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인(24)] ㈜위드텍 대표, 공정 환경 모니터링 글로벌 강소기업

‘기술과 함께-인재와 함께-사회와 함께’의 ‘위드(With)’, 기업명 모토
이 시대 청년들, ‘용기(도전정신)-인내-친절’로 무장하면 반드시 성공 조언도
매주 금요일 오후 전직원 재교육…‘인재 중심’ 경영으로 해외기업과 진검 승부

 

2008년 국제금융위기 여파로 9개월 간 수입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시절에도 다시 경기가 좋아질 것을 대비해 연구개발(R&D) 교육에 투자했다. 지방 중소기업 여건상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뽑기 어려워 지속적인 직원 재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위드텍 유승교 대표(55). 그는 인재 양성을 위해 기업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한주도 빠지지 않고 사내 재교육을 한다. 회사 성장의 전제에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 뒷받침된다는 것이 회사 설립 초기부터 갖고 있는 그의 인재 중심 경영 철학이다.

그런데 지난 16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 내 회사 집무실에서 만났을 때 유 대표는 “사업가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는 다소 엉뚱한 얘기를 꺼냈다. 

유 대표가 회사 설립 때부터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인재 양성’인데, ‘공부를 많이 하지 말라’는 건 또 무슨 이유일까. ‘인재 중심’을 외치면서도 ‘공부를 많이 하지 말라’는 어휘 모순을 인터뷰 말미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기술·인간(인재)·사회’와 ‘함께’, 위드텍 탄생

‘기술과 함께(With Technology)’, ‘인재와 함께(With Human)’, ‘사회와 함께(With Society)’. ㈜위드텍이란 회사를 말할 때 ‘위드(With)’를 빼놓을 수 없다. 회사명조차 ‘기술·인간·사회’와 ‘함께’를 조합해 만들었듯이 인재와 기술 및 사회와 함께하는 기업을 표방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위드텍은 초정밀 고감도 측정기술을 바탕으로 2003년 설립해 올해 12년째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 국내서는 경쟁 업체가 드문데다 이제는 해외기업들과 진검 승부를 펼치려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공정 관련 환경 측정 장비 제조를 전문으로 한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극미량의 가스를 100% 감시하고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국산화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반도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위드텍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가스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불량률을 높이는 치명적 요소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거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기업들에는 이를 신속 정확하게 측정하고 처리하는 과정이 필수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드텍의 장비는 대기업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했다. 불량률을 최소화하면서 전자·반도체 공정 작업자들의 건강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면서다.

2005년 SK하이닉스반도체의 협력업체로 등록되면서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 이듬해인 2006년 삼성전자, 2008년에는 LG디스플레이의 협력업체로 등록됐다. 2009년에는 삼성과 SK하이닉스의 핵심협력업체로도 등록받아 한 단계 도약했다.

사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협력업체로 등록된다는 것 자체가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이를 제품으로  구현한 위드텍의 전략이 주효했다. 

“사업 뜻 없었다”…우연한 기회에 경영의 길로

유 대표는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사업을 떠올린 적이 없었다. 화학을 전공한 그는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연구원을 하는 게 목표였다.

그는 “평소 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며 “유통업 중소업체를 운영하는 부친을 보고 자라면서 기업 운영이 결코 쉽지 않음을 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 일이라는 게 어디 뜻대로만 되겠느냐”며 우연한 기회에 경영의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40대 무렵, 유 대표 지인의 한 친구가 찾아왔다. 고층건물이나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 내 공기 순환을 위한 열교환기 제작 등 환기 시스템 제조 사업을 해보자는 제의였다.

그는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해보자고 마음먹고 합류했는데, 같이 일 한지 3년여 만에 회사가 도산 위기에 놓여 어쩔 수 없이 그 회사를 나와야 했다”고 했다.

유 대표는 당시 다니던 회사 내 같은 팀에 근무하던 직원 6명과 함께 퇴사했다. 2003년 자본금 5000만원과 6명의 직원으로 출발한 것이 위드텍이다.

이 회사는 지금 100명이 넘는 임직원과 3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매년 20% 이상 두 자릿수 실적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로 보면 설립 당시보다 30배 이상 커졌다.

순탄치 않았던 창업 초기 ‘도전정신이 약’

회사를 세울 당시 유 대표의 나이는 43세.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대전에서 벤처 창업의 붐이 일고 있던 시기와는 어울리지 않게 불혹을 넘긴 나이였다. 그럼에도 공정환경 모니터링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을 실천하기 시작한 것.

그는 “창업 초기 벤처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때여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웠고, 늦은 창업으로 주변에 손을 벌리기도 쉽지 않았다”며 “다만 그동안 공부해 왔던 분야여서 기술만큼은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위드텍은 경쟁력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정의 미세 먼지와 가스를 측정하는 공정환경 모니터링 기술 자체가 초정밀 고감도 측정을 요하는 탓에 국내에선 이 분야에서 경쟁력이나 실력을 갖춘 기업이 드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독보적 위치를 다져 나갔다.

창업 초기 순탄치만은 않았다. 대기업으로부터 첫 발주를 따 냈는데, 통상 대기업의 경우 총 납품대금을 일정 비율로 분할해 결제하는 게 관행.

발주사인 대기업으로부터 총 금액의 30%를 선수금으로 받기로 했다. 그런데 선수금에 대한 선급금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아 오란다. 대기업 역시 중소기업에 신용만 믿고 계약을 해 줄 수 없었던 상황. 

그동안 은행 업무(?)에 문외한이었던 유 대표는 이때부터 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직접 은행과 보증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녔다. 하지만 마땅한 담보나 자금력 또는 연대보증인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이나 보증회사 어디든 이를 발급해 주려 하지 않았다.

고민하던 중 발주사 대기업의 구매 담당 직원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유 대표는 “그 직원이 우리 사정을 들었던 모양인지, ‘(위드텍을)믿고 선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더라”며 “안면식도 없던 그 직원의 도움으로 회사가 첫 발주를 원만히 수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이런 때 딱 들어맞는 거 아니겠나. 당시 이 일이 계기가 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며 “그 직원의 얼굴조차 모르고 있던 터였는데, 정말 은인이 됐고 너무 고맙다”고 했다.

여기다 초기 개발자금이 절실했으나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던 위드텍은 중소기업청과 연구개발특구진행재단에도 눈길을 돌렸다. 이후 중소기업청의 기술개발혁신 과제에 선정되면서 자금 운영에 숨통이 틔였고, 제품개발에 몰두하게 됐다.

해외 경쟁력도 갖추기 시작

위드텍이 내놓은 첫 제품은 유독가스 및 화학물질의 오염도를 측정하는 산성·염기성 가스모니터링 장치다. 나노 크기의 미세 오염물질을 정밀 측정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고감도 산성가스 모니터링 장치는 전자·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7종의 산성가스를 동시에 01ppbv 수준으로 모니터링한다. 또 반도체 미세 가공공정에서 공기 중 암모니아 농도를 0.1ppbv 이하 수준으로 모니터링 하는 고성능 염기성 가스 모니터링 장치(NAVI 시리즈)를 비롯해 대기 중 유기성 오염물질과 오전을 실시간 측정하는 OMS 시리즈 등 토털솔류션을 제공하고 있다.   
 
위드텍은 삼성, LG, SK 등 국내 굴지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잇따라 등록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기술적 근간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대기와 수질을 ppb(10억분의 1) 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데 있다.

수질 오염 측정분야에도 뛰어들었다. 반도체 세정액 오염 모니터링 장치인 SOLA-M100은 세정액 내 ppb 수준의 구리 농도를 분석, 이상 발생시 자동으로 경보를 울려준다. 또 방류수의 구리 농도, 폐수 처리 공정의 구리 제거 효율, 약품 투여량 등을 모니터링하는 SOLA-E100, SOLA-200 등의 라인업도 갖추고 있다.

여기다 1조분의 1 수준인 ppt 단위의 물질 감지가 가능한 ‘포토리소그라피 공정용 고감도 측정기’와 반도체 세정공정용 ‘세정액 순도 측정기’를 개발하는 성과도 거뒀다.

위드텍은 현재 대전 본사를 비롯해 수원, 미국(오스틴), 중국(우시) 3곳에 사무소를 두고 이다. 위드텍의 기술에 매력을 느끼기는 국내외가 따로 없다. 미국과 중국시장에서도 2012년 1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등 2007년 진출 이후 총 900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회사 전체 매출액 대비 해외 비중은 지난해까지 30~40% 정도에 달할 만큼 컸다. 다만 올 들어 20% 정도로 약간 축소될 것으로 유 대표는 전망했다. 하지만 위드텍의 개척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현재 갖추고 있는 기술이 완성적일 수는 없다”고 했다.

직원 재교육만이 살 길, ‘인재 중심’ 경영

12년 만에 이룬 급성장. 그 바탕에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있었다.

위드텍은 일반 직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인재 양성을 기치로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교육은 강의식 과정부터 창조적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까지 다양하다.

‘금요일 교육’을 시스템화하기 시작한 건 7년여 전부터다. 위드텍은 매주 금요일 점심식사 이후 모든 직원이 교육에 참여한다. 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거나,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을 진행한다.   

유 대표는 이 같은 직원 재교육을 일종의 ‘사내대학’ 개념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현재도 유 대표는 교육을 실시한 뒤 일정한 시험을 치르고 산출되는 점수를 인사고과에 반영한다.

그는 “회사 성장의 전제조건은 직원 개인의 역량을 키워야 가능한 것”이라며 인재 중심 철학을 강조했다.

“사업가는 공부 많이 할 필요 없다(?)”

유 대표는 본인 역시 늦깎이 창업가라는 점을 인식한 듯,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먼저 도전의식, 즉 ‘용기’가 있으면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역시 사업을 돈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사업은 돈이 아니라, 도전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 

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한 가지 일을 시작했으면 끝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유 대표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가장 부족한 게 인내심인 듯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친절’하라고 했다. 친절하면 긍정적인 마인드로 바꿀 수 있고, 친절하게 남을 대하면 나 스스로가 즐겁고, 그러다보면 ‘내 안의 동력’이 발산될 수 있다는 논리다.

헌데 유 대표는 여기서 갑자기 사업가가 가져야 할 자질론을 꺼내며 한 가지 당부를 했다.

그는 “사업가를 꿈꾼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좋다”며 “내 경우도 불혹이 넘어 해보니 도전의식이 약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때론 앞뒤를 너무 살피다보니 과감하게 저지를 수 있는 용기가 결여되는 것 같아 아쉽더라는 것.

그러면서 “사업할 사람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 졸업만 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석사, 박사 등 공부를 오래하면서 전문지식을 파고들다보면 한쪽에만 치우쳐 고정관념을 갖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사업이란 게 소위 ‘팔려야’ 영위할 수 있는 건데, 좋은 기술이 있으면 뭐 하겠나. 안 팔리면 그건 사업이 아니다”며 “특히 사업가는 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보다 유연성을 갖추는게 더 좋다”고 했다.

역시 스스로를 성공한 사업가라기보다는 실패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쌓은 덕에 ‘오늘날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겸손함이 묻어난다.

유 대표는 “앞으로 축적된 기술을 발전소 분야에 접목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의료, 군사, 우주항공 산업의 물질 분석에 진출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