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전 충청남도 부여군 부군수

보신탕은 영양탕이나 사철탕이라고도 한다. 우리말 개장국이란 말은 듣기조차 어렵다. 아마도 88올림픽 때 외국인들이 혐오하는 식품이라 해서 공식적인 판매를 억압한 이후부터가 아닌가 한다. 지금도 보신탕집은 큰길가에 자리하기 보다는 골목길이나 외진 곳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아직도 보신탕을 국가가 공식적인 식품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5월인데도 기온이 연일 30도가 넘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때 이른 무더위다. 어느 한 지역만 그런 게  아니라 서울을 비롯해 전국 대부분이 그렇다. 이럴 때 견공들은 오히려 한겨울 매서운 추위를 만난 것처럼 떨 것이다. 더위가 심할수록 사람들이 보신탕집을 많이 찾고, 보신탕의 수요가 많아지면 그만큼 개들의 목숨도 많이 희생된다. 그러면 보신탕은 정말 사람 몸에 좋기만 한 것인가?

축산법이든, 농림축산식품부령이든, 당해 장관의 고시에 의하던, 소·말·양·돼지·닭을 가축이라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수긍할 것이다. 하지만 오소리·꿩·메추리·십자매·꿀벌·지렁이 등이 가축이라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면 일상생활과 가장 친숙한 개는 어떻게 되는가? 개는 축산법 시행규칙에 따라 가축에 포함된다. 문제는 가축의 도살·처리와 가공·유통 및 검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축산물가공처리법’상의 가축이냐 여부인데, 꿩이나 메추리는 포함되는데 비해 개는 꿀벌·지렁이 등과 함께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개고기는 사회적 통념이 아닌 법적 측면에서 볼 때 식용할 수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꿀벌이나 지렁이는 도축 과정도 필요 없고, 식용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는 식용하려면 반드시 도축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왜 축산물가공처리법상에 가축으로 규정을 하지 않는 것인가? 이는 정부가 개고기를  식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식용 가축은 도축장 등에서 도축되거나 도계되어 위생적으로 관리되는데 비해 개고기는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말하자면 개고기는 비공식적으로 도축되고 비위생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개 사육에 있어서도 문제가 많다. 대부분의 사육장이 무허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비위생적이고, 개가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다니 개 질병 또한 많이 발생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생산량의 70%가 어류양식이나 가축사육 등의 동물에게 사용된다 한다. 한 해에 축산용으로만 1000톤의 항생제가 사용된다는데, 특히 무허가 개 사육장에서 항생제를 마구잡이로 쓴다는 것이다. 무허가 개사육장에서 무분별하게 뿌려진 항생제는 결국 사람들 입으로 들어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보신탕이 몸보신은커녕 오히려 몸에 해가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가뜩이나 우리나라에서는 감기에조차 항생제를 처방하는 등 이를 너무 남용하고 있다 한다. 사람들이 약에서나 음식에서 항생제를 너무 많이 먹게 되면 내성이 생겨 고단위 항생제에도 듣지 않는 내성균이 나타나고,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지도 모를 일이다. 개고기가 영양학적으로 사람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모르지만, 개의 사육과 개고기의 유통과정에서 사람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점이 있다면 이는 개선돼야 마땅할 것이다.

정부가 개고기를 혐오식품으로 분류해 공식적으로는 유통을 불허하고 있지만, 사실상으로는 이를 불문에 부치며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건강 보호 차원에서 개의 사육과 도축이 위생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이제부터라도 개를 축산물가공처리법상의 가축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물론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특히 개를 애완용으로 키우거나 반려 동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반대가 심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전통 음식으로 알고 즐겨 식용하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따라서 법상에 애완견과 식용견을 명확히 구분하고, 식용견만을 도축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의 경우 과거에는 보신탕을 간혹 먹었지만, 지금은 일절 먹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필자가 보신탕을 즐겨 먹기 때문에 이같이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아울러 개의 사육과 도축, 개고기의 유통개선과 관련한 필자의 주장은 허튼소리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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