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대전 대표향토음식 칼국수의 힘

대전을 상징하는 대표향토음식 칼국수의 힘은 대단했다.

2013년에 이어 3년 만에 돌아온 제2회 대전칼국수 축제가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서대전시민공원에서 열려 6만 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대성황을 이뤘다. 칼국수가 대전의 대표음식이며, 지속가능한 축제임을 재확인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다.

시민들이 좋아하는 이 축제가 2년간 개최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은 예산문제였다. 올해도 1억 3000여만원의 적은 예산으로 오로지 박용갑 중구청장의 의지와 전 직원의 단합된 힘으로 겨우 치러낼 수 있었다.

특히 주무부서인 중구 위생과 직원들은 외주기획사에 행사를 의뢰하지 않고 직접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준비하고 몸으로 뛰면서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축제를 주관한 중구문화원도 원장인 노덕일 축제위원장과 박경덕 사무국장이 세세한 것까지 신경을 써가며 현장을 지켰다.


이번 축제에서 관람객들은 칼국수 축제의 킬러 콘텐츠이자 백미인 칼국수의 다양한 맛을 한자리에서 맛보며 먹는 즐거움에 사로잡혔다. 중구를 비롯한 대전지역의 내로라하는 11개 칼국수 맛집 고수들의 참여가 돋보인 대목. 이들은 추어·팥·우리밀·홍굴·백년초·소 칼국수 등 독특하고 차별화된 11색(色) 칼국수를 선보였다. 어찌 대전 칼국수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푸드코트는 인산인해였다. 칼국수 부스에는 하루 종일 30m 이상 줄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루 준비한 양이 떨어져 조기에 영업을 종료하는 부스가 생겨났을 정도. 대전시민의 칼국수 사랑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대전 중구 14개동 55명의 가족과 단체 참가자들이 참가한 '칼국수 경연대회'는 전통 칼국수의 맛을 찾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왜 칼국수가 대전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통밀놀이터와 밀가루 체험장에서는 아이들이 밀가루 범벅이 되어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밀가루의 보들보들한 느낌에 취해 연신 백색가루를 흩날렸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부모들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칼국수 주제관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전에 칼국수가 왜 유행하게 됐는지, 어떻게 대표 음식으로 발전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는 칼국수의 대전 대표음식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 도시 브랜드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원도심 활성화 전략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임을 보여줬다.

이번 축제 참가자들 중에는 칼국수 마니아들은 물론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유독 많았다. 특히 30% 이상이 외지 관광객이었다는 점은 대전의 먹거리 축제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사정이 이런대도 대전시는 칼국수를 대전 대표 음식으로 인정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대전시는 칼국수가 '밥'이 아닌 면 요리이고 나트륨 함량이 많다는 이유로 대전 대표음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더구나 면요리여서 손님에게 대접하기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최근 권선택 대전시장은 주무부서를 농생명산업과로 바꿔 대전 대표음식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지시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생명산업과는 전문가들과 정책간담회를 열고 대전 대표음식에 관한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 중이다. 칼국수가 대전의 대표음식으로 추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이번 축제에서 나타났듯이 칼국수는 대전 시민들이 즐겨찾아 먹는 음식이다. 이번 행사는 칼국수라는 단일메뉴를 가지고 축제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칼국수를 대전의 명품브랜드로 정착시키기 위해 이제 대전시가 나서야 한다. 칼국수는 중구에서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지금까지 대전 중구 중심으로 개최됐던 칼국수 축제를 앞으로는 대전시에서 주관해 축제를 확대해야 한다. 주관을 못한다면 예산지원이라도 해줘야 한다. 칼국수축제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겼는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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