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공무원 인사와 기업 인사의 다른 점

김학용 주필
“싸움에 나가 공을 세운 사람은 가난하게 사는데 임금을 가까이서 받드는 내시나 광대패들은 등급을 뛰어 넘어 승진한다. 임금의 귀와 눈은 가려져 있고 가까이서 모시는 신하와 여자들의 농간은 끊이지 않으며 벼슬아치들은 관직을 매매하여 남을 승진시킨다.” 『한비자』(BC 250년 경)

“항상 곁에 있는 가신(家臣)은 성실하고 활동적인 부하보다 선호된다는 사실, 곁에서 시중들고 아첨하는 것이 공을 세우고 충실히 근무하는 것보다도 승진을 위한 보다 가깝고 확실한 길이라는 흔한 사실 등은 노장교(老將校)들로부터 들어온 불평이다.” 『도덕감정론』(아담 스미스 1759년)

“실력 본위의 임명과 승진은 현재의 공직에선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렇게 믿게 하는 데 그친다. (정당 차원의 인사는) 해당 부서의 성공보다는 권력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자신의 영달에만 눈이 먼 사람들로 상위 공직을 채우는 데 기여했다.”『워싱턴 누가 움직이는가』(찰스 피터스 1984년)

인사 불만 큰 충남도 노조와 대전시 노조

어느 조직이든 승진하려면 2가지 가운데 하나는 있어야 한다. 능력이나 경력이다. 능력으로 승진시키면 발탁인사요, 경력으로 승진시키면 연공인사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통해 보면 그렇지 않은 인사가 많다. 사사로운 관계에 얽매인 ‘정실 인사’와 돈을 받고 승진시켜주는 ‘뇌물 인사’가 적지 않았다.

2016년 현재 우리지역 공직사회는 어떠한가? 뇌물 인사는 워낙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이니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정실인사는 어느 정도 드러난다. 요즘 대전시와 충남도 노조의 불만도 이 때문이다. 대전시는 5급으로 7~8년은 근무해야 승진할 수 있는 자리에 시의장이 2년 경력자를 보내려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공무원들이 들고 나섰다. 충남도 노조는 지금 조직진단과 인사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인사 불만이 커 보인다.

인사 부조리는 민간기업보다 오히려 주인이 없는 공직 사회에서 훨씬 심하다. 왜 그럴까? 민간 기업은 돈을 더 많이 벌어주는 직원을 우대하고 더 빨리 승진시킨다. 영업이든 경영이든 기술개발이든 회사의 매출을 늘리는 데 더 많이 기여하는 사람이 더 빨리 출세한다. 이는 인사권자인 오너의 이익에 부합한다.

정실인사 뇌물인사, 민간보다 공직사회 심한 이유

공직사회에선 다르다. 공무원의 능력과 인사권자의 이익이 비례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직사회에선 능력보다 충성심이 기준이 된다. 물론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도 일 잘하는 공무원은 필요하다. 기관장 중엔 유능한 인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고, 그런 인재가 눈에 띄면 다른 기관에서라도 데려오려 힘쓰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기관장이 몇이나 될까? 열에 한 둘, 어쩌면 백에 한 둘도 안 될지 모른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오너들이 ‘인재’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뛰는 경우는 종종 보지만 기관장이 ‘유능한 공무원’에 목말라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관장은 부하의 능력보다 충성심에 더 관심이 있다. 이런 기관에서 유능한 공무원이 중용될 이유가 없다. 그저 내 편, 내 고향, 내 동문을 챙기는 인사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지금 충남도 인사가 그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충남도 노조 관계자는 “도가 사조직화 되면서 지연과 학연 인사가 만연하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가 도청 내에 팽배하다”고 했다. 설문조사는 그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한다.

지연 학연 인사 만연한다는 충남도

전직 도공무원도 “충남도 인사가 특정 지역, 특정 학교, 특정 부서 출신들 위주로 이뤄지면서 많은 공무원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며 “과거에도 지연, 학연 인사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이 훨씬 심하다”고 했다. 김용필 도의원은 5분발언에서 지난번 기술직 승진 인사과 관련, 도지사 동문에 대한 특혜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정실 인사는 쉽게 표가 나긴 하지만 팩트로 확인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동문이어서 발탁되고 고향 덕분에 승진했는지, 아니면 정말 ‘능력 인사’인지에 대한 진실은 인사권자나 인사 작업자의 양심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충남도 인사가 과거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

충남도는 과거 도지사 시절부터 ‘인사 제청제’를 실시해왔다. 직원이 희망 부서를 제안하고 부서에서 좋다고 하면 인사에 반영해주는 합리적인 제도다. 과거 도지사 때는 꽤 활성화됐으나 안희정 지사가 들어온 뒤 - 특히 민선 6기 이후에 - 거의 명맥이 끊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 인사 제청제는 사라졌고 충남도 인사는 밀실로 들어갔다”고 했다.

공무원에게 승진은 그의 삶에서 거의 모든 것이다. 이것으로 자리가 높아지고 봉급도 많아지며 명예도 얻는다. 권력과 돈만을 위해 승진하는 건 아니다. 더 큰 일, 더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도 승진은 필요하다. 능력이 탁월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도 지위를 얻지 못하면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행정혁신의 핵심은 공정한 인사

정실 인사는 뇌물 인사와 함께 공직사회의 오래된 인사법칙이다. 기본적으론 기관장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그 자리가 끝까지 머물 수 없는 ‘임시직’이고, 부하 공무원의 능력이 기관장 자신의 이익과 별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실 인사도 인사권자의 의지와 노력에 따라 줄어들 수는 있으나 고금을 막론하고 공직 인사의 기본원리로 작동해왔다. 지금 충남도가 그런 인사법칙에 지배되고 있는 것 같다. 

행정혁신은 안희정 지사의 3대 공약과제 중 하나다. 행정혁신의 핵심은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라 할 수 있다. 인사가 밀실로 들어가고 지연 학연 인사가 판치는 조직에서 행정혁신은 공염불이다. 물론 ‘일 잘하는 공무원’도 나올 수 없다. 줄을 대서 승진하려는 직원들만 득세하는 썩은 조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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