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어째 저런 사람을 뽑았을까

브렉시트의 여파다. 영국 총리가 오는 10월에 바뀌는 줄 알았는데, 여성 총리 테레사 메이가 취임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26년 만이다. 유력한 경쟁자였던 같은 여성 앤드리아 레드섬 차관이 경선을 포기해 총리로 확정됐다.

그런데 레드섬이 경선을 포기한 이유는 <더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녀가 있는 내가 (아이가 없는) 메이 장관보다 더 나은 후보”라고 인신 공격성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레드섬이 끝까지 경선을 하더라도 영국인들은 그런 사람을 총리로 뽑지 않았을 것이다. 막말 파문으로 사퇴압력을 받아온 레드섬도 이를 감지하고  사퇴한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이 정도의 말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막말이라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이보다 훨씬 심하게 말 하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아 왔는가.

얼마 전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국회본회의장에서 대정부 질문을 하던 중 이장우 의원을 가리키며 “어떻게 대전시민은 저런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았느냐”고 막말을 했다. 이보다 앞서 질의에 끼어드는 새누리당의 한 의원에게 반말을 하고(이 과정에서 이장우 의원이 “어디다 반말하세요”라며 항의하면서 사단 발생), 새누리당 의원들을 겨냥해 “총리의 부하직원이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야” “이렇게 저질 국회의원들하고 같이 국회의원을 한다는 게 창피해 죽겠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생방송 중인 국회TV와 인터넷에 그대로 중계됐다.

막말이 질의를 방해하는 과정에서 나왔으므로 발언에 끼어든 여당의원들에게도 잘못은 있다. 하지만 동료의원 지역구 주민들의 선거권 행사가 잘못된 것인 냥 비난하고, 비록 상대 당이지만 대다수의 동료의원들을 가리켜 저질이라고 비하한 것은 과했다. 막말을 한 자신도 결코 양질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언론 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어느 지역구에서 저런 사람을 뽑았을까”하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또 한 사례를 보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지난 6월 30일 국회법사위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목해 ‘성추행 전력’이 있다고 폭로했는데, 이는 동명이인으로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사실확인 없이 보도자료를 통해 실명과 직위까지 공개했는데-다음날 정정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지만- 이 내용이 일부 언론에 이미 보도돼 당사자는 심각한 피해와 치명적인 명예훼손을 입게 됐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다.

더 구차한 것은 솔직히 잘못을 시인하면 될 것을 “급해서 보좌진이 준 것을 갖고 그냥 얘기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무책임하지 않을 수 없다. 일국의 국회의원이라면 보좌진의 대변인도 아니고, 보좌관이 써준 글을 읽는 대독자도 아니지 않은가? 의원이 스스로를 낮추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 중에는 “어째 저런 사람을 뽑았을까”하고 한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국회 정보위에서는 1급 정보마저 샌다고 한다. 지난 7월 1일 국회가 정보위를 열고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았는데(정보위는 비공개가 원칙), 회의가 끝난 후 여당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기자 브리핑을 통해 “군 장병 포섭을 기도하는 간첩 용의자 4명을 수사 중이며, 이는 기무사 발”이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기자 질문에 답하면서 “군 정보나 자료를 빼내 북으로 보낼 목적으로 군에 접근했고, 민간인이다”고 말했다. 국회가 ‘간첩들에게 당신들 수사 중이니 빨리 증거인멸하고 도피하라’고 친절히 안내해준 꼴 아닌가? 국가 안위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을 아무런 경계심 없이 마구 떠벌리는 사람이 과연 이 나라의 국회의원 맞는가? 그는 사리 판단이나 제대로 하는 사람일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많은 국민들은 “어째 저런 사람을 뽑았을까”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20대 국회 초기 언론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당 차원의 중징계가 거론되자 자진 탈당)의 경우는 파렴치함의 극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과거 일이라 해도 친동생을 국회 비서관으로, 딸을 인턴으로, 친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고용한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후원회장은 남편이었다고 한다.

어이없게도 “후원회 회계 업무는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의원들도 가족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 한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그랬을 것이라고 걸고넘어진 것이다. 떳떳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하다. 또 하나는 지난 2012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가 끝나고 고위 검사들과 회식하는 자리에 변호사인 남편을 불러 소개를 시켰다는 의혹도 있다는 것이다. 변호사를 왜 고위 검사들에게 소개시켰을까? 국민들이 미거한 것 같지만 대부분 이를 미루어 짐작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어째 저런 사람을 뽑았을까”하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 해도 차마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외에도 벌써부터 검찰청을 불려 다니는 국회의원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같은 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20대 임기 중 폴리스라인에 서고, 임기를 마치지 못하는 의원들이 틀림없이 나올 것이다. 지난 19대에 감옥에 간 국회의원 범죄자 통계가 이를 예측하게 해준다.

이제 잘못 뽑은 국회의원은 국민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 잘못 뽑은 것을 알고도 어쩔 수가 없어 임기를 다 마치도록 바라만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하나는 국회가 지난 19대 국회처럼 일을 않고 나태할 때 국회를 통째로 해산하는 ‘국민투표에 의한 국회해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 대표기관이니 국민 손으로 응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대통령)가 국회해산을 제안하고, 이를 국민 투표에 붙여 확정토록 하면 된다. 또 국회의원에 대한 면책특권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불체포 특권 같은 경우는 아예 없애버려야 마땅하다.

그들도 국민의 일원일 뿐이다. 죄진 자에게 불체포 특권을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혹시라도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개헌을 하게 되면, 이 같은 부분을 먼저 챙기고 정비해야 한다. 국민들이 힘을 결집해 이뤄내야 한다. 국회가 잘못하면 국민들이 직접 손을 봐 바로 잡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