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정부평가는 도민들 삶의 질 수준

김학용 주필
한 여론조사 기관은 전국 시도지사의 직무수행 평가를 매월 조사해서 발표한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거의 상위권에 든다. 최근 3개월 동안은 17명 시도지사 가운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7월 조사에선 안 지사에 대해 ‘잘한다’는 응답이 70% 가까이 됐다. 대단한 기록이다. 작년에는 6개월 연속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희정 직무평가 3개월 연속 1위, 충남도는 ‘바닥’

그런데 안 지사가 이끄는 충남도의 성적은 그 반대다. 행정자치부는 17개 시도에 대한 정부합동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일반행정, 사회복지, 보건위생, 지역경제, 지역개발, 문화가족 등 9개 분야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충남도가 가장 높은 ‘가 등급’을 받은 분야는 1개에 불과했다. 강원, 경북과 함께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였다.

안 지사 취임 이후 충남도는 정부종합평가나 청렴도평가 등 각종 평가에서 중위권과 바닥을 오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종합 평가는 6년 전 안 지사 취임 이후 바닥권을 기다가 작년 중위권으로 반등했으나 이번에 다시 꼴찌가 되었다. 청렴도 평가에서도 꼴찌를 하는 경우가 잦다. 이제 충남도는 꼴찌에 익숙한 도가 되었다.

도지사는 1등을 달리는데 충남도는 왜 바닥권을 면치 못하는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짐작 가는 것 한 가지는 있다. 안 지사는 작년 한남대 특강에서 납득하기 힘든 말을 했다. 한 지방지가 보도한 기사를 보면서  “충남도가 정말 큰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인터넷에는 그 내용이 여전히 떠 있다.

2016년 6월 전국 시도지사 주민지지 확대. 출처 리얼미터
“내 임기 내에는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는 도지사

“선거 때 도지사로서 4년 동안 성과가 하나도 없다고 공격당했다. 그래서 ‘저는 성과가 없다. 앞으로 제 임기 내에 성과가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는 성과 몇 개에 있지 않고 한 사회의 정의의 수준, 신뢰의 수준을 높여 지도자가 이끄는 법과 제도에 대해 신뢰를 느끼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도지사 밑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면 그게 이상하다. 이 말은 대학 특강에서 한 말이지만 안 지사의 평소 인식으로 보인다. 안 지사는 ‘업적’ 얘기가 나오면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 사업을 비판하는 것으로 답하곤 한다. 눈에 잘 띠려면 토목공사를 해야 하지만 자신은 그런 건 안 한다는 것이다. ‘조직을 잘 이끄는 게 내 임무이지 수치(성과)에 매달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가 정말 수치에 매달리지 않는지는 의문이다. 재작년 도지사 선거 때 정진석 후보가 “민선5개 충남도는 정부합동평가 꼴찌, 국민권익위(청렴도) 평가 꼴찌”라고 공격하자, 안 후보 측은 농산시책 종합평가 1위 대한민국 농촌마을 대상 1위, 수산자원 조성 평가 최우수 등 각종 수상 실적을 내세우며 반발했다. 그러나 농정의 대표정책인 3농혁신에도 불구하고 충남도민 농가소득 증가율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3농혁신은 이제 동네북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실적이나 단기 성과에만 매달린다면 문제다. ‘멀리 보는 행정’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가 없다. 안 지사가 이런 정책에 힘을 쏟느라 ‘시시한’ 정부합동평가에는 신경을 안 썼다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장기적 안목의 정책은 있는가? 임기 중엔 어렵다면 나중에라도 성과가 나올 사업이나 정책이 안 지사에게 있는가?

‘일 잘하는 충남도’ 강조에도 ‘일 못하는 충남도’ 전락

안 지사는 애초 ‘3농혁신’ ‘행정혁신’ ‘지방분권’을 그런 정책으로 삼았을 것이다. 행정혁신 분야 가운데 행정정보 공개시스템은 다른 시도에 앞서는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칭찬한 정책이다. 그러나 행정혁신의 핵심인 인사정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농혁신이나 지방분권의 성과는 언급조차 힘들 정도다. 충남 꼴찌는 우연히 나온 결과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평가가 다양하고 신뢰성이 의문시되는 평가도 많지만 정부합동평가는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실시하는 가장 종합적인 평가고 신뢰할 만한 평가다. 충남도는 여기에서도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일 잘하는 충남도’를 강조해왔지만 오히려 일을 못하는 도가 되어 있고, 도 공무원들은 일을 못하는 공무원이 된 셈이다. 공무원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는 없다. 장(長)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조직이 공무원들이다. ‘꼴찌 충남’의 가장 큰 책임은 도지사에게 있다.

“감독 성적보다 팀성적으로 국가 감독 뽑는다면”

프로야구에서 어떤 팀이 맨날 지는 데도 그 팀의 감독은 늘 1등을 하는 일이 생긴다면 믿을 수 있을까? 감독과 팀의 성적은 일시적으로 엇갈릴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도지사와 도정(道政)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충남팀’에서는 감독은 1위를 내달리지만 팀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희한한 일이 지속되고 있다. 야구라면 또 하나의 흥밋거리일 수 있지만 200만 도민의 살림을 책임진 충남도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원인을 찾아야 한다. 정부 평가는 무시해도 좋은 단순 수치가 아니다. 충남도 성적은 도민들의 삶의 질 수준을 말해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도지사는 팀 성적도 끌어올려야 한다.

‘감독 1등-팀 꼴찌’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충남팀의 안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에 눈독을 들이면서 오는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정말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런 생각은 든다. 국가대표팀 감독을 감독 성적보다 팀 성적으로 뽑는다면 충남팀 성적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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