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투표하는 당신, 설현보다 아름답다

#1. 얼마 전 종영한 케이블채널 엠넷(Mnet) '프로듀스101'이란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걸 그룹 데뷔를 바라는 연습생 101명이 최종 11명 안에 들어가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4개월여 방송 기간 동안 어린 소녀들은 자신만의 끼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요. 하지만 최종 11명이 가려지기 전까지 매주 탈락자가 나왔습니다. 컷오프를 통과한 소녀들은 기뻐서 울고, 떨어진 소녀들은 아쉬움에 울었죠.

이들의 데뷔 여부는 국민들 손에 달렸습니다. 온라인 투표와 현장 투표를 합산해 나온 점수로 순위가 매겨지는 거죠. 그렇다보니 경연을 마친 소녀들은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애교와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탈락하면 다시 소속사 연습생으로 돌아가야 하니, 그 표정들이 참 절박해 보였습니다. 사회자는 방송 때마다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를 수차례 외쳤습니다.

지난 1일 최종 데뷔 멤버 11명이 가려지고 방송도 끝났죠. 최종 승자는 다음 달부터 '아이오아이(I.O.I)'란 걸그룹으로 활동한다고 하네요. 탈락한 소녀들이 함께 경쟁했던 데뷔 멤버들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하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데뷔 꿈꾸는 101명의 소녀들, 당선 바라는 938명의 후보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이번 총선을 떠올렸습니다. 이제 사흘만 지나면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후보들은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명함을 돌리고, 목이 터져라 지지를 호소합니다. 유권자를 향한 그들의 읍소와 구애가 마치 101명의 소녀들 같습니다. 하지만 당선자는 각 지역구 1등 뿐입니다. 그러니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처절할 수밖에요.

데뷔를 위해 수년을 연습생 신분으로 살아온 소녀들마냥, 여의도 입성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후보들이 참 많습니다. 그렇게 다들 열심히 해도 당선자보다 낙선자 수가 더 많습니다. 11명 안에 들지 못한 90명의 소녀들처럼 말이지요. 그들은 얼마나 서운하고, 기뻐 환호하는 자들이 부러울까요.

지지했던 후보가 낙선한 유권자들의 심정은 또 어떨까요. 자신이 선택한 소녀가 데뷔멤버에 들지 못한 국민 프로듀서 심정과 다를 바 없겠지요. 그렇지만 소녀들은 깨끗이 결과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손잡아주고 안아주었습니다. 사흘 뒤에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선거가 '축제'가 되려면 말입니다. 4월 13일, 당신의 후보에게 투표하세요.

#2. 서울 광화문 앞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있습니다. 이곳 3층에서는 지난 달 14일부터 오는 6월 26일까지 '선거. 민주주의를 키우다'는 주제로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4월 13일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선거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려는 목적으로 여는 이색 전시회입니다. 유권자들이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선거가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고, 아름다운 선거 문화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희생과 역경의 자양분에 뿌리 내린 위대한 민주주의

저는 얼마 전에 그곳에 다녀왔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사진과 자료들이 유물처럼 전시돼 있었습니다. 옛날 투표함과 선거벽보도 있었고, 투표를 직접 해보는 체험공간도 마련됐습니다. 이날 제가 새삼 깨달은 건 이 땅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많은 희생과 역경 속에 뿌리내렸나 하는 점입니다.

1948년 5·10총선거부터 제2공화국까지 선거제도의 시작부터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5·16군사정변과 유신체제로 후퇴한 민주주의 역사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1978년 총선에서 제1야당 득표율 우위,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대통령직선제 개헌 등 민주주의를 향한 험난했던 여정도 고스란히 기록돼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전환기 민주국가에 전파, 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일조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모습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한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보냈습니다.

#3.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대의(代議)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의 민주주의란 국민들이 개별 정책에 대해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해 정부나 의회를 구성해 정책문제를 처리하는 걸 말합니다.

오는 13일 치러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20번째를 맞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성년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의 선거문화는 갈 길이 멉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난무하는 허위사실과 상호 비방 등 네거티브는 아직도 청산 못한 잔재입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선거 이후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당신의 후보, 당신의 유권자,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를


국민들의 선택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4년 동안 나와 내 동네, 내 나라의 풍요를 위해 봉사하고 일할 참신한 일꾼을 뽑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와 내 동네와 내 나라의 살림살이가 궁핍해집니다. 미래도 보이지 않게 됩니다. 당신의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까지 힘차게 달려온 후보들께도 당부 드립니다. 부디, 최선을 다하세요. 그리고 후회하지 마세요. 낙선했다고 좌절하지 마세요. 당신을 위해 1표를 던진 유권자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한 사랑을 받았고,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소녀들처럼, 포기하거나 용기를 잃지 마세요. 2016년 4월 13일. 당신의 후보를 위해, 당신의 유권자를 위해,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해 투표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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