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종시 고운길 온가족 축제’ 추진위원장

세종시 1-1생활권(고운동) 고운초등학교 뒷편(세종시 고운서길)에 위치한 200m 가량의 상가 거리. 아직 조성공사가 마무리 되지 않다 보니, 미리 문을 연 상가도 있지만 좀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향하지 않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상인들이 뭉쳤다. 오는 24일(토) ‘제1회 고운길 온가족 축제’를 열고 사람들에게 상가의 존재를 알리기로 한 것. 상가에 입점한 떡볶이집, 탕수육집, 김밥집, 커피숍 등 4개 점포가 제공하는 8가지 음식을 1인당 1000원에 맛볼 수 있다.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캐릭터상품, 수제간식, 건강차 등 50여개 업체가 참여한 프리마켓에서는 새 상품을 1000~3000원에 구입할 수 있고, 버스킹, 태권도, 쌍절곤, 난타, 피아노 등 각종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보너스로 5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비롯한 다양한 경품 이벤트까지 준비됐다.

특히 행사 수익금 전액은 세종시의 어려운 아동들에게 후원기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세종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저소득층 아동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때 필요한 초기비용으로 지원되는 ‘디딤씨앗통장’에 입금된다. 이 제도는 후원금을 입금하면 정부의 1대1 매칭을 통해 두 배로 불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세종에는 159명의 아동에게 322만 원이 적립돼 있다.

여기에 세종시의 특성상 외지에서 모인 인근 주민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구심점 역할까지, 단돈 1000원으로 세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 한 건 모든 기획이 순수하게 상인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 그 중심에는 채영란 리본 갤러리아 대표가 있다.

지난 21일, 한창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채 대표를 만났다. 쉰 목소리의 다소 피곤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이번 축제에 대해 설명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마치 전 날 생일파티를 기다리고 있는 소녀 같은 수줍음과 기대에 찬 천진난만함이 묻어 나왔다. 그녀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 이색적이고 의미 있는 행사 같다.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핸드메이드 악세사리 디자인 사업을 서울에서 하다 아이를 낳으면서 세종에 머물고 있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1000원에 리본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달 이곳 상가 커피숍에서 수업을 열었더니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렸다. 이 모습을 이웃 떡볶이집 사장님이 보시곤 ‘여태껏 이 상가에 사람이 이렇게 모인 걸 처음 본다’며 자기 가게에서 수업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다 이참에 상권을 알리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축제를 열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에 다른 2개 점포와 함께 진행하게 됐다.”

- 아이디어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이런 이벤트를 개최한 경험이 있는지.

“없다. 사실 지역 축제를 가보면 3인 식구가 못해도 10만 원씩 쓰게 되는데 비용에 비해 효율은 떨어져 실망감이 컸다. 그래서 부담되지 않는 저렴한 비용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상가축제를 보여주고 싶었고, 이번 행사에 접목하게 됐다. 축제에 참여하는 업체 역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점포당 후원비용도 10만 원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 경품 상품이나 공연 등에 필요한 비용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비용은 어떻게 마련했나?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사비로 충당했다. 공연은 상가에 입점 예정인 학원에 부탁했고, 일부 유료 공연은 직접 타지를 돌며 섭외하기도 했다.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일찍 일을 시작해 경력이 15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에서는 일정 궤도에 올랐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느 정도는 여유가 생겼다.(웃음)”

- 본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이런 행사를 즐기는 성격인가?

“아니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개인이 아닌 가족의 시각으로 주변을 바라보게 됐다. 상가도 개인 손님으로만 이용하다가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됐고, 공유하게 됐다. 나만 알다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된 것이다. 행사를 준비 과정도 목이 쉬는 것 말고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수익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너무 협력이 잘됐고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

- 수익금 전액을 지역의 저소득층 아동에게 전달하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아이 엄마로 바뀌다 보니 내 아이는 이렇게 행복한데 어려운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고 마음이 아팠다. 전에는 초록우산, 세이브더칠드런 같은 단체에 돈을 보내며 만족하고 살았는데, 애들한테 돈만 보내면 된다는 생각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래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걸 찾게 됐고 이번 행사에서 방법을 찾게 됐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시청에 문의한 결과 디딤씨앗통장을 알게 됐는데, 기왕이면 세종시민의 참여로 만들어진 기금이니 세종시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선택하게 됐다. 너무 좋은 제도인데 많이 안 알려져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디딤씨앗통장도 많이 홍보되길 바란다.”

-‘제1회’라는 건 앞으로도 축제를 이어간다는 뜻인데, 예산을 사비로 충당하면 연속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

“물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빚을 내서라도 행사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있다.(웃음) 축제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이, 후원을 받고 시의 도움을 받게 되면 원하는 일정에 원하는 계획으로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생업을 놔두고 몇 개월 전부터 축제에만 매달릴 수 없는 현실이다. 사비를 들인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이번 축제가 잘 되면 분명 주변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다음해에는 더 훌륭하게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끝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심히 준비했다. 첫 회라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단돈 1000원으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상권도 살리고 어려운 아이들도 도울 수 있는 뜻깊은 행사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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