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의 세종에세이] 특별자치시에 대한 단상

찬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던 황량한 2300만평의 허허벌판. 원주민들의 한숨과 애증, 정치권의 우여곡절, 지역민간 갈등의 격랑을 넘어 세종시는 한뼘 한뼘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가 넓혀졌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세종시의 면모를 하루도 빠짐없이 6년을 지켜보며 살았다.

‘세종특별자치시’.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50만 수도권 인구를 분산시킨다는 특별한 목적으로 출발했다. 지방에서는 색다른 신도시의 주거환경과 스마트 학교의 매력에 이끌려서일까. 세종시에는 수도권보다 인근 충청권의 젊은층이 몰려들고 있다.

국회 등 중요 관계기관이 서울에 있는 이상 수많은 중앙공무원들이 서울을 떠나 근무하기란 어려운 탓인지, 그들은 세종과 서울의 도로 위에서 오늘도 분주하기만 하다. 머지않아 세종-서울 간 고속도로가 건설되면 이들의 애로사항이 많이 해소되겠지만 수도권 인구가 세종시로 대거 이전하기를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지 모른다.

‘세종특별자치시’는 무엇을 위해 ‘특별’한 것이며, 누구를 위한 ‘자치시’일까? 22조500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투입해 세종시에서 얻어야 할 손익분기는 무엇일까? 종국적으로 세종시라는 특별시가 국민에게 보답해야 할 것은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선물이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할 때, 아인슈타인의 중력파가 실증됨으로써 세상이 앞으로 어떤 변혁을 맞이할지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우리는 창의적 기술만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또 문화적 상상력과 기술이 융합하는 창조적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민족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 역량 배양이 피 한방울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불과 1.4년. 연구개발투자는 2013년 기준 우리의 4.9배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09년까지 앞섰던 PCT 국제출원건수는 2010년부터 역전됐다. 앞으로 4, 5년 후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이 눈앞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럴 때 우리 청년들은 어디에서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아찔한 현실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세종시를 다시 들여다보자. 국가미래의 총사령탑인 정부부처뿐만 아니라 15개 국책연구기관, 국립도서관·박물관 등 문화시설, 미래인재양성을 위한 과학고·국제고·예술고 및 160여개 첨단 스마트학교가 조성되고, 전국 어디서나 2시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세종시다.

불과 30분 거리에 대덕연구단지·과학비즈니스벨트·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등 R&D 연구단지가 있다. 1시간 이내에는 오창산업단지·아산삼성전자·현대자동차·당진현대제철 등 첨단산업 단지가 있고, KAIST를 비롯한 40여개의 대학과 수십만의 대학생이 밀집돼 있는 중심권에 세종시가 있다.

세종시는 미래지식 산업의 성장 동력원, 바로 ‘창조’의 핵심원자들이 주변에 집중돼 있는 컴퍼스 내 중심도시다. 이런 지역적 잠재역량을 국가 미래를 위한 역동적 기능으로 과감히 재설계할 수는 없을까.

세종시는 2030년까지 국비 8조5000억이 투입되는 도시다. 아직 절반 밖에 추진되지 않았다. 재원과 공간의 여유도 있다. 이런 세종시에 이제까지 균형발전을 위해 재원이 투입됐다면 나머지 절반은 미래창조를 위해 투자하면 어떨까.

‘창조’를 키워드로 해 ‘특별자치시’답게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문화적 상상력을 과학기술 경쟁력과 접목시키고 거침없는 실험정신, 과학정신, 도전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창조적 생태도시로서 창조의 열기가 온 도시를 달구는 창조인들의 도시로 다시 그려볼 수는 없을까 제안해 본다. 균형발전과 행정중심의 도식을 뛰어넘어 미래와 통일을 대비하는 국가의 큰 그림을 세종시에 그려보자.

‘창조특구’를 설정해 창발적 실험을 지원하고, 수도권 대학들이 R&D사업을 지원하는 테크노 파크, 과학 비즈니스 벨트와 연계한 ‘국제특허기술거래소’, 벤처기업 타운, 보헤미안 거리, 한류마을, 자유로운 영혼들의 창조 대안학교 등을 세종시에 조성해 보자.

우리나라의 유일한 ‘특별자치시’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를 미래 발전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제시해보자. 창조대왕 세종시대의 영광을 21세기에 다시 한 번 구현하자.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