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60>

▴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스물하나’ 당신은 고개를 두 개 넘어 얼굴도 본적 없는 김 씨 댁의 큰 아들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스물여섯’ 시집 온지 오년 만에 자식을 낳았습니다.
당신은 그제야 시댁어른들한테 며느리 대접을 받았습니다.

/‘서른둘’ 자식이 밤늦게 급체를 앓았습니다.
당신은 자식을 업고 읍내병원까지 밤길 이십 리를 달렸습니다.

/‘마흔’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당신은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올 무렵이면 자식의 외투를 입고 동구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식에게 당신의 체온으로 덥혀진 외투를 입혀주었습니다.

/‘쉰둘’ 자식이 결혼 할 여자라고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당신은 분칠한 얼굴이 싫었지만 자식이 좋다고 하니까 당신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예순’ 환갑이라고 자식이 모처럼 돈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그 돈으로 자식의 보약을 지었습니다.

/‘예순다섯’ 자식내외가 바쁘다며 명절에 고향에 못 내려온다고 했습니다.
당신은 동네 사람들에게 아들이 바빠서 아침 일찍 올라갔다며 당신 평생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 오직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 평생, 하지만 이제는 깊게 주름진 얼굴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어머니라 부릅니다.

▴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스물아홉’ 열네 시간을 기다려서야 자식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서른일곱’ 자식이 초등학교에서 우등상을 탔습니다.
당신은 액자를 만들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습니다.
아직도 당신의 방에는 누렇게 바랜 액자가 걸려 있습니다.

/‘마흔 셋’ 일요일 아침, 모처럼 자식과 약수터로 올라갔습니다.
이웃사람들이 자식이 아버지를 닮았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신은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흔여덟’ 자식이 대학입학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당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지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쉰셋’ 자식이 첫 월급을 타서 내의를 사왔습니다.
당신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나무랐지만 밤이 늦도록 내의를 입어보고 또 입어 봤습니다.

/‘예순 하나’ 딸이 시집을 가는 날이었습니다.
딸은 도둑 같은 사위 얼굴을 쳐다보며 함박웃음을 피웠습니다.
당신은 나이 들고서 처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 오직 하나 자식 잘 되기만을 바라며 살아온 한 평생 하지만 이제는 희끗희끗한 머리로 남으신 당신…… 우리는 당신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 자식에게 당신들을 이야기 하겠습니다.

/ 자식과 함께 가까운 바다에 나가 수평선을 보여 주겠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이상을 가지라 하셨듯이 자식의 가슴에 꿈을 심어주겠습니다.

/ 자식과 함께 겨울 산을 함께 오르겠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고난과 맛서는 용기를 길러 주셨듯이 자식에게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을 잃지 않는 힘을 키워주겠습니다.

/ 자식에게 지는 해를 보여 주겠습니다.
당신이 나에게 겸허하라고 하셨듯이 자식에게 큰 이상은 오히려 겸허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겠습니다.

/ 그리고 당신들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이 세상을 지켜온 당신들의 크신 사랑이, 계속이어 질수 있도록 말입니다.

/ 오직 자식이 참되게 살기를 바라며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이 나를 키웠듯이
(위의 글은 필자가 오래전 어느 잡지에 소개된 글을 옮긴 것입니다.)

▴ 그렇다.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오늘, 내 삶의 모습은 내일, 자식의 인생이 된다.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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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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