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더불어민주당 의장선출 내홍, 그 ‘웃픈’ 현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대전시의원들이 후반기 원구성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의장선출을 둘러싼 감투싸움’이 벌어지자,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심에 대한 배반”이라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의회 의석 22석 중 16석을 몰아주며 ‘힘의 우위’를 보장해 줬더니, 그 힘을 공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의회 내 헤게모니를 잡기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비난만 할 일이냐’란 시각도 존재한다. 정치를 지나치게 지고지순한 눈으로 바라보며, 그 속성 상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투쟁의 과정’을 대립과 갈등으로만 묘사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국회나 지방의회 원구성을 진득하게 지켜보지 않고 ‘파행’으로만 표현하는 언론의 자극적 보도관행이 더 큰 문제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시의원들은 ‘상식’을 가진 민주시민의 눈으로 볼 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보를 보이고 있다.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적당하게 줄타기를 하는 것이 현실정치의 묘수라지만, 그들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취하기 힘든 길을 걷고 있다.   

2년 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전반기 원구성에 참여한 당선자는 후반기 원구성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합의문을 만들고 서명했다. ‘이 같은 합의가 과연 적절한 것이었느냐’란 논의는 뒤로 밀어두자.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야 할 의회가 이 같은 ‘나눠 먹기식 합의’로 운영된다는 것에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권력을 배분하는 이런 초보적인 방법에 모두 동의했다고 하니 그 또한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2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 일부 의원들이 2년 전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초선 의원들이 떼로 몰려와 강압적 분위기에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느니, “지금 현실을 반영하기 어려운 약속이었던 만큼, 민주적으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느니 하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정치가 어떤 고차원적인 기제에 의해 작동되는지 그 심오함을 알 길 없지만, 초등학생도 설득시키기 어려운 이 억지스런 주장에 누가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화제를 잠시 돌려보자. 대다수 아버지들이 그렇듯, 기자 역시 초등학생 딸아이를 훈계할 때가 있다. “스마트폰은 안 된다. 숙제 먼저 하고 놀아라. 자기물건은 자기가 치워라. 동생에게 먼저 양보해라” 등등 이다. 물론 아이도 자기주장이 있고 자기논리가 있다.

이럴 때 ‘윽박지르지 않고, 어떻게 승복시킬 것인가’를 늘 고민하게 된다. 경험상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약속이란 명분’이다. 아이가 두 말 없이 승복하는 경우는 ‘네가 한 약속이니 지켜라’라고 말할 수 있을 때다. 반대로 아이의 입에서 ‘아빠, 약속 지키세요’라는 말이 나오면 필자 또한 승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일반인의 상식이다. 물론 약속을 파기해야 할 정당한 명분이 있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할 규율’의 의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지난 수 주 동안, 합의이행을 거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일부 시의원이 ‘약속이란 규율’을 허물어뜨릴 만한 충분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지 지켜봐 왔다. 결론적으로 그런 명분을 찾지 못했다. 누구든 그런 명분을 제시할 만한 의견이 있다면, 제시해 달라. 이 칼럼에 상응하는 뉴스밸류로 반론권을 보장할 생각이다.

결국 남는 것은 실리다.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선택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유다. 이런 걸 두고 ‘정치적 판단, 정무적 판단’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기자는 이웃 세종시에서 후반기 의장에 당선된 고준일 의원의 경우가,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취한 사례라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동료 시의원들이 이해찬 의원의 공천탈락에 반발해, 이 의원을 돕는 해당(?)행위를 할 때, 고 의원은 유일하게 당에 남아 자기당 후보를 지원했다. 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충신이다. 그런 충신이 이번 의장선거에서는 소수당인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받아 의장에 당선됐다. 지방의회 정당정치의 ‘웃픈’ 현실이다.

고 의원의 당선사례를 보면, ‘합의 파기’를 주장하는 일부 대전 시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수의 논리’로만 보면 전혀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이 16대 6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내 의장후보 선출을 보이콧했다. 이들 중 6명이 새누리당 의원들과 합세하면 12대 10의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상상은 말 그대로 ‘상상’에 불과할 뿐,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6명의 의원이 새누리당과 합세하려면 6명 모두 그만한 실리를 얻어야 한다.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해 상임위원장 네 자리를 내주면서까지 새누리당 의원들이 협조할지 미지수다. 이 경우 새누리당 의원들이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지방의회 원구성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야합’을 경계하고 있다. 공문 등을 통해 ‘그런 일이 벌어지면 징계하겠다’고 수 차례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실리를 취하기 위해서 당을 버릴 것이냐’를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과연 당을 버릴 의원들이 몇 이나 될까. 특권이 부여되는 ‘의장’ 자리를 위해 당을 버릴 의원이 한 둘 나올 수 있겠지만, 그만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대열에 4~5명 이상이 뒤따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결국 ‘실리’만 놓고 봐도 ‘합의 불이행’에 따른 실익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이쯤 되면 한 가지 커다란 의문에 부딪히게 된다. 그들은 왜 명분과 실리 중 어느 것도 취하기 어려운 길을 걸어가려는 것일까. 지금으로선 ‘감투의 마력’이란 말 말고, 다른 어떤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