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26> 올 7월 파츠너 창업, 창조경제 모델 '주목'

한남대 경영정보학과 2학년 마치고 올해 7월 1억 모아 ㈜파츠너 창업
사업계획서 준비와 설명회 및 창업 지원 선정 등 직접 발로 뛰어
“바지사장 아니냐” 젊은 여성 향한 선입견에 거식증까지 생겨 후유증 치유 중
차 인증품 활성화 ‘소비자 선택권 확산’+‘중소기업 육성 리더’ 포부


정부의 자동차 대체부품 활성화 방안이 난관에 봉착한 모습이다. 정부가 터무니없이 비싼 외제차의 부품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대체부품 인증제’는 올 1월부터 시작해 시행 1년이 다 돼 가지만 갖가지 난관에 가로 막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디자인보호법은 등록된 제품의 디자인을 20년간 보호하게 돼 있어 자동차 업체들이 이를 근거로 자동차 대체부품(이하 인증품) 제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행 초기부터 지적됐던 이 보호법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등록된 인증품은 단 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달 19일에는 자동차부품이 다지인보호권을 획득하고 3년이 지날 경우 인증품에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도록 하자는 내용의 ‘디자인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까지 폐기돼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희망은 단기간에 사그라들었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는 완성차업체들과의 알력 다툼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완성차업체들은 대체부품에 대해서는 무상수리마저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희소식도 있다. 앞서 지난달 10일 열린 제21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인증품 제도 활성화 방안이 결정됐다. 그 방안 중 하나가 국민들이 인증품제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소모품, 기능부품으로 인증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 조치와 맞물려 시류를 빨리 읽은 국내 한 여성청년 창업가가 일을 냈다. 국내서 처음으로 ‘1호’ 자동차 대체부품을 출시한 것. 그것도 출시하자마자 중국에 수출길도 열었다. 22살의 젊고 당찬 이 여성 창업가는 무슨 꿈을 꾸고 있기에 이처럼 쉽지 않은 선택을 한 걸까.

22살 청년여성 창업가 김보민의 ‘꿈’

국내 인증품 제조·유통회사인 ㈜파츠너 김보민 대표(22·여·한남대 경영정보학과 2년)는 그동안 남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자동차 부품 제조·유통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 국내 제1호 인증품도 출시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휴학한 이 청년여성 창업가가 출시한 인증품은 국산차용 에어필터와 오일필터 두 종류다. 물론 현재는 보유한 공장라인이 없어 외주로 위탁생산을 한다.    

국내 외장부품 분야 제1호 인증품은 지난 7월 13일 코리아오토파츠가 출시한 해외 완성차업체 B사의 휀더다. 김 대표가 출시한 건 국내 기능부품 1호다.

김 대표는 아직 공장 심사 및 부품시험 등 인증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1호’가 붙은 이유는 대체부품을 인증해 주는 한국자동차부품협회에 인증을 신청한 곳이 파츠너 밖에 없기 때문. 이 절차를 모두 통과하면 내년 1월 중 품질 인증서 마크를 부착한 국내 최초의 인증품을 정식 출시하게 된다. 제품명 역시 회사명과 동일한 ‘파츠너’다.

김 대표는 이미 차 부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의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창업선도대학) 지원을 받아 전 세계 전 차종의 자동차부품 정보를 데이터화 하고, O2O 서비스를 기반으로 글로벌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청년 창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또 하나의 여성 스타트업 기업인 셈이다.

그는 실행의 하나로 먼저 오는 22일 자사 쇼핑몰(www.auto-partsner.com)에서 시작하는 연말 플래시세일 행사를 통해 ‘파츠너’ 제품을 론칭한다. 플래시세일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와 개념은 같으나 조금 다르다.

이는 자사 홈페이즈를 통해 22일부터 올 연말까지 매일 하루에 5시간 동안만 할인해 판매하는 것. 전 차종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차종별로 하루에 한 개 차종을 정해 인증품을 50%까지 할인 판매한다. 소위 반짝 세일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는 파츠너가 취급하는 다른 품목을 포함해 인증품 제조업체 4개사와 유통업체 3개사 등 7개 업체가 참여한다. 자동차 선진국이라는 독일과 미국의 업체도 참여한다.

김 대표의 포부는 당차다. 그는 “품질이 우수하면서도 가격이 완성차 부품의 50% 정도인 인증품 브랜드 ‘파츠너’를 시장에 처음 선보이게 됐다”며 “그동안 대기업 순정품 중심의 국내 차 부품 시장에 경쟁의 원리가 도입 되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 차량연식을 감안해 원하는 브랜드 제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창업 지원 선정까지 ‘거식증’ 앓으며 얻은 발품의 결과

김 대표는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도 구상도 해 본 적이 없다. 더욱이 차 부품시장은 생각지도 않은 분야다. 그런데 아버지의 회사 일을 잠깐 도와주겠다고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계기가 됐다.

부친은 작은 자동차 부품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작년 말 휴학을 하고 12월 중순부터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했다. 처음 부품명은 고사하고 자동차 이름조차 낯설었다. 주문전화가 오면 망설이기 일쑤였다. 그런데 재미가 있었다. 파고들고 알면 알수록 적성에 맞는다고 느꼈다.

통상 자동차 부품시장의 소비자는 정비업체, 부품유통업체, 개인차주 세 부류. 그는 일일이 오프라인으로 찾아다니며 판매도 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전화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할 때 부품명을 모를 경우 김 대표가 오히려 자세하게 알려 줄 정도로 관련 지식도 갖췄다. 아버지 회사 일을 도와주면서 월 2000만원의 실적도 냈다.

김 대표는 그러다 올 들어 아버지가 지역 대학에서 운영하는 창업대학원 강의를 듣던 중 교수들의 조언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청년 창업, 그것도 여성이 창업하면 정부 지원이 많다는데 눈을 떴다. 교수들은 물론 관련 업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수업 참가 자격이 안 돼 참관인 자격으로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내가 창업을 하기까지 한밭대 김명숙 교수님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했다.

그는 중기청 창업진흥원의 공모에 응모했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난 5월 대체부품 분야로 선정됐다. 곧바로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창업 지원금 4800만원에다 지인들로부터 투자 받은 5000여만원을 합쳐 1억원의 자본금으로 지난 7월 8일 인증품 제조 유통회사인 파츠너를 세웠다.

김 대표는 사업계획서 제출부터 선정까지 모든 걸 스스로 해 나갔다. 무엇보다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은 젊은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었다.

그는 “나이도 어린데다 여자여서 창업 당시 자동차 업계서는 ‘바지사장 아니냐’는 선입견이 매우 많아 무척 고생했다”며 “그때 스트레스를 너무 받은 나머지 거식증까지 걸릴 정도로 고생했다”고 했다. 지금도 그는 이 후유증을 치료하고 있는 중이다.   

‘금수저’ 아닌 ‘흙수저 문 사람’

김 대표는 최근 중국 북해그룹과 수출 계약도 체결했다. 북해그룹은 중국 내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내 유망 중소 부품사를 발굴해 중국 현지 수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파츠너는 북해그룹이 운영하는 ‘한의’(한글표기명)라는 쇼핑몰에 국내 인증부품을 입점 판매키로 했다. 현재 구체적인 판매 품목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파츠너가 제조하는 인증품인 에어필터와 오일필터 및 에어콘필터(항균필터) 3개 품목을 우선 입점 판매할 계획이다.

이후 파츠너는 점화코일, 워터펌트, 브레이크패드, 컨트롤암(하체부품) 등의 인증품을 제조해 입점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첫 중국 수출은 이번에 신청한 인증부품이 인증 확정된 이후인 내년 2월부터 구체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북경한의정보기술 유한회사와도 인증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단일 전산시스템 운영으로 자동차 부품의 구매·결재·배송을 실시간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그의 이 같은 탄탄대로에는 곁에 있는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그래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금수저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맞물려 부모님의 재정적 지원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나는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라며 “사실 정부의 창업 지원금 4800만원으론 창업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나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5000여만원을 모아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창업이야기를 듣다보니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 자신의 전공분야 보다는 흥미있는 분야를 앞세워 비즈니스화 했다는 것. 

그러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꺼냈다. 중국의 한 자동차 부품전시회에 참관해 설명회를 할 때였다. 김 대표는 “당시 중국 측 바이어들이 ‘보민씨는 얼굴밖에 기억 나지 않는다’며 농을 걸었는데,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다”며 “열과 성을 다해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얼굴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니. 참, 답답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은 국제적인 모양”이라며 웃었다. 

김 대표는 “사실 키가 크다 보니 일각에선 모델 같다고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런 소리 듣기 싫다”며 “어리다고, 젊은 여성이라고 우습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제법 중견 기업인 같은 포부도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인증품을 통해 정비 수리비의 거품을 제거하는데 일조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확대해 주고 싶다”며 “특히 현재 순정부품을 고집하는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개선해 중소기업도 동반성장하고 육성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고 했다.

“현재 운영 중인 쇼핑몰에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인증부품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라며 “앞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긴다면 인증품 제조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는 내년까지 2년간 휴학 상태다. 내년 일 년 더 기업을 안정화시킨 뒤 2017년 복학해 학업과 회사 일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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