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세종청사 용역계약직의 '외침'

"인간답고 싶다" "법의 테두리에서 보호받는 국민이고 싶다." 지난 21일 국무조정실 앞과 정부청사관리소 앞에서 정부세종청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쳤다.

정부세종청사는 다른 정부청사들과는 달리 특수경비용역이 청사 방호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따르면 현재 청사 내 특수경비인원은 부족한 실정. 이들은 “실제 고가의 엑스레이 검색기와 금속 탐지기를 운영할 인원이 없어 20여 대가 방치된 채 낭비되고 있고, 남성 특수경비원 431명 중 5명이 현장에 투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5명의 특경대원이 유령직원인건지, 다른 임무를 맡고 있는 건지 정확히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확인 결과, 청사 특수경비원 중 현재 현장 총괄본부장을 포함해 용역사업본부 관리 담당으로 있는 인원은 총 3명이다. 이에 대해 청사관리소는 “인력운용은 도급업체에서 맡고 있고, 법적으로도 원청인 청사관리소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세종청사 특수경비원들은 지난 3년간 부당해고, 부당폭행, 부당전보발령, 과도한 징계, 인건비 동결 및 삭감, 야간 5시간 무급처리 등 계속되고 있는 문제들에 맞서 왔다. 그러다보니 해고, 복직, 정직을 반복하는 노조원들도 생겼다.

현장에서 만난 특수경비원 A씨는 최근 2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땀이 흘러 이를 닦기 위해 잠깐 모자를 벗었는데, 그때 마침 목격된 모양이었다. A씨는 경위서를 요구받았고, 이를 거부했다는 게 처분의 이유다. 다른 경비원 B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해 4월 부당해고를 당한 뒤 노조를 통한 강력한 항의로 복직은 됐지만 새로 C구역 경비를 배정받았다. 이 구역은 다소 동떨어진 제2청사로 그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유배지’로 불린다.

청사관리소는 "각 부처마다 차량이나 방문객 등의 차이로 노동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순환근무를 하고 있고, 그 인력 운용 역시 용역업체가 담당하고 있다"며 "부당해고, 부당전보 문제는 지난해 조치를 취한 뒤 올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특수경비원들은 "아직도 사소한 잘못으로 권고사직을 요구받고, 이를 미끼로 노조 탈퇴를 권유받고 있다"고 했다.

이들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이유의 기저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이 깔려 있다. 노동법의 기본 정신은 '직접고용'이지만 이 정신은 무너진 지 오래다.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이제는 '간접고용'이 주가 됐고, 용역, 파견 등 형태도 더 다양해졌다. 직접고용 비정규직이나 파견 비정규직은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만, 용역업체와 계약하는 용역계약직은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쉽게 해고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세종지부 윤해석 분회장은 "나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해고된 뒤 복직된 경험이 있다"면서 "용역계약직들은 해고와 복직, 이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같은 날 대전·세종·과천 미화원들도 정부세종청사 3동 관리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같은 대한민국 정부청사의 미화원으로서 동일한 처우를 적용해 달라"는 주장이었다. 이들은 "상이한 임금인상률은 물론 25일, 26일 등 청사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소정근로일수도 26일로 동일하게 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 하루 8시간씩 계산하면 26일하고도 1시간이 남는다. 26일 기준에 맞춰 임금이 지급되면 한 달에 5만2000원을 더 받을 수 있다.

특수용역경비원도 청사 미화원도 원하는 바는 간단하다. "법적 테두리에서 차별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더 달라는 것이 아니다. 원래 누려야 할 것들을 보장받고 싶다는 호소다. 당연한 것조차 버거워진 사회, 대한민국 행정의 심장을 지킨다는 자부심은 이제 싸워 지켜내야만 하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 오늘도 그들의 한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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