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사립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본보의 <세종시 유일사학 ‘성남고’ 어디로 가나?> 보도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여러 가지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장 신입생 모집 중인 성남고등학교 측은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한 간부교사는 “기사에 등장하는 학생, 학부모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느냐”며 항의전화를 걸어왔다. 불이익 받을 소지가 있는 취재원을 어떤 경우에도 공개하지 않는 언론의 취재윤리 원칙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모집에 악영향을 미칠까 불안한 마음, 학교구성원이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다만 학교 측 입장을 듣기위해 본보 기자들이 인터뷰 등을 요청했을 때 아무도 책임감 있게 나서지 않았던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재단 이사진이 모두 사퇴하고, 교장 등이 사법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사회의 걱정 어린 시선을 외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사과가 됐든, 해명이 됐든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이사진 공백 상황에서 아무도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사실이 학교의 주인은 학교구성원 스스로가 아닌 이사진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시민들도 이 같은 제도적 맹점을 이미 잘 이해하고 있다.

“교육재단을 사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집단의 잘못된 생각이 문제이고, 이런 집단이 권력을 행사하니까 바로잡히지 않는 거 아닐까요? 사학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데, 감독관청에서 수수방관만 하죠.”

성남고 관련 본보 특집기사에 한 시민(cwj9705)이 덧붙인 의견이다. 명쾌한 관점이고, 간명한 설명이다.

사학비리가 터져 나올 때마다 우리는 늘 한 가지 화두에 직면한다. 사학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이에 답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사립학교 운영비의 90%를 국민세금으로 충당하는데, 사립학교가 어찌 사학재단의 것일 수 있느냐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 이들의 시각이 첫 번째 관점이다.

두 번째 관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소유권’이고 이를 자유롭게 행사할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독자들도 한 번쯤 고민해 보시길 바란다. 과연 어떤 생각이 더 보편적이고 타당한 것인가. 필자는 학교를 사회적 공기(公器)로 이해한다. 설사 어떤 대기업이 운영비 전액을 부담하며 학교를 운영한다 하더라도, 학교운영은 투명하고 민주적이어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은 존재의 이유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사회의 힘 있는 ‘분’들 중 상당수는 필자와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사학의 투명성과 민주성에 초점을 맞춘 사학법 개정에 나섰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2개월 동안 장외투쟁까지 불사하며 완강히 맞섰다.

투쟁을 이끌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은 우리 아이들에게 친미·반북 이념을 주입시키려는 것”이라며 색깔론까지 폈다. 결국 이 싸움은 노무현 정부의 완패로 끝났다. 사립학교를 사회의 공기(公器)로 변화시키려 했던 노력은 미완의 시도로 끝나버렸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사립학교법은 더욱 후퇴했다. 학교재단 이사장의 ‘소유권’을 더욱 보장하는 쪽으로 기능하고 있다. 대형비리가 드러나 감옥에 갔다 와도 ‘소유권’만큼은 공고하다.

성남고등학교를 운영하는 대성학원 역시 ‘소유권’을 박탈당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사퇴한 이사진이 제 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감시기관인 교육청 실무자들마저 동의할 정도다. 2005년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승리. 그 승리가 이렇게 우리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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