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대전시장만 빠지는 ‘대통령의 지역행사’

김학용 주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지원기업 등이 협업하여 멘토링 기술 자금 판로 등을 지원하는 창업 허브입니다. 둘째....”(창조경제혁신센터 홈페이지)

시민의 대표 대전시장은 빠진 지역 행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시도마다 한 개씩 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원기업(대기업)이 삼각편대로 함께 이끌어가는 창업지원센터요 지역경제활성화 기구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카이스트에 설치된 대전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하여 그간의 성과를 살펴보고 활성화 의지를 또한번 다졌다. 정부 대표인 최양희 미래부장관, 지원기업 대표인 최태원 SK그룹회장이 참석했다. 자자체 대표인 권선택 대전시장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지역행사에 정작 시민의 대표는 빠졌다. 대구에서도 광주에서도 대통령이 경제혁신센터를 찾는 날에는 그 지역 시장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유독 대전에 올 때만 ‘독특한 방식’으로 방문을 한다. 카이스트는 대전에 있지만, 시장에게도 시민에게도 거리감이 있는 공간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카이스트는 대통령이 대전에 올 때 살짝 들렀다 올라가는 ‘대전의 외딴섬’처럼 되었다.

어제 행사에는 지역 국회의원들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시장도 국회의원도 부르지 않기로 한 것이 분명하다. 대통령 행사에 스스로 빠지는 간 큰 단체장은 없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만든 기관의 행사에 지역 대표들의 얼굴을 볼 수 없다면 필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시장 재판 때문이라면 사법부 무시하는 일

지난해 9월 대구경제혁신센터 행사 때는 ‘유승민 파동’ 여파로 지역 국회의원들은 행사에 발도 못 붙였지만 대구시장은 참석했다. 한 달 전 광주경제혁신센터 행사에도 광주시장은 참석했다. 대전시장만 괄시를 받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들조차 부르지 않은 것은 선거철임을 감안하면 마땅하다. 그러나 시장까지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짐작이 가는 부분은 있다. 대전시장이 선거법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더구나 대법 판결을 앞둔 상황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대통령이 재판중인 사람을 만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광역자치단체장이라면 재판 문제와 연관시킬 수 없다. 재판중인 시장도 엄연한 시장이고 시민의 대표다.

대통령이 재판 때문에 시장 참석을 거부하였다면 법원을 무시하는 처사다. 우리나라 법원이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판결한다는 말밖에 안 된다. 아직도 우리나라 법원이 대통령이 만나는 사람은 봐주고 피하면 안 봐주는 법원인가? 물론 그렇게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나 대통령이 정말 그런 점을 의식해서 시장 참석을 막았다면 시장보다 사법부가 통탄할 일이다.

25일 카이스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행사에 지역의 대표 대전시장 얼굴은 안 보였다. -KBS 화면-

시장보다 대전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 때문 아닌가?

나는, 박 대통령이 대전시장보다는 대전에 대한 생각이 타 지역과는 좀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광주시장이 대전시장처럼 재판을 받고 있다고 해도 청와대가 광주지역 행사에 광주시장 참석을 불허하였을까?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대통령이 지역행사에 오면 시도지사를 만나 잠깐이라도 지역의 돌아가는 형편을 들어보고, 정부가 협조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는 게 대통령의 정상적인 지방 방문이다. 그건 어렵다 해도 시장 참석까지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전 방문 방식’은 대전시민이 대통령에게조차 소외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박 대통령의 대전 방문(카이스트 혹은 계룡대)은 꽤 잦은 편이지만 한번도 대전시장을 제대로 만나준 적이 없다. 대전시장이 배석하는 경우에도 시장은 왕따 같은 들러리였다. 전임시장 때도 카이스트에서 행사가 열렸고 박 대통령도 참석했었다. 그 현장을 취재한 어떤 기자는 “대통령 가까이에 가지도 못하고 먼발치에서만 맴도는 대전시장의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고 했다.

일국의 대통령이 지방방문을 할 때 시도지사의 소속 정당 때문에 혹은 자치단체장과의 ‘사사로운 정치적 관계’ 때문에, 시도지사 얼굴조차 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장의 재판 문제를 핑계 댄다면 사법부를 업신여기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어렵다.

도대체 박 대통령은 대전시장에 대해, 아니 대전에 대해 왜 이러는가? 지금 대전시민들은 대전의 100년을 만들었던 호남선철도가 떨어져 나가면서 커다란 상실감에 빠져 있다. 대통령으로서 걱정은 못해줄망정 소외감을 느끼도록 하면 되겠는가? 대통령은 지역경제를 위해 지방을 찾지만, 필자는 언제부턴가 박 대통령이 대전에 올 때마다 대전의 미래에 대해 오히려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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