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의 경제이야기] SK증권 대전지점장·한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많은 사람들이 처음 투자를 시작하면 정보에 민감하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그들의 말 한마디에 투자가 좌지우지 된다. 주변에 주식투자를 잘 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곧잘 믿고 따른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을 열심히 검색하고 공부한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검색하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서 투자를 하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여러 경로를 통해 많은 정보와 뉴스를 접하지만 내 판단이나 기준 없이 맹목적으로 그들의 말만 듣고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구술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정보가 넘쳐나도 그 정보들을 그냥 받아들여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떤 정보나 뉴스를 들었을 때 거기에 내 생각과 판단이 들어가서 충분히 사색하고 결정을 내릴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필자 역시 16년 전 증권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에는 여의도 증권가에 떠도는 소위 ‘찌라시’도 열심히 봤고 주변에서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해!’라는 정말 비밀스러운 정보들도 많이 받아서 큰 기대를 갖고 투자를 해 보았지만 결과는 잘못돼 실망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몇 번의 투자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곰곰이 실패 원인을 분석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좋다는 정보와 소식들을 듣고 허겁지겁 주식을 사기에 바빴던 것 같다. 정말 창피하게도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은 물론 나의 생각이나 주관이 거의 없이 맹목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해 춤추는 허수아비였던 것이다.

여러 차례 아픈 경험을 하고 나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섣불리 투자하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갖는다. 내가 완전히 이해하고 확신이 들 때까지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하고 나서 투자를 했다.

주식시장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항상 요동치고, 급등락을 반복한다. 이렇게 변덕스럽고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내 원칙과 소신, 투자한 회사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없으면 주가가 올라가도 언제 팔아야 할지 고민이다.

주가가 떨어져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된다. 언제 사고, 언제 팔지, 손절매를 해야 할지, 추가 매수를 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나에게 그 말을 해준 사람에게 물어보는 방법 밖에 없는데, 이것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시 2000P에서 순식간에 1000P 급락했다. 거의 모든 투자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었던 시기였다.

이때 필자의 고민은 ‘향후 5년, 10년 후를 보고 어떤 업종, 어떤 주식을 사야 할 것인가’였다. 주식시장은 너무도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고, 순식간에 급등과 급락을 한다.

시장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향후 미래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어느 업종이 뜨고, 어느 업종이 사양 산업이 될 지를 찾기 위해 몇 달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깊은 사색을 하는 시기였다.

이 과정을 통해 몇 가지 미래사회의 변화를 예측했다.

첫째,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돼 향후 우리 사회는 노년 인구 비중이 높은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다. 둘째, 사물인터넷과 지능형 자동차가 대세를 이룰 것이다. 셋째, 게임과 엔터 산업이 더 확장될 것이다. 넷째, 로봇이 일상화가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사실 위 네 가지 사회 변화는 조금만 관심을 갖고 뉴스나 신문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고령화 사회가 된다는 사실은 다 알지만 고령화 사회가 되면 어떤 업종, 어느 회사가 각광을 받을 것인가? 노년 인구가 늘어나니 노인 분들은 젊은 사람보다 더 자주 병원과 약국을 갈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오헬스케어와 제약주에 투자를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바이오헬스케어와 제약주 중에서 어떤 회사가 좋을 것인가를 고민해서 몇 종목을 선택했다. 그렇게 투자한 주식들이 3~5년 후, 적게는 4~5배, 많게는 10배 정도 오른 주식도 있었다.

사물인터넷과, 게임, 엔터관련주 역시 마찬가지였다. 로봇 관련주는 아직 큰 시세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5~10년 후에는 지금 가정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듯이 각 가정마다 로봇이 한대 이상씩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이 분야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정보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결정해 투자한 것이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가장 좋은 결과가 있었다.

투자가 어렵고 힘든 것은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10만원에 산 주식이 지금 5만원이지만 1년 후에 20만원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아무 걱정도 없고 힘들지도 않다.

문제는 실제 투자에서는 5만원으로 떨어진 주식이 과연 주가가 오를 것인가? 오른다면 언제 얼마나 오를까? 여기서 더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등을 현시점에서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투자는 ‘미지의 항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망망대해에서 성난 파도를 만나 배가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면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좋다고 해서 투자해도 주가가 내 뜻대로 움직이기 보다는 속을 새카맣게 태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명확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목적지가 없으면 위기에 빠진 배는 우왕좌왕하다 좌초되고 만다.

투자에 있어 명확한 목적지를 갖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투자하기 전에 충분히 내가 직접 그 회사를 분석하고 왜 이 주식에 투자하는지 투자 이유와 목표, 손절기준, 투자기간 등이 명확해야 한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하고 투자해도 성난 파도처럼 장이 요동치면 한없이 불안하고 힘든 것이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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