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정당약속 대선공약 주도할 후보 있나?

김학용 주필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대표이지만 지역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그 지역의 이익을 국가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전지역 정치인들은 그런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지금 대전이 처한 위기의 가장 큰 책임은 기존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본다.

서대전역 문제는 근대도시 대전 전체의 위기

철도와 더불어 탄생하고 성장한 근대도시 대전은 호남선 철도가 떠나가면서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호남선 역사(驛舍) 가운데 이용 승객이 가장 많던 서대전역은 한적한 간이역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서대전역 이용객과 주변 상인들만 피해자가 아니다. 대전 전체의 위기다.

서대전역 문제는 대전시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전은 교통도시의 위상을 상실하면서 도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게 뻔하다. 대전시 인구는 나날이 줄고 시민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다. 서대전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보면서 대전시민들은 불편하고 불안하다.

호남선 KTX 노선을 되돌릴 수는 없으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은 있을 것이다. 서대전역~논산 구간을 직선화하고 운행 횟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부정적이다. 이 사업을 국가철도망 계획에 넣었다가 장기 정책으로 돌렸다.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정부도 새누리당도 더민주당도 국민의당도 외면

서대전역 문제는 아무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에 충청권 광역단체장과 호남권 광역단체장들이 만나 서대전역 문제를 푸는 데 힘을 합친다는 약속을 했지만 실질적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정부도 새누리당도 더불어주당도 국민의당도 이 문제는 회피하고 있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어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대전지역 국회의원후보들은 서대전역 광장에서 20대 총선 출정식을 가졌다. 그들도 서대전역 문제가 곧 앞으로 대전의 운명일 수 있다는 시민들의 절박감을 모를 리 없다. 문제는 노력과 실천이다.

서대전역의 운명이 결정된 지 10여년이 넘었지만 지역 정치인 중에 이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노력한 사람이 있었나? 내 기억으론 없다. 호남인들이 서대전역 경유 반대를 외치며 청와대로 몰려갈 때 대전에선 민주당 쪽 정치인들이 대전역 광장에서 ‘안방 시위’ 한 번 한 게 전부다. 새누리당은 일부 정치인들의 서대전역 앞에서 면피용 1인 시위로 때웠다.

호남선 KTX의 오송분기가 결정나던 순간에도 대전에선 조용했다. 당시 대전시장은 이 당 저 당 기웃거리는 데만 골몰했고, 지역 국회의원들도 논평 하나 없었다. 지역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애쓰느라 그랬던 것은 아니다. 대전 국회의원들은 집권당일 땐 권력자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고 야당일 땐 정파 이기주의에 빠져 시민들은 안중에 없었다.

‘영남당 의원’ ‘호남당 의원’에 불과한 대전 국회의원들

대전시민들이 뽑아줬지만 새누리계 의원들은 ‘영남당 의원’에 불과했고, 더민주계 의원들은 그냥 ‘호남당 의원’과 다를 바 없었다. 충북 국회의원들은 달랐다. 새누리로 당선돼도, 더민주로 당선돼도 하나같이 ‘충북당 의원’이 된다. 오송역 분기를 성공시킨 것도 그들의 공이 크다. 대전의 정치인들은 지역을 위해 한 일이 없다.

동네에 도로 내고 체육관 짓고 도서관 늘리는 예산 따오는 데 공을 세우는 사람들은 꽤 있다. 그것도 지역을 위한 정치이긴 하지만 대전시 전체가 죽어가고 있고 인구가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선 그 정도 솜씨로는 위기의 대전을 구할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선 서대전역을 조금이라도 되살리고 위기에 빠진 대전을 구할 수 있는 후보들을 뽑았으면 한다. ‘서대전역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를 밀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이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는 후보들이 없을 것이므로 ‘공약의 진정성’부터 적임자를 가릴 필요가 있다.

서대전역 문제 정치생명 걸고 뛸 후보 뽑고 시장도 시키자

진정성은 무엇으로 가릴 것인가? 만약 ‘서대전역 문제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나는 그를 응원할 것이다. 또 가령 ‘당선돼서 2년 이내에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중도사퇴하겠다’고 다짐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를 응원할 것이다.

정당 차원에선 호남선 KTX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내년 대통령선거에는 대선공약에 넣어 이를 실현에 옮기겠다고 약속하는 정당을 지지하겠다. 그런 정당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할 수 있는 후보를 응원하겠다. 만약 그가 다음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출마를 원한다면 물론 응원할 것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서 지역 현안에만 매달릴 사람을 뽑자는 게 이상하게 들릴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서대전역 문제’는 대전시민의 지역이기주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두면 충청과 호남의 단절을 불러오는 국가적 사안이다. 무엇보다 40~50만 호남 출신 대전시민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대전의 호남향우회 회원들은 며칠 전 서대전역 경유 KTX의 호남 연장 운행과 증편을 정부에 요구했다. 서대전~논산 구간의 직선화도 촉구했다.

서대전역 해결 못하는 정치인, 나랏일은 할 수 있나?

서대전역 복구를 약속조차 할 수 없는 후보뿐이라면 대전에서 국회의원을 7명이 아니라 70명을 뽑은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한 명이라도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어야 나랏일도 잘할 게 분명하다. 서대전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인이 해결할 수 있는 대수로운 나랏일이 뭐가 있겠나?

누구라도 시도지사든 국회의원이든 ‘자리’를 얻어야 일을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그 자리에 앉더라도 아무 일도 못하는 무능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제 이런 정치인들은 적어도 대전에선 퇴출돼야 한다. 능력과 열정의 정치인이 아니면 위기의 대전을 살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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