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54>

세상사람 중에는 자기를 세상에 맞추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보통 현명한 지자(智者)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을 보통 어리석은 우자(愚者)라고 한다.

여기서 우자(愚者)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우직(愚直)한 사람을 뜻한다 하겠다.
그 우직함이 세상사에 맞춰 사는 현명한 사람들의 가치관으로 볼 때는 어리석게 보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자(智者)의 삶, 즉 세상사 흐름에 맞춰 살려고 한다.
그러나 세상사는 역설적이게도 세상사를 자기 뜻에 맞게 바꾸려는 소수의 우직한 우자(愚者)들에 의해 변화하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지난날 독재화시대에서 오늘날 민주화시대로 변화 발전을 이루게 한 축이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우직한 민주투사들이었음이 이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 세상을 현명하게 살기위해서는 ‘현명한 지자(智者)의 지혜도 필요하다.’ 하겠다.

공자께서는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서는 살지 말라.’(危邦不入 亂邦不居) 하였다.  또한 ‘천하에 道가 있으면 자신을 드러내고 道가 없으면 감추라.’(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하였다.

창랑가에서는 ‘창랑수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수 흐리면 발을 씻듯이 세상이 맑을 때는 나가서 자신의 뜻을 펼치고 세상이 혼탁할 때는 자신의 뜻을 감추고 맑을 때를 기다려라.’ 하였다.
이러한 공자의 말이나 창랑가의 뜻은 치세(治世)에는 세상에 나서서 자신의 뜻과 재능을 펼치고 난세에는 함부로 나서지 말아서 화를 피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현명한 지자(智者)의 세상을 사는 지혜라는 것이다.

▴ 그렇다.
자신의 뜻이나 재능은 아무 때나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 드러내야 할 때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도광양회(韜光養晦)하면서 드러내야 할 때를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세상을 의롭게 살기 위해서는 우직한 우자(愚者)의 용기가 필요하다 하겠다.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 ‘영무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대부(大夫)로서 문공(文公)과 성공(成公) 두 군주를 섬기었다.
문공(文公)시대는 나라가 안정된 치세(治世)로서 이 때 영무자는 신하로서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러나 성공(成公)시대에는 내란으로 나라가 위태로웠던 난세(亂世)였다.
이때 영무자는 난세를 극복하는데 앞장서서 맹활약을 하였다.
그리하여 난국을 평정한 일등공신이 되었다.
영무자는 나라가 평정을 되찾자 자신의 공적에 연연하지 않고 깨끗하게 은퇴하여 정계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렇게 함으로서 공로와 명성을 시기 질투하는 정적들로부터 화를 당하지 않고 천수를 다하는 현명한 삶을 산 것이다.

공자는 이러한 영무자의 처신을 보고‘치세(治世)에는 자신은 뒤로 물러서고 대신 다른 신하들을 앞서게 하여 그 신하를 돋보이게 하였으니 참으로 현명하다 하였고 난세에 임해서는 다른 신하들은 난세를 피하려 물러서 있는데 자신은 앞장서서 난세를 극복하였으니 참으로 어리석다.’(우직하다.)하였다.

그러면서 공자는 자신은 영무자의 현명함은 따를 수 있겠으나 우직함은 따르기가 어려울 것이라 하였다.
다시 말해 공자는 영무자가 치세에는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재능을 드러내도록 배려한 점을 현명하다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러나 난세에는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솔선수범하여 난세를 극복한 점을 우직하다고 더욱 높이 평가 한 것이다.

그리고 현명한 처신보다 우직한 처신을 하기가 더 어렵다라고 한 것이다.
조신시대에 다산(茶山)은 당시의 벼슬아치들의 처신을 보고“요즈음 벼슬아치들은 세태만을 따라가며 권세에 아부하고 팔짱만 끼고 앉아 말끝마다 나라를 걱정한다는 말만 외쳐대면서 군주가 위태롭고 나라가 망할 지경인데도 제 목숨 바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으니 아아~ 슬프도다!”모름지기 벼슬아치들은 나라가 평온할 때는 오히려 뒤로 물러나 권력을 사양할 줄 알며 나라가 위태로울 때는  앞으로 나가서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바칠 줄 아는 우직한 용기가 있어야 한다.

만약 나라가 평화로울 때에는 봉록만 받아 처먹으면서 이득만 누리고 국가 사직이 위태로울 때는 일신을 보전한다하며 나서지 않는다면 군주는 과연 누구와 더불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라고 통분하였다.
지금부터 200여 년 전 다산의 이 통분은 오늘날 우리들의 통분으로 이어지고 있음이 아닌가.

▴ 우(愚)는 어리석은 척하는 것이다.

즉 자기의 지혜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서 어리석은 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愚)속에는 대지(大智)를 품고 있다.
역사 속 송도계원(松都契員)의‘한명회’가 그랬고 파락호(破落戶)의‘흥선대원군’이 그랬으며 과하지욕((跨下之辱)의‘한신’이 그랬다.

▴그렇다.
좋은 일에는 남이 앞서게 하고 굳은 일에는 내가 앞서는 어리석은 우(禹)의 용기가 필요함이 아니겠는가.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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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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