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검증 없는 졸속 영입 실패만 되풀이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인재영입’이 치열하다. 오늘 아침에 A당이 영입 인재를 발표하면, 오후에 B당이 맞불을 놓고, 다음 날 아침에는 C당이 치고 나온다. 또 그날 오후에는 A당, 다음 날에는 다시 B당과 C당이다. 짜놓은 순서처럼 연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양하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다. 그야말로 ‘인재전쟁(War for Talent)’이다.

총선을 앞두고 정당이 앞 다퉈 인재전쟁을 벌이는 건 비단 이번에 국한되진 않는다. 과거에도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마다 인재 영입전은 있어왔다. 그렇게 쌓인 영입 인재들은 당에 차고 넘친다.

격전 속 인재영입, 성공보다 실패하는 이유

그러면 그간 각 당에 영입된 인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운 좋은 인재들은 배지를 달았겠지만, 출중한 실력과 인지도를 가졌음에도 낙선한 인재들은 산화(散華)했거나, 휴지조각처럼 버려졌을 것이다. 선거란 전쟁터에선 패자는 기억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보다 더 나을 수 없다’며 데려온 인재영입이 실패하는 이유는 뭘까. 다음은 지난 2007년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외부 인재 영입이 실패하는 5가지 이유다.

▲영입 포지션 및 영입 목적에 대한 사전 준비 부족 ▲충분한 검증 없이 이뤄지는 인재 영입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지나친 내부·외부인재간 경쟁 ▲외부 인재로부터 오는 변화에 배타적인 태도 ▲믿음이 결여된 단기 중심의 성과 요구

기업에 있어서도 인재는 미래이고, 경쟁력이다. 하지만 위의 5가지 이유가 작용한다면 아무리 날고 긴다는 인재를 영입해도 성공할 수 없다.

검증 안된 졸속 영입은 '대 국민 사기극' 

이는 또 고금을 막론하고 우리나라 정치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선거에 임박해서 ‘일회성 이벤트’가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급조한 인재영입은 유권자인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재’라는 이름의 가면을 쓴 ‘대 국민 사기극’에 지나지 않는다.

당내 의견을 무시한 인재 영입은 지도부만 인정한 ‘인물영입’일 뿐이다. 될 성 부를 나무는 떡 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인재 영입만큼 인재 육성도 필요하다.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보령·서천)이 11일 기자에게 한 이야기가 와 닿는다. 그는 “유비가 제갈공명을 삼고초려해 모셨듯이 국가나 당에 필요한 분을 설득해 모셔오는 게 진짜 인재영입”이라고 했다. “우리 당이 지금 인재 영입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돼 있느냐”고도 했다.

'국민 눈높이+삼고초려+기존 조직과 궁합' 3박자 맞아야

그의 주장에 덧붙이자면 제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제갈공명이라도 관우와 장비 등 내부인재, 가신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또 내·외부 인재들이 ‘궁합’이 맞지 않아 조직의 분열을 가져오거나, 영입인재가 조직 적응에 실패해 본래 제 실력을 내지 못한다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꼴이 된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가칭 국민의당까지 인재영입 과정에서 ‘돌발변수’로 고민이 깊어졌다. 어떻게 하면 이 치열한 인재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10여 년 전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위의 5가지를 반대로 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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