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38>

같은 술도 의미와 멋을 알고 마시면 그 흥취를 더한다. 의미와 멋의 술 이야기를 해볼 까 한다.

▴ 술은 악마의 선물이다.

탈무드에 보면 술의 기원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인간이 최초로 포도씨앗을 땅에 심고 있을 때 악마가 와서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죽여 그 피를 거름으로 쏟아 부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포도주인데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해지다가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난폭해지고 더 마시면 돼지처럼 지저분하게 되다가 지나치게 너무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래서 포도주는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술은 너무 과하게 마시지 말라는 경계의 뜻이 담겨 있다.

▴ 술은 신령한 음식이다.

사기(史記)에 의하면 비주불향(非酒不享) 즉 제사에 술이 없으면 신이 흠향(歆饗)하지 않음이요. 비주불의(非酒不義) 즉 임금과 신하, 벗과 벗 사이에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음이요. 비주불권(非酒不勸) 즉 서로 다투고 나서 술이 아니면 화해를 권하지 못함이라 했다.

이처럼 술은 필수적 제수(祭需)이며, 막힌 감정을 풀어주는 촉매주(觸媒酒)이며 싸운 뒤의 화해주(和解酒)로서 옛 사람들은 술을 신령한 음식으로 여겼다.

▴ 술은 닭이 물을 쪼아 마시듯 천천히 적당히 마셔라.

酒(술주)자를 파자(破字)해 보면 ‘술은 유시(酉時) 이후에 닭(酉)이 물(氵)을 쪼아 마시듯이 천천히 마셔라.’고 풀이 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술은 한꺼번에 원샷보다는 천천히 조금씩 나누어 마시라는 것이다.

화간반개(花看半開) 주음미취(酒飮微醉) 차중대유가취(此中大有佳趣) 즉‘꽃은 반쯤 피었을 때보고, 술은 약간 취할 만큼 마시면 이 가운데 아름다운 멋이 있느니라.’ 하였다. 이 처럼 술도 적당히 마셨을 때 그 멋이 우러나오는 것이다.

주중불어 진군자(酒中不語 眞君子) 즉‘ 취중에 망언을 하지 않는 것이 참된 군자’요 취중망언 성후회(醉中妄言醒後悔) 즉 ‘취중에 한 망언은 술깬 뒤에 후회한다.’ 하였으니 취중이라 해도 절대 정신이 흐트러지거나 망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세상 술잔에 빠져 죽은 사람은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많다고 하지 않는가.

▴ 문주위연(文酒爲宴)하라.

술을 마실 때 욕이나 험담, 분함이 안주가 되는 술은 슬픔과 분노의 독주(毒酒)가 될 수 있음이요. 풍류나 가무, 축하나 칭찬이 안주가 되는 술은 즐거움, 흥과 멋을 돋우니 약주(藥酒)가 된다.

문주위연(文酒爲宴) 즉 시나 노래, 풍류가 있는 주연이라는 뜻으로 이때의 술은 풍류를 즐기며 마시는 술이니 풍류주(風流主)라 이름 붙여 보겠다.

문주위연의 흥취를 더 할 수 있는 글을 소개 하겠다.

인생은 주객(酒客)이며 세상은 주막(酒幕)인 거여
구천(九天)을 떠돌던 영혼이 사람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는 것은 주막에 온 거여
주막에 올 때 저 마실 잔 들고 오는 사람 없고 갈 때도 저 마신 잔 들고 가는 사람 없어
이와 같이 너 또한 빈손 쥐고 주막으로 취하러 온 거여
잔 안 들고 왔다고 술 안파는 주막 없고, 잔 없어서 술 못 마실 주막도 없지만, 네가 쓰는 그 잔은 네 것이 아닌 거여 갈 때는 주막에 놓고 가야 되는 거여

단술 먹고 웃는 소리 쓴술 먹고 우는 소리
시끌벅적했던 세상, 그 곳은 주막이고 술이 깨면 떠나가는 너는 나그네인거여

훗날 오는 사람에게 네 잔을 내어주고, 때가 되면 홀연히 빈손으로 가야하는 너는 주객(酒客)인거여. (좋은 글 중에서) 

만수산 만수봉에 만수정이 있더이다.
그 물로 술을 빚어 만수 주라 하더이다.
은잔 금잔 다 그만두고 앵무배(앵무조개의 껍데기로 만든 술잔)에 술을 부어 첫째 잔은 불로주요.
둘째 잔은 장생 주라, 진실로 한잔 받으면 만수무강 소원 성취하오리다. (창부타령에서)

부생(浮生)이 꿈이여늘 공명(功名)이 아랑곳가
현우귀천(賢愚貴賤)도 죽은 후면 다 한 가지
아마도 살아 한 잔술이 즐거운가 하노라. (김천택)

술을 취게 먹고, 도렷이 앉았으니 억만 시름가노라
아해야 잔 가득 부어라. 억만 시름 보내리라. (정태화)

▴ 그렇다.
권주가에 한 잔 술이 어떻할런지?
받으시오. 받으시오. 이 술 한잔을 받으시오
이 술은 술이 아니라 우리들의 건강주요.
이 술을 잡수시오면 만수무강 하오리다.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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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 (토요반)
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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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 수 10시 ~ 12시)

⚫ 서구문화원 (매주 금 10시 ~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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