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문화·가치있는 기업’ 비전 선포…'대전스런 기업'도 강조

임영진 대표의 선친 임길순 옹, 1956년 대전역 광장 한쪽서 ‘성심당’ 창업
2005년 화재 ‘50년 못 넘기나’ 우려도…60년 지역대표 ‘로컬브랜드’ 성장
60주년 기념 빵 개발 착수, 성심당 중심 시내 투어 맵제작 등 이벤트 계획

 


‘60’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다. 2016년이 어느 때보다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올해 60년 비전을 선포하고, 관련 이벤트나 행사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1956년 창업해 꼬박 60년의 세월을 대를 이어가며 운영하고 있는 성심당 얘기다. 흔들림 없이 한 곳에서 그 긴 세월을 보냈다.

성심당은 올 초 60주년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대전의 정체성을 지닌 대표 빵집이란 이미지 부각 작업도 벌일 계획이다. ‘밀가루 두 포대’의 기적이 ‘대전의 문화’를 만든 역사를 모아 책으로도 펴낼 생각이다. 회사를 중심으로 한 시티투어도 구상하고 있다.

‘60년의 기억’을 ‘60년의 희망’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성심당에게 올해는 더욱 큰 감회와 의미가 있다. 성심당에서 올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공장 화재 위기 극복 60주년 비전 제시

성심당은 임영진 현 대표의 선친과 모친이 1956년 대전역 광장 한쪽에 천막을 지고 장사를 시작한 것이 모태다. 당시 임 대표는 3살 무렵. 선친인 창업주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1.4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미국의 빅토리 메러디스호를 타고 피난 왔다.

대전에 정착한 선친은 성당 신부에게 밀가루 2포대를 지원받아 찐빵집을 열었다. 지금은 그 아들인 임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현재 임 대표의 아들도 이 회사 대리로 근무하고 있다. 3대째 가업을 잇는 것.

성심담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창업 50년을 1년 앞둔 지난 2005년 발생한 공장 화재는 회사의 최대 위기였다. 임 대표와 일부 직원들은 당시 화재 현장을 보면서 가슴이 메어졌다. 이대로 ‘50년을 넘기지 못하겠구나’ 생각을 했다고 한다.

임직원들은 뭉쳤다. 대전에서 성심당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6년 창업 50주년을 무사히 마쳤다.

성심당은 그로부터 10년 후인 올해 60년을 맞았다. 지난 4일 대전 BMK웨딩홀에서 직원 및 가족 등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우선 회사의 미션은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요’다. 임영진 대표는 “회사 사훈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임직원들에게 부여된 임무”라고 했다.

이날 ‘비전 60’도 선포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우리는 사랑의 문화를 이룬다. 우리는 가치 있는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매출 달성과 몇 개 점포 확장 같은 물리적인 비전이 아닌, 창업주의 본질 안에서 회사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임 대표는 “서로 사랑하는 회사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아무리 매출이 오르고 성공한다고 해도 서로 미워하고 무관심하다면 성심당이 아니다”며 “‘맛있는 빵·경이로운 빵·생명의 빵’에 대한 철학을 갖고 서로 사랑하며 빵을 만든다면 최고의 빵이 될 것이고, 사랑의 문화가 스며진 빵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빵으로 이 사회에 사랑의 꽃을 피우는 가치 있는 기업을 만들자는 게 골자다.

직원 근속 포상에도 스토리텔링 담아 수여

성심당은 비전 선포식 후 이색적인 직원 포상을 실시했다. 단순한 포상이 아닌, 상에다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점이 눈길을 끈다.

먼저 15년 이상 근무자들에게 수여하는 장기근속상. 여기에는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성심당에 입사해 올해 25년째인 박삼화 부장, 성심당에 근무했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18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용숙 사원, 15년째 근무하며 인센티브를 모아 큰딸 유학을 보낸 김미옥 계장, 15년째 사원들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박선희 사원이 이 상을 받았다.

다음으로 사랑의 챔피언 시상식을 가졌다. 이는 한 해 동안 동료들에게 사랑을 많이 베풀고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며 경영이념을 잘 실천한 직원에게 주는 것. 상금 뿐 아니라 승진 혜택도 준다. 2014년부터 시작된 성심당의 독특한 기업문화다.

올해는 성심당의 외식 브랜드 중 하나인 삐아또의 전 직원이 이 상을 받았다. 이들은 옆 가게의 담배꽁초로 인해 큰 마찰이 일어날 뻔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 가게에 휴지통을 선물했다. 불편했던 관계를 좋은 관계로 바꾼 것이다. 어려운 고물상 할머니를 도울 때도 전 직원이 나섰다. 기업이 추구하는 사랑의 문화를 실천한 공로다.

60년 기념 다양한 이벤트·행사 구상

성심당은 올해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구상하고 있다. 먼저 성심당의 역사를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인생사로도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를 지닌 것처럼 기업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제과 트렌드 안에서 향토기업으로 60년을 맞는 감회와 의미를 담겠다는 것이다.

책에는 창업주인 임 대표의 선친이 흥남부두에서 남쪽으로 피난하는 과정부터 시작해 대전에 정착한 후 찐빵집을 해 나간 이야기, 2대 경영에 따른 새로운 마케팅, 향토기업으로서 회사가 지닌 도시에 대한 생각들과 비전을 담겠다는 것이다. 김강은 팀장은 “올 가을쯤 출판할 것 같다”고 했다.

성심당은 특히 60주년을 기념하는 빵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기업의 스토리와 이미지, 사랑의 문화 등 빵에다 가치를 담겠다는 것이다.

또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대전시내 투어 맵도 제작할 방침이다.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성심당 스토리관’도 열 예정.

여기다 60주년을 기념하는 ‘나의 도시·나의 성심당’이라는 주제의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전시회는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데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성심당 빵을 먹고 자란 대전의 아마추어 아티스트들과 함께 사진, 그림, 영상 등을 제작하는 콜라보레이션도 구상하고 있다.      

임 대표는 “성심당은 대내외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겪었고, 대전을 대표하는 로컬브랜드로 성장하며 창업 60년을 맞았다”며 “세월이 흐르면서 세련되고 멋진 빵집이 아닌, 대전 시민에게 있어서만큼은 고향과 같은 지역 정서와 이미지를 담은 빵집이면서 창업주의 정신이 담긴 빵집이어야 함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로 사랑하며 사랑의 문화를 만든다는 직원들의 선서처럼 빵에 가치를 담는 것은 물론 대전스러운 회사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이제 우리 모두는 모두를 위해 일하면서 혼자가 아닌 ‘함께’, ‘성심인과 함께’, ‘대전과 함께’ 새로운 발걸음을 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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