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25)] 기술의 아록이엔지, ‘우문현답-현장에 답이 있다’

‘알록달록 아름다움의 극치’란 의미의 ‘㈜아록ENG’ 만들어
하수관거 비굴착 보수공법, 국내 중소업계 최초 신기술 개발
“아름다운 환경 만들기 위한 100년 기술 선도 기업 만들 것”

 

㈜아록이엔지 최장환 대표(53)의 경영 철학 중 하나가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게 그의 지론. 중소업체지만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향후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다.

최 대표는 하수관거를 보수할 때 비굴착, 즉 땅을 파지 않고 보수를 하는 신기술 ‘비굴착 (상)하수관거 보수공법’으로 국내서는 따라올 업체가 없을 만큼 기술 기반을 다졌다. 중소업체 입장에선 장비 구입이나 신기술 개발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은 게 현실. 그럼에도, 국내서 미개척 분야를 꾸준히 개척한 그의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는 그러나 국내 현실이 녹록치만은 않다고 했다. 중앙정부나 자치단체 등 관공서에서 발주할 때 이 같은 신기술 공법을 인지하지 못한 채 특수공법을 써야 하는 공사 현장에도 일반 업종으로 발주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개탄했다. 저비용 고효율의 공법을 놔두고 여전히 ‘관행’대로 움직이는 공조직의 시스템을 꼬집은 것.

최근 사무실에서 최 대표를 만났을 때 기업 연혁에 대한 설명에 앞서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공조직도 변화해야 한다고 힘 줘 말했다. 지난 17년, 길진 않으나 똑 소리 나는 그의 기업 경영 철학을 들어봤다.   

“남들과 똑같이 해서는 성공 못해”…기술 경영의 시작

최 대표는 1998년 ㈜대농건설을 설립했다. 2005년 회사명을 바꾼 현 아록이엔지의 모태다. 하지만 그의 건설업 역사는 회사 설립 역사보다 길다. 회사는 17년 됐지만 그의 건설업 경력은 20년이 넘는다.

그는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한 특성을 살려 건설기술분야 엔지니어링업체에서 일하다가 건설업에 눈을 떴다. 아록이엔지(대농건설)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 이 회사 대표가 개인 사정으로 회사 문을 닫으려 할 때 아예 인수했다. 실업자로 내몰릴 직원들의 처지도 걱정했지만 이 분야 강소기업을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도 발동했다.

회사 이름이 독특했다. 최 대표는 “‘아록’은 ‘알록달록’의 순우리말로 ‘알록달록 아름다움의 극치 또는 조화롭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회사를 인수한 후 회사명을 지금의 아록이엔지로 바꿨다. 그리고 단 하나만 생각했다.

“누구나 하는 흔한 기술, 즉 남들과 똑같이 하면 경쟁력이 없어요.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상하수도 분야에서 ‘비굴착’ 공법 개발에 뛰어 들었죠.”

그렇게 하수도관 비굴착 공법 분야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부분 보수만 해오다 지금은 전체 보수로 확대할 만큼 기술도, 회사도 성장했다. 지난 15년여 간 비굴착 보수·보강 전문시공분야에서 독보적 위치에 오른 것. 

상하수도업계 최초 ‘상하수관로 비굴착 보수 공법’ 개발

최 대표는 “중소기업, 그것도 상하수관로 보수 분야는 장비나 기술개발 면에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며 “중소업체가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부도가 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미개척 분야인 만큼 장비 투자는 물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에도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좀처럼 뛰어들기 쉽지 않다고 했다.  

꾸준히 현장에서 답을 찾아 나갔다. ‘언제까지 땅을 판 뒤 노후화된 관을 교체하는 전근대적인 방법으로 할 것인가.’ 그는 고비용 저효율 문제를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5~6년간의 연구 끝에 노후된 상하수도 관로를 전체보수공법 및 부분보수공법을 개발했다. ‘다기능 안전고압호스를 이용한 하수관거 비굴착 전체보수공법(MSHS공법)’. 국내 상하수도 업계 최초다.

아록이엔지가 보유한 MSHS공법은 땅을 파지 않고 노후된 하수도 관로를 보수·보강할 수 있는 차세대 비굴착 기술로 2013년 국토부로부터 신기술 인증을 받았고, 같은 해 중소기업청장 표창 수상 및 기술보증 벤처기업 인증을 따냈다.

과거 노후화된 하수도 보수공사를 할 때 대부분 땅을 파서 공사를 하는 굴착공사로 진행했다. 그런데 굴착공사를 할 경우 공사기간 교통 및 보행자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이에 따라 땅을 파지 않고 보수하는 비굴착 보수공사가 일부 업계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아록이엔지가 보유한 MSHS공법은 기존 비굴착 보수공사에 비해 시공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뿐만 아니라 원가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MSHS공법은 고압호스의 나선형 증기배출시스템으로 하수관 내부에 균일하게 열을 분사하는 기술이다. 기존의 비굴착 보수공법이 하수관 한쪽에서만 열을 분사하기 때문에 열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반면 MSHS공법은 순차적 스팀공급이 아닌, 안전고압호스를 통해 동시에 균일한 스팀을 분사시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이로 인해 시공기간도 절반 가까이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 문제인 ‘싱크홀’ 해결해 보겠다

최 대표는 비용 측면에서 봤을 때 굴착공법이 ‘100’이라면 MSHS공법은 ‘70원’이면 해결된다고 했다. 여기다 굴착공법에 의한 관로 수명이 25년이라면 MSHS공법은 50년은 거뜬하다고 했다.

그는 “비굴착 공법은 뛰어난 경제성, 탁월한 시공성, 환경친화성, 우수한 내구성은 물론 작업자의 피로도까지 낮출 수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이 공법으로 지난해 S그룹 계열사와 최초로 수의계약을 따냈다.

그의 선택과 집중은 각종 성과로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2014 신한국인 대상’에서 경영인부문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 들어 3월에는 이 신기술 공법으로 국내 과학기술계 최고의 상인 제76차 장영실상에서 기술혁신부분상을 수상했다.

현재 아록이엔지가 등록 보유한 특허는 15건. 그는 특히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 사옥내 땅을 파서 임상실험을 할 만큼 끊임없는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

‘오뚝이’ 근성…정부의 모순된 관행 지적 개선하기도

그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두 번의 어려움이 있었다. 한 번은 과거 건설사끼리 상호보증을 서 주던 시절, 보증을 서준 상대 회사가 도산하면서 최 대표 역시 무일푼이 됐었다.

다시 일으켜 세운 회사가 1990년대 후반 불어 닥친 IMF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자금난으로 도산했다. 이후 현재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 최 대표다.

그런데 한 가지 오랜 관행을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이 특허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이 같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기존 일반 공법으로 발주를 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 이로 인해 원천기술 보유업체가 하도업체로 전락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이 여전히 만연해 있어 문제라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환경부에서 환경 신기술로 하면 건설 분야 신기술에 대한 가점을 안주고, 반대로 국토부 쪽 일을 건설 신기술로 하면 환경 분야 신기술 가점을 안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부처 간 이기주의 장벽을 없애야 중소기업이 살고 국가 경제가 산다는 논리였다.

그는 이후 옴부즈맨 제도를 활용, 정부에 제안해 이를 개선하는데도 앞장섰다. 현재 국토부에서 이 같은 불합리한 점들을 찾아내 법제도 수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 행정자치부에도 신기술 공정에 대한 분리 발주를 6차례 요구하는 등 설득작업도 하고 있다.

역시 대전시에도 같은 이유로 조례 개정을 수차례 요구한 상태다. 그의 또 다른 소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특히 인맥 활용을 위해 사회 일각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퇴직 공무원 채용을 절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의 기본, 즉 정석대로 최선을 다 하는 게 본분이라는 생각에서다.  

100년 기업 목표, 신기술만이 지속 성장 가능

최 대표는 해외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차세대 비굴착 공법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계획.

그는 “중국의 경우 20년 이상 된 도시가 많다”며 “최근 중국 시장으로 유럽 기업들이 진출하기 시작했고, 아록이엔지도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 톈진시에서 기술 도입 제안서가 들어왔다”며 “이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으로 판로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의 또 하나 목표는 하수도 뿐 아니라 상수도 시장에도 도전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상수도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100년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아록이엔지는 내 혼자만의 기업이 아니에요. 장수기업을 만들기 위한 틀을 짜는 것이 내 역할이죠. 내가 없더라도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기술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되길 바랄 뿐이에요.”

최 대표는 충남 예산 출신이며, 충남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한밭대에서 환경공학 석사를 마쳤다. 현재 대전대에서 환경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한환경공학회 대전충청지회 이사, 이노비즈협회 대전세종충남지회 부회장, 우리공원가꾸기운동본부 이사장 등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12개의 회원사를 둔 대한비굴착신기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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