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52>

혼탁한 세상을 혼탁하지 않게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상이 혼탁하다고 하여 나 자신도 혼탁하게 살 수 없는 것이기에 혼탁한 세상을 혼탁하지 않게 살고자 하는 의지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채근담에 보면 ‘권세나 명리를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은 깨끗하다고 하나 권세나 명리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이 진실로 깨끗하다.’ 하였다.
권모와 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고결하다고 하나 알고도 쓰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고결하다 하였다.

한마디로 불염불용(不染不用), 즉 혼탁한 세상에 살면서도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고 혼탁한 일을 알면서도 혼탁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혼탁한 세상에서 혼탁하지 않게 살고자 하는 의지요 지혜가 되는 것이다.

▴ 그러기 위해서는 혼탁한 세상사와 싸워 이길 수 있는 항체를 스스로 길러야 한다.
항체를 기르기 위해서는 격물치지(格物致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만사만물과 세상이치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고 깨달아서 통찰력을 지녀야 한다.

돈이나 권력, 색(色) 등과 같이 나 자신과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이치를 연구하여 깨달음을 얻게 되면 통찰력을 지니게 되어 돈이나 권력, 색 등의 유혹에 흔들리거나 집착하지 않게 된다.
그리하여 이것으로 인한 혼탁한 세상에서도 혼탁하지 않게 된다.

▴ 응급조치는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고 권모술수는 혼탁한 세상사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이다.
응급조치는 위급시의 방법이므로 아무 때나 사용해서는 안 되고 권모술수는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한 술책이므로 아무에게나 부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응급조치방법이나 권모술수는 응급시나 혼탁한 세상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한다.

변화의 세상을 지혜롭게 살기 위해서는 평상시에는 정도(正道)의 처세술로 세상사에 임해야 하나 혼탁한 세상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모술수의 처세술을 부릴 줄도 알아야 한다.
권모(權謀)는 그 때의 형편에 따라 꾀하는 계략이며 술수(術數)는 어떤 일을 꾸미는 꾀나 방법이다.
그러므로 권모술수는 혼탁한 세상사나 사람을 무너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또한 경쟁사회에서 남보다 앞서 기위한 장자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렇다. 권모술수의 처세술로서 혼탁한 세상사와 사람을 극복하고 권모술수의 지혜로서 경쟁사회에서 앞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격물치지로써 혼탁한 세상에 물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 물부터 맑게하라.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족오(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즉 ‘창랑(滄浪)의 물 맑으면(나의 소중한)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나의 더러운) 발을 씻네.’
공자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이 노랫소리(창랑가)를 듣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보아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 것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고 물이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니라.” 하셨다.

깨끗한 물에 소중한 갓끈을 씻고 더러운 물에 더러운 발을 씻는 것은 사람의 탓이 아니라 모두가 물의 탓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사의 잘잘못, 성공과 실패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맹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욕되게 한 뒤에라야 남이 그를 모욕하고 한 집안도 스스로의 집안을 망하게 한 뒤에야 남이 그 집안을 망하게 한다. 나라도 스스로 쇠망한 뒤에야 다른 나라로부터 침략을 받아 정복을 당하게 된다.’ 하였다.
그래서 ‘서경’(書經)에는 ‘하늘이 내린 재앙은 미리 대비하여 피할 수 있지만 자신이 스스로 부른 재앙은 피할 재간이 없다.’ 하였다.
이처럼 인간사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 창랑수(滄浪水) 흐리어 갓끈 씻으려는 사람오지 않는다.
여의도 정치수(政治水) 탁해 갓끈 씻으려는 국민 모이지 않는다.
여수(與水)도 흐리고 야수(野水)도 흐리다.

그런데 자기네 물(水)끼리는 내 물은 깨끗하고 네 물은 흐리다고 출렁이면서 국민들에게는 깨끗한 자기 물에 와서 갓끈 씻으라고 넘실댄다.
이리 보아도 흐린 물, 저리 보아도 탁한 물 아무리 보아도 갓끈 씻을 물 없으니 흐린 물, 탁한 물 모두 바다에 흘려보내고 맑은 물, 깨끗한 새물로 갓끈을 씻어 봄이 어떨까 한다.

▴ 그렇다. 나의 물이 맑은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 물에서 갓끈을 씻으라 해서 되겠는가. 우선 내 물부터 맑은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 물부터 맑게 해야 한다.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강사) -

=============================================================================================

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 인문학교육연구소
(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