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의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봄’이란 계절이 알맞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꽃 잔치다. 여기저기 벚꽃이 만개했고 나무들은 연둣빛 잎을 아기 속살처럼 드러냈다.

‘따사로움’ 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계절이 그렇게 피부로 느껴지는 4월이다. 이런 4월에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칼날 같은 동풍을 느끼게 한 영화가 있다.

<날, 보러와요>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릴러물이다. 자신도 모른 채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되어있고, 전혀 다른 세상, 그것도 악몽 같은 세상을 맞이하고 있는 현실이 실화라니! 보호자 2명과 정신과 전문의 한명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질 수 있는 게 현실이라니! 경악을 금치 못하고 며칠 밤을 공상인지 현실인지 혼란스러웠다.

유령의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사람들. 어떤 사람은 집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어떤 사람은 지옥보다 더한 곳으로 도망칠 것만을 생각한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몸속의 장기가 팔려나가면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간다.

진실이 뭔지 거짓이 뭔지, 인간의 도리가 뭔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니, 그것보다 모든 것을 망각해 버리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현실을 보고도 양심에 무감각해진 모습들에 가슴이 시렸다.

영화를 보고 대상관계이론에서 말하는 유아시절 어머니와의 관계경험을 되짚어봤다.

부모와 형제와의 관계에서 억압된 자기 표상과 대상 표상은 현재의 가족, 다시 말해 부부나 자녀와의 관계에 내적 갈등을 야기하기도 하고 해소하기도 한다. ‘표상’이란 자신과 대상에 대해 갖는 지각, 느낌, 감각, 기억, 기대, 의미 등이 자기 내면에 이미지화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표상은 대개 양육자(부모)로부터 경험을 통해 얻어진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대상관계에 맞춰 생각해 보시라. 그들의 내면세계에게 어떤 표상들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보시라. 각자의 경험과 처한 환경에 따라 제각각일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세계에 고착화된 표상에 지배되고 또 그것을 기준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잘 이끌어가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결국 어떠한 상황에서든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자신이 어떤 가치관으로, 어떤 삶의 방향성을 갖고 살 것인지에 따라 눈앞에 펼쳐지는 세계는 다양하다.

그래서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 내면세계에 고착화되어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표상을 스스로 어루만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애(Self-Love)’는 사랑의 시작이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을 사랑할 줄도 안다. 진정한 사랑이 봄의 활기처럼 깨어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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