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의 힐링고전] <229>

선과 함께 악의‘양면성’을 지닌 인간이 운영하는 이 인간사회에서 범죄 없는 유토피아란 이루어 질수 있는 꿈일 뿐이다. 그러나 인류는 개인의 교화(敎化)로써 스스로의 양심을 다스리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여 오고 있고, 국가는 법으로써 악(惡)을 다스리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여 오고 있는 덕에 개인의 삶과 사회가 악의 범죄에 의해 무너지지 않고 줄기차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공자께서는 군주가 백성들의 송사(訟事)를 잘 듣고 올바르게 판단하는 청송(聽訟)보다 백성들이 저마다의 양심을 잘 다스려 소송이 없는 무송(無訟)의 사회가 되도록 하는 것이 덕치라 하였다.

공자의 논리대로라면,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국민들이 법을 잘 준수토록 하게하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방법은 각자가 범죄를 일으키는 악의 마음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 하겠다. 바로 맹자가 주창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을 각자가 지니도록 하는 것이다.

‘수오지심’은 자기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고 남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미워하는 마음이다. 다시 말해 나와 남할 것 없이 올바름 즉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수오지심도 대체로 이기적 욕망 앞에서 무너짐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철저한 자기 다스림으로서 수오지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기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 즉 수오지심을 누구나가 지니게 된다면 저절로 사회정의가 서고 범죄 없는 사회도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 정치인이나 지도자 자신부터 철저한 수오지심의 소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범죄혐의로 검찰청 포토라인에선 지도자나 정치인들은 거의가 한결 같이 부끄러워하며 뉘우치기는커녕 이유를 들어 변명하거나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도자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의 처사에 대해 더욱 가혹해야 한다.

옳고 그름이야 어떻든 혐의를 받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도자로서 부끄러운 일인 것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책임질 줄 모르는 비(非) 수오지심의 지도자 모습은 사회전체를 집단적으로 타락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집단적타락증후군(集團的墮落症候群)이라고 한다.

‘시카쿠치만고’의 타락 론에 의하면 사회적위기는 집단적타락증후군에서 온다고 하였다. 신영복의 ‘강의’ 내용을 빌려 ‘집단적타락증후군’을 설명하면, 다른 사람 특히 지도층 인사가 자기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책임지려하지 않고 오히려 변명으로서 합리화하려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범죄자)은 이를 본따서 자기의 범죄도 합리화시키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라 세금 훔친 저 높은 양반이 진짜 도둑이 아니냐’하며 자신의 도둑질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좀 도둑처럼 말이다. 이러한 타락증후군이 사회전체로 퍼질 때 사회가 타락하고 사회정의가 무너져 사회적위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도층인사의 범죄가 증가할수록 일반 서민의 범죄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통순경이 교통법규를 위반한 여러 대의 차량 중 한 대만 딱지를 끊었다. 그러자 적발된 차량 운전자가 저 차들도 위반인데 왜 내 차만 끊느냐? 고 항의하자 순경이 하는 말 ‘어부가 바다의 고기를 다 잡을 수 있나요.’ 그러니까 처벌 받은 사람은 법을 어겨서 끊긴게 아니라 재수가 없어서 끊겼다는 말이다.

이처럼 누구나 법을 어기며 사는데 단지 나만 재수가 없어서 걸렸다는 타락의식이 사회에 팽배해졌을 때 ‘집단적타라증후군’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타락증후군’ 이야말로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를 파괴시키는 암적 존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부터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책임지는 행동을 보여야 할 것이다.

▴ 수오지심은 어렸을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또한 책임도 질 줄 아는 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길러져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가정에서는 하나뿐인 자식이라고 편애만 하다 보니 아이가 저지른 잘못을 그저 감싸기만 한다.

이러한 아이는 자신의 잘 잘못에 대한 분별력이 마비되어 뻔뻔스런 청소년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러한 성장기를 거친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인간으로서‘집단적타락증후군’을 일으키는 암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수오지심의 인성교육이 절대 필요함이라 하겠다.

▴ 그렇다. 모두가 스스로의 잘못에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미워함이 없는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 (대전시민대학 인문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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