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연희의 미디어창] <68>

요즘 대전시교육청을 보면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학교법인 대성학원 문제를 비롯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 등 논란과 부작용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청은 채용비리 등으로 법인 이사장과 교사 등 25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기소된 대성학원 채용비리 연루교사 문제를 인근 세종시교육청이 직위해제 요청하자 뒤늦게 따라 했다.

임연희 총괄팀장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교육청은 해명했지만 변명처럼 들린다. 사학법인의 눈치를 보다 여론에 떠밀려 취한 면피행정으로 비친다. 자사고인 대성고가 다음 달이면 내년도 신입생을 모집하는데 교육청이 진정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다면 더 일찍 나서 행정조치를 서두르고 대책도 마련했어야 옳다.

전교조에서는 설동호 교육감이 대성학원 문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이 법인과의 유착관계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대성학원 측이 지난해 교육감 선거 때 당시 설 후보 캠프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줬을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설 교육감이 대성학원 산하 대성고 교사 출신이기 때문에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교육감 스스로 명쾌하게 해명할 필요가 있겠다.

서대전여고 자사고 재지정 두 달여 만에 일반고 전환신청

대전시교육청의 자사고 정책도 실패다. 대전의 자사고는 대성고와 서대전여고, 대신고 등 3곳인데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의 재지정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지난 6월 대성고와 서대전여고를 재지정 해줬다. 대성고는 채용비리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서대전여고는 3년 연속 신입생 미달사태를 빚었는데도 교육청은 평가점수를 넘었다며 재지정을 강행했다.

그러나 재지정 두 달여 만에 서대전여고는 일반고 전환신청서를 냈다. 자사고 지정 3년간 756명이 입학했지만 이중 120명이 전학했다. 8월말 현재 이 학교 1학년은 정원 315명의 60%인 190명에 불과하다. 신입생 미달에 재학생들마저 이탈하자 재정난을 못 견딘 학교 스스로 자사고를 포기했다. 교육청이 지역 자사고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연장해준 결과다.

대전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자사고 인기는 시들하다. 일반고보다 3~4배 비싼 수업료에 비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는 게 이유다. 대성고도 자사고 재지정은 됐지만 재단 비리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편할 수 있다. 회계부정, 입시부정, 신입생 충원 미달 등 자사고들에 대한 논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지표만 내세워 재지정 해준 교육청이 결국 제 발목을 잡은 꼴이 됐다.

설 교육감이 언론과 전교조, 시민단체들의 지적에 따라 좀 더 세밀하게 자사고 문제를 들여다봤다면 지금 같은 혼란은 없었을지 모른다. 당장 다음 달 자사고 원서접수를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고민이 크다. 교육청은 이제라도 자사고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그 결과를 공개해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전고국제고전환반대시민모임은 8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전고 국제고 전환 문제 설동호 교육감 고발까지 치달아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은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 3월 대전고가 국제고 전환을 신청했을 때만 해도 교육청은 전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교조와 일부 동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고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해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대전시의회가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에 '유보'결정을 내렸고 27개 단체가 참여한 대전교육공공성연대는 아예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교육청은 오는 16일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서 '적격'판정을 받으면 시의회도 다음 회기에서 통과 시켜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전고국제고전환반대시민모임이 현직 대전고 교장에 이어 설동호 교육감까지 형사고발하고 시민반대청원서를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제출하는 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전고의 국제고 전환 문제가 반년 넘게 진통을 겪고 있지만 최종 전환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100년 전통의 대전고가 갈등 분열하는 모습을 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교육청과 설 교육감이 적극적으로 나서 대전고 동문과 학생, 학부모, 시민 의견을 두루 수렴해 전환여부를 결정했다면 이런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헛도는 대전교육에 설 교육감의 책임이 크다.

지금 설 교육감에게 필요한 것은 눈치 보기와 시간 끌기가 아니라 대전의 교육행정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더 이상 대전고에, 교육부에, 시의회에 책임과 결정을 떠넘기지 말고 중심을 잡고 교육현안을 적극 해결해야 한다. 전국 진보교육감들 속에서 설 교육감은 중도보수를 자처하는데 결단력 부족이 중도와 보수는 아니다. 대전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설 교육감의 책임 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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