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희 힐링에세이]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누구나 내면의 상처가 있다. 내면의 상처를 승화시켜 성공원동력으로 바꾼 사람도 있고, 자신의 삶을 한 단계 성숙시켜 깊이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내면 깊숙이 숨기는 사람도 있으며, 폭력과 불신으로 타인에게 표출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유토피아나 무릉도원 같은 세상이 아닌 이상 내면의 상처는 안 받을 수가 없다. 어쩌면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이며, 죽음이 임박했을 때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상처를 풀지 못한 아쉬움이라는 생각도 든다. 

지문을 찍을 때 상대방 손을 잡고 열 손가락 지문 데이터를 확보한다. 단순히 데이터만 확보 하는 게 아니라 손이 주는 느낌을 알아간다. 손은 삶의 민낯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굵은 살이 얼마나 있는지, 평소 손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체온은 어떤지 느낌을 잡아간다.

손을 잡으면서 느낌을 알아가며 나는 첫 질문을 준다. “가족 이야기 좀 해주세요”라고.

가족 이야기. 이 이야기 앞에 누구나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 상담자들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이야기 할지 모른다. 가족 이야기가 주는 무게와 부담이 있지만 상담에는 가족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또 가족 이야기는 누구나 가장 숨기고 싶은 장롱 속 깊은 부끄러움이며 우리 가족만 알고 싶은 세상에 꺼내기 싫은 이야기다. 이런 걸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가족 이야기를 요청하면 잠시 침묵이 흐르고 상담자들은 나에게 눈빛을 보낸다. 가족 이야기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라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는 눈빛이다.

나는 침묵한다. 그럼 긴 한숨을 내쉬며 가족 이야기를 해준다. 한 번 시작한 가족 이야기는 끝없이 쏟아진다.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 형제에 관한 이야기, 경제적 상황에 따른 가족 이야기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가족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는다.

누구는 이야기를 하며 울고, 누구는 담담해 한다. 또 누구는 분노를 삭이며, 누구는 시원해 한다. 상담자들의 가족 이야기를 듣다보면 도대체 가족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깊이 생각한다.

필자 역시 한 가족의 딸로 태어났고 지금은 아내로 엄마로 가족을 이끌고 나간다. ‘가족’이란 이름은 죽기 직전까지 나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 알고 있기에 가족에 대한 궁금증은 평생을 두고 있다.

이 세상에 가족이 없다면 인류 자체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보호 받아야 하는 건 물론 일정 이상 교육받아야 자립할 수 있다. 일정 이상이 될 때까지 가족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 말고도 가족은 내면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내면 형성 영향력에서 가족은 두 얼굴을 가진 존재다. 가족 영향력에 따라 내면 형성은 긍정적 일수 있고 부정적일 수 있다.

가족은 사랑받는 첫 번째 대상자인 동시에 상처를 주는 가장 첫 번째 대상이며,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덮는다면 내 상처는 대물려 줄 수 있다. 가족의 일이라고 덮지 말고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어린 시절 가족 때문에 받은 상처의 대부분은 부모님이 준 상처다. 특히 부부싸움에 대한 상처는 너무 깊은 상처를 난도질하듯 준다. 30년 전 후로 따로 살았던 사람이 만나 결혼하면 마찰이 있는 건 당연하다. 마찰이 커지면 싸움이 된다.

아이들은 싸움 자체에 상처를 받는 게 아니다. 싸움의 결과에 따라 상처를 받는다. 결과가 좋으면 마찰을 용인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부부싸움 할 때 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동반한다.

내면 형성에 두 얼굴을 가진 가족 구성원의 핵심은 부부다. 부부싸움을 할 때 의견충돌만 토해내지 말고 결과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모습이 필요하다. 또한 부부싸움에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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