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새누리 세종시당의 예견된 '발등의 불'

유한식 전 세종시장이 ‘빤한’ 후진정치의 주역이 됐다.

한국농어촌공사 상임감사로 낙점된 것과 관련해 당장 ‘낙하산 인사’란 비판이 흘러나온다. 여당 정치인의 공기업 임원 임용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낙하산 인사’란 비판조차 감흥 없이 다가온다.

‘이해 못할바 아니다’라는 반론도 나온다. 농업직 공무원 출신인 유 전 시장이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공모에 응했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임용됐는데 뭐가 문제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농업전문가 유한식의 선택’이 아닌 ‘정치인 유한식의 선택’에 대해 여러가지 뒷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그 첫 번째가 ‘밀약설’이다. 지난해 10월 박종준 대통령경호실 차장이 돌연 사퇴하고 ‘세종시 출마’를 선언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당 위원장과의 사전조율 없이 그런 선택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흘러나왔다.

지역 정가에서는 유 위원장이 지역구 조직을 박 전 차장에게 넘겨주고, 유 위원장은 농어촌공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물론 이 같은 거래가 둘만의 밀약으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청와대를 등에 업었다는 시나리오는 일부 언론이 기사로 다룰 정도로 회자됐다.

석 달이 흐른 지금, 소문은 현실이 됐다. 총선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유한식 위원장은 지난해 11월말, 돌연 불출마 선언을 했다. “시당위원장으로 새누리당 후보가 반드시 당선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깊이 느꼈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올 초 새누리당 세종시당이 유한식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공약개발단’을 발족하고 “실천가능한 공약과 정책을 완성하겠다”고 천명할 때까지만 해도, 유 위원장이 불출마 당시 밝혔던 약속을 지키는 듯 보였다. “뒷바라지 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임을 깊이 느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유 위원장은 시민과 당원 앞에 약속했던 그 ‘시대적 사명’을 과감하게 던져버렸다. 농어촌공사 상임감사 내정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직전, 유 전 위원장은 조용히 당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이튿날 그는 상임감사 임명장을 받으러 농어촌공사가 있는 전남 나주로 향했다.

새누리당 세종시당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견된 불이기에 그리 놀라진 않았겠지만, 불은 불이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심판 격인 시당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곧이어 두 사람이 시당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다. 김칠환 전 의원과 최민호 전 행복청장이 새로운 심판으로 나설 것이란 소문이 퍼졌다. 두 사람은 사뭇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필자와 전화통화에서 김 전 의원은 “난 이미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 전 청장은 “당이 원한다면 헌신하는 게 당원의 의무”라고 답했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아직은 미지수다. 시·도당 대회를 통한 위원장 선출이냐, 중앙당이 선택하는 직무대행체제냐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다.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예비후보들은 저마다 손익계산에 분주하다. 어떤 후보는 빨리 경선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다른 후보는 공정성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로드맵대로 가기 원하는 후보와 그 로드맵을 깨길 원하는 후보의 차이랄까. 경선경쟁보다 심판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더 큰 복병으로 등장했다.

진통이 있겠지만 총선후보는 선출될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볼 때,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과거의 논란은 과거에 묻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다면, 후과(後果)를 책임질 사람이 누구냐를 두고 자중지란을 벌일 게 자명하다.

여기까지가 새누리당 세종시당 경선을 둘러싼 소문, 그리고 그 소문이 현실이 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런데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한 가지 더 있다. 공기업 임원 임기 2년을 끝마친 칠순의 노정객이 지방선거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나서지 말란 법이 있을까. 정말 거기까지는 보고 싶지 않다. ‘3류 시나리오’는 2년 뒤가 아닌, 지금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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