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53>

‘내가 만약 불의(不義)의 난세(亂世)에 살고 있다면 어떤 처세 방법으로 내 고귀한 뜻을 펼치며 살까?’초나라의 굴원이 지었다는 어부사(漁父詞)에서 그 지혜를 찾아보기로 한다.

지금부터 2300여 년 전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비운의 충신이었던 굴원(屈原)이 있었다.

그는 좌의정에 해당하는 벼슬을 하며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 하였으나 정적(政敵)들과 충돌하여 모함을 받고 조정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그 뒤 멱라강에 투신하여 한 많은 삶을 마감한 것이다.
굴원은 투신하여 죽기 전 강가에 살고 있었는데 어부사는 이 무렵 지어진 것이라 전해지고 있다.

▴ 어느 날 초라한 모습으로 강가를 거닐고 있는 ‘굴원’을 본 어부가 물었다.
‘당신은 삼려대부(三閭大夫)가 아니십니까 어쩌다 이런 처지가 되었습니까?’
이에 굴원이 한숨을 쉬며 말하기를
‘온 세상이 모두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들이 모두 취해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 그래서 쫓겨났소.’

그러자 어부가
‘총명한 사람은 자기 생각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온 세상이 혼탁하다면 그것에 옳고 그름의 기준을 맞추고 그들과 한편이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람이 취했다면 당신도 그들이 먹다 남은 술지게미를 먹고 그들과 함께 취하면 될 것이지 어째서 고집스러움과 고상한 행동으로 추방을 당하셨습니까?’

이에 굴원은 자신의 뜻을 결연히 말했다.
‘방금 머리를 감은 사람은 갓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서 쓰고 방금 목욕을 한 사람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서 입어야 한다했소, 어찌 깨끗한 몸으로 세상의 더러움과 가까이 할 수 있겠소 나는 차라리 강물에 뛰어들어 물고기 밥이 될지언정 깨끗한 마음을 속세의 먼지로 더럽히지는 않을 것이요.’

어부는 이 말에 빙그레 웃고는 배의 노를 두드려 떠나가면서 노래(창랑가)를 불렀다.

‘창랑의 물 맑으면 내 갓끈을 싰으리.’
‘창랑의 물 흐르면 내 발 씻으리.’
어부가 부른 이 창랑가의 의미는 창랑의 물 맑으면 갓끈을 씻듯이 세상이 맑을 때는 고귀한 뜻을 펼치고 창랑의 물 흐리면 발을 씻듯이 혼탁한 세상에서는 그 세상에 순응하며 살라는 뜻이라 하겠다.

그러니까 어부는 창랑가로서 굴원에게 혼탁한 세상에 독야청청(獨也靑靑)하지 말고 세상사에 순응하며 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후 굴원은 실제로 가슴에 돌을 품고 멱라강에 뛰어내려 한 많은 생을 마감하였다.
어부사에 나타난 굴원과 어부의 인생관을 놓고 볼 때 독야청청하며 살겠다는 굴원의 처세관이 옳은지?
세상에 순응하며 살라는 어부의 처세관이 옳은지?

이 문제는 단순히 옳다, 그르다 하고 이분법적 사고로 단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 당시 처한 세상사에 따라 굴원의 처세관이 옳을 수도 있고 어부의 처세관이 현명할 수도 있다 하겠다.
그러므로 난세의 처세관으로서 굴원의 처세관이나 어부의 처세관 모두가 옳다하겠다.
세상을 사는 이치는‘이 몸이 죽고 죽어~ 임향한 일편단심 변할 리가 있으랴.’는 정몽주의 단심가(丹心歌)도 맞고‘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 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라.’는 이방원의 하여가(何如歌)도 맞음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어떠한 세상사도 본성과 중용의 도리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사와 부딪쳤을 때 본성을 잃으면 중심을 잡지 못해 결국 세상사 파도에 자신을 떠내려가게 하고 중용의 도리를 잃으면 독선과 극단으로서 세상사를 극복하는 지혜를 얻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 변하는 세상사에 변화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변심을 해서는 안 된다. 즉 본성과 중용의 도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

‘창랑가’(滄浪歌)

▴ 창랑가(滄浪歌)는 지금부터 3천여 년 전 중국 춘추시대의 민요로서 윗글에서 말한 것처럼 어부사에 인용되어 나와 있다.
또한 맹자에 보면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창밖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창랑가의 의미를 제자들에게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창랑에 갓끈을 씻고 발을 씻는 것은 물에 달려 있는 것처럼 세상사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라고 제자들을 훈계하였다.

맹자도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욕되게 한 뒤에야 남이 그를 모욕하고 한 집안도 스스로의 집안을 망하게 한 뒤에야 남이 그 집안을 망하게 하고 나라도 스스로 쇠망한 뒤에야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당해 망하게 된다.’ 하였다.
이처럼 인간사의 잘잘못, 성공과 실패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 그렇다. 우리는 저마다 탓하기를 세상도 흐리고 정치도 탁하고 모두가 개차반이라고 한다. 그러는 나는 어떤가?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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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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