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알만한 사람 다 아는 수준 이하의 세종시의회

그나마 다행이다. 세종시의회 윤형권 부의장과 박영송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8명 전원이 제출한 임상전 의장 불신임안을 둘러싸고 벌인 ‘네탓’ 공방이 잦아드는 듯해서다.

민생과 지역사회를 걱정하고 어루만지겠다던 시의회 의원들이 불신임 안건을 놓고 일촉즉발의 감정 대결로까지 치달으며 얼굴 붉히는 모습은 코미디다. 의정 활동을 지켜 본 일부 시민들도 ‘깡패집단’ ‘코미디’ 운운하며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꺼지지 않고 있다.

기왕 논란이 됐으니 두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우선 임상전 의장의 돌연 민주당 탈퇴다. 자신을 공천해 연장자로 우대해 의장까지 맡겨준 정당을 배신한 행동은분명 성숙하지 못하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정치적 선택은 개인의 권리다. 누구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윤 부의장, 박 원내대표, 서금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 8명은 지난 4일 ‘임상전 의장이 갈등조장과 의회 권위 추락 등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불신임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열흘 뒤인 15일 이 안건을 다루기 위해 임시회를 열었다. 본회의장 무대에 오른 윤형권 의원은 생선까지 들고 나와 배신의 정치를 강조했다. 간만에 ‘촌철살인(?)의 쇼’를 제대로 연출했다. 민주당 내에서 윤 의원이 이처럼 저격수 역할을 하는 속내야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의원들이 의장을 ‘왕따’시키면서까지 의장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몰아붙인 건 무지의 소치이거나 의도적인 공세로 볼 수 있다. 의장에 대한 모욕,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적 보복행위, 탈당의 불신임 사유 적법성 여부 등 논란의 불씨를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다 의회 내 다수당의 횡포는 압권 중 압권이다.

역설적으로 민주당이 내부에서 임 의장의 탈당에 대해 원인 제공을 하고 탈당한 뒤 불신임으로 압박하는 모양새로까지 비춰진다.

이로 인해 경쟁 관계의 정당은 물론 일부 시민사회단체, 시민까지 비난에 가세하면서 민주당이 역풍을 맞는 빌미를 줬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곧바로 흘러나왔다.

사실 이는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이들은 임시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14일 임 의장의 자택에까지 찾아갔다. 의장의 권한 위임을 요구하기 위해서였다. 앞에선 ‘선진’ 의정을 외치면서 물밑에선 ‘후진’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현 의회는 지방선거를 거쳐 사실상 세종시 초대의회로 출범했다. 하지만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개원도 하지 못한 채 파행을 겪기도 했다. 당시 지역사회 일각에선 의원들을 다시 뽑자는 웃지 못할 얘기도 나왔다. 1년 8개월여가 흐르는 동안 그들은 이처럼 폐쇄적·패권적인 작태를 보여 왔다. 경쟁관계의 정당,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민주당 내부진영에서도 이에 대한 증언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시민들은 세종시를 명품도시로 만들어 달라고 의원들을 뽑아줬다. 그런데 이정도의 ‘격’으로 명품도시에 대한 답을 무슨 수로 찾을지 걱정이 앞선다.

생선들고 본회의장 발언대에 선 의원의 행태를 수준 높은 세종시민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종용하는 문건을 만들어 야밤에 집까지 찾아가는 행태가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일인가. 수준 이하 의원들의 작태는 알만한 이들은 다 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