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딜레마 빠졌을 땐, 초심 돌아봐야 답 나와

권선택 대전시장이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모양이다. 자신의 선거공약으로 도입된 ‘인사청문간담회’에 대해 회의론을 폈다. 지난 2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다.

권 시장은 “인사청문회를 해보니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 맞지 않았다”며 “제도적 한계, 법적 조치 불비 등의 원인으로 또 다른 논란이 양산되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시적으로 ‘인사청문회 폐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폐지 뉘앙스를 짙게 풍겼다.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다. 인사청문회를 진행할 때는 “실효성이 없다. 왜 그 정도밖에 하지 못하느냐”고 비판했던 시민단체와 전문가그룹이 이번엔 “폐지가 웬 말이냐”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권 시장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곤궁한 입장에 처했다.

권 시장의 ‘인사청문회 회의론’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논리는 비교적 간명하다. 

“인사청문간담회는 어차피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시작한 제도다. 여러 문제가 도출됐다면 대안을 찾아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지, 지금에 와서 철회한다면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해칠 수 있다.”

타당한 지적임에 틀림없다. 특히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시작한 제도’라는 것은 권 시장이나 시민단체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대목이다. 권 시장이 이번에 언급한 “제도적 한계, 법적 조치 불비” 등은 이미 예상했던 문제들이다. 갑자기 돌출된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 와서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 맞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제도적 한계가 분명한 자치단체의 인사청문회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득도 있고 실도 있는 제도다.

그 틈바구니에서 해답을 찾으려면 권 시장 스스로 왜 이 제도를 도입하려 했는지, 초심을 돌아봐야 한다. ‘인사청문회’에 담긴 가치와 철학은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전시청 홈페이지 ‘열린 시장실’ 카테고리를 보면, ‘시민이 결정하는 시정’을 펼치기 위해 ‘인사청문간담회’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이 표현돼 있다. 자치단체장이 독단적으로 행사하던 산하기관장 임명권을 ‘일부라도’ 시민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시민 대의기관인 의회에 인사청문 권한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의회가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지 평가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도덕성 검증에만 치우쳤다' '국회 흉내만 냈다' '거수기에 불과했다’ 등 온갖 비판이 있지만, 그것은 의회가 고쳐야 할 일이지 ‘인사청문제 폐지’의 근거가 될 일은 아니다. 

사실 의회의 역량부족 역시 의원 개개인의 자질문제라기보다 지방의회의 한계, 상위법 불비 등 제도적 한계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객관적 검증을 위해 필요한 임용후보자의 재산축적, 범죄경력 등 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없는 지방의원들이 매달릴 수 있는 검증의 도구란 것이 결국, 외부에 다 드러난 과거전력, 평판 등 허술하기 짝이 없는 포장지들 뿐 아닌가.

결국 현 상황에서 ‘자치단체 인사청문회’란 것은 ‘기능적 실효성’보다 ‘상징성’에 더 큰 무게를 두어야 할 불완전한 도구일 수밖에 없다.

권 시장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인사청문회에 대해 “내가 권한을 내려놓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권 시장이 말한 그 권한(인사권)이란 것 역시 본질적으로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에 불과하다. 시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권한을 다시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겠다는 초심, 그 초심을 부정해서는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권 시장이 현명한 답을 찾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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