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최근 한 공공기관의 대표가 해외출장 중 개인적인 용도로 보이는데다 한 끼 고액의 식대 등 몇 건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하여 물의가 일어나자 결국 그 직에서 물러났다. 국내에서도 집 근처의 고급식당에서 법인카드를 수차 사용하는 등 불분명한 사례가 드러났다. 이른바 업무추진비와 영업활동비를 일부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정보비와 판공비로 불렸던 업무추진비는 기관의 업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공적비용을 공공기관의 예산으로 책정하여 사용하는 경비를 말한다. 인건비나 사업비와는 다른 특성상 예산편성에 일정한 한도액이 설정되고, 집행기준과 절차에도 제한이 따른다.

업무추진비는 몇 가지로 분류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행정자치부의 예산운영지침에 따라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시책추진업무추진비, 직책급업무추진비, 부서운영비를 편성하여 지방의회의 의결을 받아 확정한다. 일반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기관운영업무추진비와 시책업무추진비가 대상이 된다.

업무추진비 집행사유·대상·금액 등 기관 홈페이지 등에 공개

업무추진비는 자칫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집행사유와 대상, 금액 등을 각 기관의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기관에 불만이 있거나 혹은 의혹이 있어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경우 필요한 사항이외에 기관장 등의 업무추진비를 포함하여 청구하는 경우가 있다.

은근히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보려는 의도가 보이는 것이다. 어느 단체에서는 기관장의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는가 하면, 집행이 부적절하다 하여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 그만큼 시각에 따라 공사(公私)가 불분명하거나, 특정 대상에게 제공하는 인상을 불식하기 어렵다.

행정자치부에서는 업무추진비를 부당하게 집행하여 감사원이나 행정자치부 감사, 법원의 판결에 의해 확정된 경우에는 적발 금액의 5배 이내에서 지방교부세를 감액하되, 기관운영업무추진비, 시책업무추진비 예산총액에서 삭감하는 패널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K도의 한 기초단체장은 4년 재임기간 중 8900만 원의 꽃을 구입하였고, 그 중 4200여만 원을 정산하였으나 4600여만 원이 외상으로 남았다. 이를 갚지 않아 담당직원 2명이 3200만원을 대출받아 갚았다고 한다. 그러나 꽃을 공급한 농원에서 나머지 미수금도 갚으라고 요구하는 과정에 이러한 상황이 외부에 노출되어 물의가 일어났던 것이다.

연간 업무추진비 7500만원 중 2200만원이 꽃값 ‘도 넘은 지출’

여기에서 세 가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시장의 업무추진비는 연 7500만원인데, 연간 2200여 만 원씩 4년간 8900만원을 꽃값으로 사용한 것은 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공적인 용도가 아닌 개인적인 용도의 화환까지 포함되었다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 되는데, 실제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선관위로부터 경고처분을 받았다.

셋째, 관계 공무원들이 그때그때 규정대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아 막대한 금액을 외상으로 남겨 회계질서를 어기고, 결국 수개월 치 봉급에 해당되는 금액을 대출받아 갚아주고도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렇듯 때로는 실무자에게도 부담을 주는 일이다.

몇 년 전, 한 공직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특정업무경비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결국 낙마한 뒤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조사까지 받은 경우가 있었다. 업무활동경비로 지원된 특정업무경비를 개인계좌에 넣고 불분명하게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어느 간부급 공무원은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개인카드로 식대를 계산했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한 친구가 “판공비 남았나 보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적인 모임이라 본인이 부담했음에도 공적인 일에 쓰는 ‘기관카드’를 쓴 것으로, 즉 ‘공금으로 친구들에게 밥을 사줬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는 이유에서 그랬다고 한다.

국민 세금을 알뜰하게 쓰겠다는 실천의지 보여야

실제 현장에서 업무추진비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기업에도 ‘접대비’가 있는데 기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일정 한도액 범위 내에서 손금(損金)으로 인정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되거나 각계와 유대를 증진하는 데는 함께 식사를 하거나 방문한 인사에게 간단한 기념품을 주는 것은 원활한 업무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일이다.

마치 기계가 잘 돌아가도록 기름을 발라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만, 사용자의 건전한 의식과 투명한 사용으로 본래의 취지에 맞도록 운영하고, 나아가 국민의 세금을 알뜰하게 쓰겠다는 실천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도액과 집행기준에 자율성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일부 불편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적지 않은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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