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33>

남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해주지 않고 오히려 시기, 질투하는 경우에 흔히‘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속담의 원래 뜻은 지금의 이러한 뜻과는 정반대라고 한다.

일설(一說)에 의하면, 사촌과도 한마을에 살고 마을 전체가 공동체 생활을 했던 옛날 농경시대에는 두레나 품앗이 등으로써 서로 도우며 농사를 지었다. 그래서 사촌이나 이웃집에서 새로 땅을 사면 그 만큼 도와 줄 일이 많이 생기게 되어 일을 하기 싫을 때‘배가 아프다.’는 꾀병을 부리는데 여기에서 생긴 속담이‘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우리의 미풍양속을 폄하기기위해 오늘날과 같은 시기, 질투의 뜻으로 왜곡 시켰다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보통 속인(俗人)들이 지닐 수 있는 속마음이라 하겠다.

같이 입사한 동료 직원이 나보다 먼저 승진하였을 때나, 같은 계원의 자식이 내 자식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갔을 때 겉으로는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속마음은 그리 기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인간의 속성이라 하겠다.

순자(荀子)의 성악설(性惡說)에 의하면,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利己的)이고 동물적 쾌락을 추구하려는 욕망의 악한 본성(동물적본성)을 지녔다고 한다. 이러한 이기적인 본성, 즉 나만을 위하려는 본성에 의해 시기심과 질투심이 유발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의해 겉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속으로는 시기, 질투의 마음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애사(哀事)에 위로해 주기는 쉬워도 경사(慶事)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는 어려운 것이다.

▴ 남으로부터 원망(시기, 질투)받는 세 가지 대상이 있다.

인유삼원(人有三怨)이라 했다. 즉 ‘남으로부터 원망을 사는 세 가지가 있다.’ 했다.

‘호구의 경계’라는 뜻의 ‘호구지계’(狐丘之戒)' 라는 고사성어에 의하면,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호구(狐丘)라는 마을에 사는 한 노인이 초나라의 대부(大夫) ‘손숙오’에게 말하기를,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원망의 대상이 있다(人有三怨)고 했는데 하나는, 조정에서 직위가 높아지는 관리로서 다른 관리들이 투기하게 됨이요. 둘은, 임금보다 현명하고 똑똑한 신하로서 임금이 미워하게 됨이요. 셋은, 녹(祿)이 많은 벼슬아치로서 백성들이 원망하게 됨이라 했다.

그러자 손숙오가 노인에게 ‘그러면 제 직위가 올라 갈수록 저의 뜻을 낮추고, 임금 앞에서는 제 마음을 더욱 작게 하며, 저의 녹이 많아질수록 제가 베푸는 것을 더욱 넓게 한다면 이 세 가지 원망으로부터 자유스러워 질수 있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였다.

세월이 흘러 손숙오가 병이 들어 죽을 때가 되자 아들을 불러 훈계하기를‘임금께서는 나에게 자주 땅을 봉(封)하려 했지만 받지 않았다. 내 죽은 뒤 임금께서 네게 땅을 봉(封)해 줄 터인데 절대로 좋은 땅을 받지 마라. 받겠다면 ‘침구’라는 지방이 있는데 그 곳은 좋은 곳이 아니니 오래도록 누리며 살 수 있을 곳이다.’

손숙오가 죽자 그의 아들은 아버지의 유훈대로 임금이 내려주는 좋은 땅을 사양하고 대신 별로 좋지 않은 ‘침구’ 지방을 받아서 아무 탈 없이 대대손손 그곳에서 살 수 있었다 한다. 남에게 원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위의 고사 속 호구지방의 노인이 말한 세 가지가 원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곧 그것이 시기질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 하겠다.

▴ 시기, 질투, 원망을 막는 최고의 방편은 겸손과 베품이다.

지위나 인기, 명예가 높아질수록 겸손하고, 부(富)가 많아질수록 널리 베푸는 것이야 말로 시기, 질투, 원망에서 자유로워 질수 있는 방편이라 하겠다.

▴ 공(功)을 세웠으면 자랑하지 말고 혼자차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개세공로 당부득일개긍자(蓋世功勞,當不得一個矜字) 즉 ‘세상을 뒤 덮을만한 공로도 자랑긍(矜)자 하나를 당해내지 못한다.’ 하였다. 다시 말해 아무리 큰 공로를 세웠다하더라도 그 공에 대한 자랑으로써 세운 공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이다.

공(功)은 원망과 시기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功)을 세운순간 내가 그 공을 세웠다는 사실자체를 잊어버리라 했다. 또한 공(功)을 혼자 차지하려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야 공(功)으로 인한 시기, 질투, 원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역사 속 수 많은 영웅들이나 경세가들이 공(功)을 세우고도 그 공을 독차지하려하거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대한 불만으로 난을 일으키다가 비명횡사함을 역사를 통해 간접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 그렇다. 겸손과 베품 만이 세상의 원망과 시기질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최상의 방편이 아니겠는가.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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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충남 강사는 서예가이며 한학자인 일당(一堂)선생과 정향선생으로 부터 한문과 경서를 수학하였다. 현재 대전시민대학, 서구문화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일반인들에게 명심보감과 사서(대학, 논어, 맹자, 중용)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금강일보에 칼럼 "김충남의 古典의 향기"을 연재하고 있다.

※ 대전 KBS 1TV 아침마당 "스타 강사 3인방"에 출연

김충남의 강의 일정

⚫ 대전시민대학 (옛 충남도청)
- (평일반)
A반 (매주 화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B반 (매주 목요일 14시 ~ 16시) 대학 + 채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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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반 (매주 토요일 14시 ~ 16시) 논어 + 명심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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