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 <28>임송환 ㈜세환F&C솔루션 대표

임송환 대표

나무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이야기다.

그러나 가치가 높은 나무, 특히 천연기념물 등 보호수로 지정됐거나 한 그루에 수천만 원을 넘는 희귀종, 미적 가치가 높은 조경수 등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수다. 누렇게 말라가는 등 나무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면 되돌리기에 이미 늦어버린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무의 건강을 주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수목진단장비’는 그런 면에서 수목자원의 가치를 보장해 주는 중요한 장치다. 보호수 관리의 의무를 진 산림당국, 지방자치단체나 공원관리소는 물론이고 가치가 높은 나무를 보유하고 있는 조경업체, 민간공원, 골프장 등 민간영역에서도 두루 쓰인다.
  
그런데 이 장비의 가격이 비싸다는 게 문제다. 국내에 제대로 된 장비가 없어 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 저렴한 것이 1500만 원이고 2500만 원을 훌쩍 넘는 고가장비가 즐비하다.

국내 기술로 수입산 장비보다 저렴하고, 이용하기 편리한 ‘수목진단장비’를 만들어 낼 수 없을까.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불과 2년 만에 수목진단장비 국산화는 물론 외국 기술을 능가하는 기술력을 구축한 기업이 있다.

주인공은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아니다. 대전 한밭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조그만 벤처기업이다. 지난 19일 ㈜세환F&C솔루션 임송환(44) 대표를 한밭대학교에서 만났다. 


나무와 토양의 건강, 한 번에 체크 ‘경쟁력’
2년 연구 끝, 수입장비 대체할 국산화 성공


- 수목진단장비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나무의 건강상태를 목측(눈으로 확인)에 의존해 진단하면, 적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에 고유 보호수종이 있고, 가로수를 포함해 조경수와 공원수목, 과수농가의 유실수 등 체계적인 관리와 보호가 필요한 나무들이 많다. 이들 나무의 보존가치와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나무의 활력도를 상시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수목진단장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 진단장비를 통해 무엇을 어떻게 측정하는지?
“진단장비로 나무의 전기적 활력도를 측정해서 데이터 변화를 관찰하면 나무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별도로 조사해야 한다. 병해충 때문인지 토양 때문인지 파악해 대처하면 된다.”

수목진단장비 측정 방법과 원리.


- 진단장비를 주로 사용하는 곳은 어디인가?
“보호수를 관리해야하는 산림당국과 지방자치단체, 공원관리소, 수목원 등 공기관은 물론이고 조경업체, 유실수 농가, 에버랜드처럼 값비싼 나무가 많은 민간공원이나 골프장 등 민간에서도 두루 사용하고 있다.”

- 진단장비가 필요한 기관과 업체는 주로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있나. 가격은 어느 정도 인가?
“일부 국산제품도 있지만, 대부분 외국산 장비를 수입해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 가격 또한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 1500만 원 정도이고, 2500만 원을 넘는 제품도 있다.”

- 한국이 기술력 없는 나라도 아니고, 왜 비싼 외국장비를 수입해 사용해야 하나?
“시장 논리 때문이다. 개발비용을 들이느니 수입해서 쓰는 게 돈이 덜 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IT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농업, 임업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IT기술을 농업과 임업에 잘 접목시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3년 뒤 연매출 190억 원 목표
중국 등 세계시장 판로개척 준비


- 결과적으로 시제품(SF-100) 생산까지 성공했다. 기간이 얼마나 걸렸고, 어떤 난관이 있었나?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 개발까지 대략 2년이 걸렸다. 중소기업청 R&D 자금을 지원받아 충남대 수목진단센터와 공동으로 연구했다. 토양과 나무를 동시에 측정하는 장비를 구상하다보니 토양과 나무 사이에 전기적 간섭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겼다. 원인을 파악하고 대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 임 대표가 개발한 수목진단장비의 장점은?
“기존 장비는 컴퓨터 등과 연동이 되지 않는다. 직접 수기로 데이터를 입력한 뒤 엑셀파일에 정리하고 데이터 값의 변화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개발장비는 솔루션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곧바로 결과 값을 얻어낸다.

무엇보다 기존 장비가 나무의 활력도를 측정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 장비는 토양의 온도, 수분, 전기전도도(EC) 등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 나무의 활력도는 토양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런 변화를 한 번에 측정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향후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나?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탑재한 개발제품을 수입품의 절반 이하인 600만 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국산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훨씬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현재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납품 또는 시범사업을 제안하고 있는 단계다. 3년 뒤 수목관리사업까지 진출하면 약 190억 원 정도의 연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시장이 좁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중국 2개 기업과 판권계약을 완료했으며 공공기관 한 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결국 세계시장에서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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