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창호의 허튼소리 ]전 충남 부여군 부군수

요임금 때 허유와 소부가 기산에 숨어살았다. 헌데 요임금이 허유가 어진 현자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나라를 물려주겠다”고 했다. 허유는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귀가 더럽혀졌다”며 영수(潁水)에 나가 귀를 씻었다.

소에게 물을 먹이러 나온 소부가 허유에게 귀 씻는 이유를 물었다. 허유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소부는 “숨어 살려면 소문나지 않게 조용히 살아야 하는데 명예를 쫒기 위해 소문을 냈기 때문”이라며 허유를 탓하고는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갔다.

허유가 “왜 길도 없는 위쪽으로 가느냐”고 묻자, 소부는 “귀 씻은 더러운 물을 소에게 먹일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임금 자리마저도 욕심을 내지 않았으니 물처럼 맑은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와이로는 ‘뇌물’이라는 일본말이다. 그런데 한자말에도 뇌물을 뜻하는 와이로(蛙利鷺)가 있음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가끔 퇴직자들끼리 모여 도솔산 산행을 하게 되면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게 되는데, 이성호 전 천안시부시장이 이 말의 유래를 들려줬던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고려시대 때 이규보는 과거에 매번 낙방을 했다. 그는 집 대문에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한이다(唯我無蛙 人生之恨)’라는 글귀를 써 붙였다.

어느 날 임금이 민정을 살피러 나왔다가 이 문구를 보게 되었다.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임금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이규보의 집에서 하룻밤 묵어가기를 청했다. 마침내 이규보와 마주앉게 된 임금은 대문에 붙어 있는 문구에 대해 묻게 되고, 이규보가 이에 답하게 된다.

“옛날에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자면서 심판은 백로가 보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노래에 자신이 있던 꾀꼬리는 좋다고 했습니다. 시합 날이 다가오자 꾀꼬리는 목청을 가다듬고 노래연습을 하는데, 까마귀는 노래는 하지 않고 개구리만 잡으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3일 후의 노래시합에서 목소리가 거칠고 노래솜씨가 형편없는 까마귀가 이겼습니다. 까마귀가 백로에게 개구리(蛙利鷺)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규보의 말을 듣고 글귀가 풍자하는 뜻을 알게 된 임금은 과거 보러가는 선비인척하면서, “며칠 후에 임시과거가 있다기에 개성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규보에게도 과거볼 것을 권했다. 임금은 환궁한 후 임시과거를 명하고, 시제를 ‘유아무와 인생지한’으로 내걸게 했다.」

이 임시과거에 이규보가 합격했음은 물론이다. 이규보는 이후 무신정권의 최고 실력자 최충헌에게 발탁되어 문장가로서 큰 활약을 하고, 많은 업적도 남겼다.

상류의 지도층이 솔선하여 지키는 도덕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우리말에도 ‘양반은 양반답게 처신해야한다’ 는 말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上濁下不淨)’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상류층은 어떠한가.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 모범을 보여야할 상류층이 오히려 물을 더 흐리는 것 같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지탄을 받는 경우가 그렇다.

얼마 전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수뢰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의 송광호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재윤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4년의 실형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1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으면서도 뇌물을 수뢰해 실형을 받았다니 어이없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의원과 함께 기소됐던 같은 당 신계륜·신학용 의원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한다.

또, 야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박모 의원이 돈과 고급시계를 받고 구속되었고, 승용차 트렁크에 넣은 돈 다발이 2000만원인지 3000만원인지 본인도 헷갈리는 우스운 꼴을 보이다 구속된 여당의 모(模)의원도 있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야할 군 장성들이 방사청 무기사업과 관련한 수뢰를 해 ‘수십 개의 별이 떨어졌다’는 보도는 더욱 할 말을 잃게 한다.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비리가 저질러졌다니 한심하다. 

엊그제(11,19.),아침 신문을 보니 ‘뇌물까지 입찰 부친 공기업 본부장’ 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김포도시공사의 김모 본부장이 브로커를 시켜 건설업자를 물색해 돈을 가장 많이 준 업체(뇌물 5000만원을 준다는 업체보다 1억 원을 제시한 업체)를 낙찰시키거나, 부하 직원을 시켜 뇌물액을 흥정하며 액수에 따라 업체를 갈아타기까지 했다 한다. 기가 막힐 일이다.

이외에도 제약회사와 병원 간에 오가는 리베이트 비리, 학교 급식납품 비리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조희팔 사기사건에서도 경찰과 법조계에 수많은 뇌물이 오갔음을 알 수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15년 발표한 ‘세계부패 인식지수 2014’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174개국 중 43위라 한다. 31위인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보다도 못하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7위이고, 일본은 15위, 대만은 35위다. 1위는 덴마크,2위는 뉴질랜드,3위는 핀란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부패가 사라져야 한다. 뇌물 없는 맑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OECD 국가 중 행복지수는 최하위권이고, 부패지수는 높다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지도층부터 ‘높은 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를 솔선하여 실천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정기능이 작동되어야 한다. 하루빨리 우리나라가 투명한 국가 세계 1위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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