을 낸다. 

김인숙 대표는 “양심을 속이지 않고 정직하게 냉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음식만큼은 최고 품질의 재료와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음식을 만들기 때문에 이곳이 찾기 힘든 곳인데도 찾아주는 단골손님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한 뒤 “너무나 많이 알려지면 지금도 가끔 손님들에게 기다리는 불편을 초래하는데 더 불편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조심스럽게 단골손님 걱정을 한다. 연중무휴. 물냉면7,500원. 회냉면 8천원    

진수메밀냉면 물냉면

▲진수메밀냉면(대전 중구 산성동  279-3 산성네거리 옆 ☎586-7892)

윤석용 대표가 신성동 ‘숯골원냉면 본점’에서 20년 동안 조리장으로 근무하면서 터득한 냉면에 본인의 노하우를 접목해 창업한 평양메밀냉면전문점이다.
 
윤 대표는 누나 윤선씨가 ‘숯골원냉면’의 박영흥 대표에게 시집을 가면서 윤 대표도 그곳에서 20년 동안 조리장으로 근무하며 냉면과 연을 맺는다. 그리고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가지고 2010년 5월 고향 산성동에서 창업을 했다.

문을 열자 ‘숯골원냉면’ 조리장 출신이라는 점과 먹어본 사람들의 입소문이 맞물려 줄서서 기다려야 먹는 집으로 변한다. 윤 대표가 26년 경력으로 주방을 꽉 잡고 있다면, 부인 이선영씨도 냉면경력 16년으로 홀과 서빙을 담당하며 손발이 척척 맞는다.

냉면주문을 하면 먼저 에피타이저로 삶은 계란과 메밀면 삶은 면수를 내놓는데 소화에 도움이 되고 구수한 맛이 냉면을 먹기 전에 식욕을 돋운다. 하지만 평양냉면의 진수는 역시 면발. 메밀을 직접 제분해서 반죽해 면을 뽑기 때문에 차지고 쫄깃하다. 메밀 50%에 전분과 밀가루 등을 섞어 반죽하는데 면발을 끈기 있게 만드는 것도 이집만의 노하우다.

한우양지와 토종닭을 넣고 12시간 우려낸 육수에 직접 담근 동치미국물을 배합한 국물은 평양냉면 특유의 담백하고 고소한 맛 그대로다. 닭 비린내가 전혀 없고 맵거나 짜지 않아 냉면 마니아들도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맛이다.닭고기와 계란지단. 오이. 소고기 편육이 얹어지는데 양이 많아 부족하다는 소리는 안 나온다.

그래서 식사 때가 되면 이곳은 북새통을 이룬다. 특히 육수를 만들 때 숯골원냉면에 있을 때 첨가하지 않은 소고기를 넣어 진하고 깊은 맛이 있다는 게 손님들의 평가다.

윤 대표는 “위생, 맛, 친절을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며 “냉면 그릇도 방짜유기그릇을 사용해 대장균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위생에 최고로 신경을 쓰고 또 맛이 있어야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에 최고의 재료만 사용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윤 대표는 "반죽을 해서 뽑은 후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에 얼마동안 담겼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냉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도 노하우“라며 ”냉면은 쉬운 것 같지만 까다롭고 예민한 음식으로 결코 간단한 음식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물냉면.비빔냉면 7천원. 토종닭백숙 2만6천원


▲숯골원냉면 본점(대전 유성구 신성동136-2 ☎861-3287)

6.25전쟁 이후 3대 박근성씨가 창업해 아들 박영흥(54)씨로 4대를 이어온 평양냉면전문점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 물냉면과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꿩냉면이 있다. 물냉면은 닭고기 우린 육수와 동치미 국물이 적당히 섞여 약간 새콤한 맛이 나는데 메밀면발과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특히 여느 냉면집에서 흔히 올리는 삶은 계란 반쪽 대신 굵은 국수 면발 같은 노란 계란지단을 수북하게 올리는 게 인상적이다.

꿩고기로 육수를 낸 꿩냉면에는 동치미 국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 담백하다. 양이 물냉면의 1.5배 정도 양이 많다. 메밀 함량이 높아 면발을 가위로 자르지 않아도 된다. 직접 농사지은 동치미무와 김치가 별미.

숯골원냉면은 3곳이 있는데 박영흥 대표의 누나 박영자씨가 운영하는 갑동의 숯골원냉면에는 꿩냉면이 없다. 또 본점 옆에도 누나 박영화씨가 운영하는 신성동 숯골원냉면에는 돼지갈비가 있다.  연중무휴. 물냉면 8천원 꿩냉면 1만3천, 토종닭백숙3만5천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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